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꽃장작 Apr 18. 2024

책을 좋아하는 1호, 2호

2023.7.18.

예전에 아이가 생기면 책을 많이 읽어줘야지, 하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1호가 태어나자 나는 정말 열심히 책을 읽어줬다.

사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동화도 매일매일 쉬지 않고 읽어주고 동요도 들려주었다.

현재 5살인 1호는 아직도 잠들기 전에 꼭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고 스스로 보기 시작하자 엄마의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난 그냥 내가 좋아서 했던 건데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거기에 1호는 한글에 관심이 많아서 4살 후반에 한글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부모가 따로 한글을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정말 기특하다.

그럼 2호는 어떠한가?

2호는 태교를 할 시간이 없었다. 1호 챙기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임신기간에 산전 우울증이 찾아와 내 감정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거의 매일 울었던 시기라 2호에게 미안했다.

2호가 태어나고 다행히 우울증은 잦아들었다.

2호에게는 책을 따로 읽어줄 시간이 없었던 게 안타까웠는데, 2호가 스스로 책을 잡기 시작했다.

응? 이 녀석 책을 좋아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2호에게는 책을 읽어주기보다는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의도치 않게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그것도 좋은 영향이었을까?

오히려 16개월이 된 2호가 1호보다 더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일어나자마자 거실로 나가 책을 꺼내서 무작정 본다.

소파에 앉아서 하염없이 책을 꺼내 본다. 정말 정말 기특하다.

이 아이의 성향인 건지,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 건지, 1호에게 책을 읽어주는 걸 많이 봐서 그런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말 기특하다.

2호가 조금만 더 커서 두 아이를 옆에 하나씩 끼고 같은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귀 기울여 듣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난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양하게 읽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만 읽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바람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책을 접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더 노력해서 접하게 도와줘야겠지.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볼까?

집에 없는 책들을 보면 또 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독서광이나 도서관 이용 1등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친밀감 있게 책을 대하고, 모르는 것은 책에서 찾고, 상상해 보지 못한 세계를 책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싶다. 시간이 없다는 건 사실 핑계일 뿐이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 정말.

집에 있는 책들을 한 번씩 더 읽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잘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내 책들을 열심히, 재밌게 읽을 날이 오긴 오겠지?

같은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할 날도 오겠지? 벌써 기대되고, 설렌다.

1호와 2호도 본인 생각을 열심히 이야기하겠지? 귀염둥이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냥 욕심은 버리고 책을 좋아하는 것에 만족하자.


작가의 이전글 감기의 역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