2023.9.12.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유치원 하원 후 아이의 가방을 정리하다가 앞 지퍼를 열었는데 못 보던 알록달록한 장난감 돌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친구가 준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들어있었다.
가끔 친구 누가 줬다며 가방에 못 보던 액세서리나 스티커를 넣어 온 적은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넘겼는데, 월요일이 되어 등원 준비를 하는데 2호가 언니의 가방에서 그 알록달록한 장난감 돌을 꺼내 입에 물고 다니는 거다.
"2호야~ 그거 뭐야? 입에서 뱉어. 퉤!"
하고 보니, 여러 개가 주변에 널려 있었다. 못 보던 장난감이기도 해서 1호를 불러 물어보았다.
"1호야~ 이거 뭐야? 어디에서 났어?"
"몰라!"
처음에 1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모른다니? 이거 어디에서 가져왔어? 유치원에서 가져왔어?"
"나도 몰라! 집에 있었던 거겠지!"
"아니야~ 우리 집에 이런 거 없었어."
"몰라~ 나도 모른다고~~"
"1호가 모르면 누가 알아? 엄마 화 안 낼 테니까 솔직하게 얘기해 봐~"
갑자기 1호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몰라~ 나 진짜 모른다고~~ 그냥 버려버리자!"
기어이 울음이 터졌다.
아, 이거 무언가 잘못됐구나, 느끼고 다시 더 다정하게 1호에게 물어보았다.
"1호야~ 엄마가 화 안 낼 테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 이거 예뻐서 갖고 싶어서 가방에 넣어왔어~?"
고개를 끄덕이는 1호.
"유치원에 있던 거 맞아~?"
고개를 또 끄덕이며, "한**도 같이 넣었어!" 하며 소리를 지른다.
"**이랑 1호랑 둘이서만 넣었어? 다른 친구는 없었어? 선생님 안 볼 때 그런 거야?"
계속 울면서 "나만 그런 거 아니라고~~ 으앙~~"
"알았어~ 엄마 화 안 낸다고 약속했잖아~ 이게 보석 같아서 갖고 싶었어?"
고개만 끄덕.
"그래도 아무리 갖고 싶어도.. 내 것이 아닌 것은 가져오면 안 돼. 그건 정말 정말 잘못된 행동이야. 알겠어?"
또 고개만 끄덕.
"엄마가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다시 가져다줄게~ 알았지?"
"안돼~~ 선생님한테 말하면 안 돼~ 안돼! 나 유치원 안 갈 거야~~"
갑자기 큰소리로 울면서 떼쓰기 시작하는 1호다.
"왜~?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그래? 엄마가 선생님한테 1호 혼내지 말라고 잘 이야기할게~"
"안돼! 안돼!! 나 유치원 안 갈 거야~~~ 선생님한테 말하지 마~"
"1호야~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준 건 정말 잘한 거야~ 하지만 1호가 잘못한 일은 혼이 나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해~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하고 갖다 줘야 해~"
계속 울면서 떼쓰는 1호를 겨우 달래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5세 아이들 사이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난 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남의 물건을 순간적인 충동에 내 가방 속으로 넣는 행동을 하고 있는 1호를 멀리서 보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니, 눈앞이 아찔했다.
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데, 난 어떻게 해줘야 할까?
혹시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일이 또 있었던 건 아닐까?
너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닌데, 더럭 겁이 나기도 했다.
다른 5세 아이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내 아이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오히려 선생님들은 덤덤하셨지만 난 이 일을 남편과 좀 더 신중하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처럼, 바늘일 때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정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언제 어느 때에 생길지 모르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휴. 이렇게 또 한고비가 넘어 가나보다. 또 얼마나 많이 고비들이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