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5.
3월 초에 2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2호는 산후조리원에서 나와 집에 오자마자 코로나에 걸렸던 경험이 있다.
당시 1호가 걸려와 온 식구를 전염시켰다.
나도 열이 나고 2호가 열이 나기 시작하자, 무서워 울며 119에 전화를 했는데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가족이 없어서 동행이 어려워 데리러 오지 못한단다. 그럼 어떻게 하냐며 울고 또 울었다.
다행히 2호의 열은 40도를 넘지 않았고, 열을 내리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손수건을 차갑게 적셔 계속 온몸을 닦고 또 닦았다. 혹여나 모유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봐 유축해서 버리고 유축해서 버리고를 반복했다. 엄마 젖을 빨다가 분유만 먹어도 아이는 보채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니 아이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2호에게 코로나는 무섭지 않게 넘어가는 듯 보여, 친정엄마가 슈퍼베이비라고 했다.
당시 엄마도 집에 와 계셔서 같이 코로나에 걸렸었다. (엄마 죄송해요ㅠㅠ)
그게 그렇게 넘어간 줄 알았는데.. 2호가 감기에 한번 걸리면 기본 3주. 한 달도 넘게 아프기 시작했다.
이번 감기도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엔 열, 콧물, 기침으로 시작해서 기관지염에 편도염까지 찾아왔다.
그렇게 꼬박 두 달을 감기로 앓았다.
어린이집도 갔다, 못 갔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우리 2호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았다. 기특한 녀석!
2호가 그러는 사이, 1호는? 역시나 감기가 2주 정도 진행됐고, 다행히 1호는 열이 금방 잡히고, 약을 먹으면 빨리 낫는 체질이라 많이 아프진 않았다.
그렇게 두 아이의 감기가 끝을 보일 무렵, 1호가 열이 또 38도!
하... 감기야, 감기야.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정말 울고 싶다. 이번에는 열이 떨어지면 오르고, 떨어지면 오르고 해서 유치원 등원도 포기했다.
그래도 아빠랑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열심히 가정보육의 행복을 만끽하는 1호였다. (물론 엄마, 아빠는 걱정+체력감소가 있었지만.) 감기는 역습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고맙게도 정말 씩씩하게 버텨주었다.
그래서 기특하다. 그래, 감기야 와봐라. 또 극복해 주마.
아이들이 아프면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이 제일 먼저 든다.
1호는 엄마 나 열나, 엄마 나 추워, 엄마 나 아파. 하고 말이라도 하는데..
2호는 말도 못 하고, 보채지도 않고, 콧물은 줄줄 달고 사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감기든 뭐든 다 엄마 주고 우리 1호, 2호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정말 엄마가 되고 나니 이런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는 게 신기하다.
나도 감기는 질색인데도 말이다.
부모가 되어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맞나 보다.
부모가 되어야 해 볼 수 있는 경험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나도 큰다.
결혼을 해서 부부만 오손도손 사는 것도 즐겁겠지만, 아이는 꼭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내가 이제껏 살아온 세상과는 천지차이로 다르다.
그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