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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매거진 Feb 12. 2018

아마존고,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하다

미래형 마트의 탄생과 인류의 미래


계산대 없는 미래형 마트로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아마존 고(Amazon Go)가 드디어 오픈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이 대거 구현된 아마존고는 계산원을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수준의 모델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활 방식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아마존 고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드디어 아마존 고가 오픈했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7번가와 블랜차드가 모퉁이에 있는 아마존 본사 1층에서 계산대 없는 미래형 마트가 탄생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년간의 내부 테스트를 거쳤으며 마침내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강에서 유래한 이름 아마존사의 로고. 스마일 모양의 화살표는 a부터 z까지 모든 물건을 갖췄음을 상징한다(이미지 출처: famouslogos.us).



저스트 워크 아웃

(Just Walk Out)



아마존 고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한다. 매장 입구에 설치된 센서에 QR코드를 인식시키고 입장한다. 물건을 만지고 담는 동작이 일어나는 순간, 가상의 전자 장바구니에 상품이 담긴다. 그리고 매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내 결제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쇼핑 행위의 외형 그 자체는 편의점 도둑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2016년 12월  약 170㎡(51평) 크기의 아마존 고를 첫 공개한 당시 계획보다  1년 정도 지연 오픈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이미지 출처: Amazon.com).



아마존고를 이용한 일반 쇼핑객들은 SNS를 통해 "좀도둑은 꿈도 못 꾼다"는 점을 인증했다. 5분 뒤 스마트폰으로 결제 완료된 영수증이 정확히 날아오기 때문이다. 복잡한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계산이 끝난다는 이야기다. 아마존은 이를 ‘3노(No)’라 부른다. 줄 서지 않고(No lines), 계산하지 않으며(No checkouts), 계산원을 두지 않는(No registers) 쇼핑 방식이다.



편의점

제국의 

미래



전국에 약 4만 개에 달하는 점포를 가진 한국은 편의점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전 세계적 리테일 유통망은 가히 편의점 제국을 형성했다. 아마존 고는 이러한 유통 시장과 소비자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셀프 주유소는 일찍이 상용화된 지 오래며,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점이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사실 가까운 서울에도 이미 무인 편의점이 있다.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지하에 위치한 ‘이마트24 셀프’는 사실상 국내 유일 24시간 무인 편의점이다(이미지 출처: bizwatch.co.kr).



현금으로 거래할 때보다 신용카드 결제 시 씀씀이가 커지는 것처럼 결제가 쉬워질수록 그만큼 지갑을 여는 허들도 와해된다. 따라서 결제의 간편화는 자연스럽게 리테일러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한다. 더욱이 계산대가 없다 보니 금액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고 '쇼핑 리뷰' 과정이 없다. 실제 아마존 고를 이용한 많은 쇼핑객이 공통적으로 "쇼핑하는 순간에는 얼마나 돈을 내야 할지 계산하지 않았다"라고 한다.



CNBC는 2016년 5월 기준 미국의 경우 약 350만명의 캐셔가 있으며 90만명이 슈퍼마켓에서 일한다고 분석했다(이미지 출처: technology.inquirer.net).


더욱 주목할 점은 아마존 고의 서비스는 단지 ‘언택트’로 불리는 소비 트렌드 현상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아마존 고에는 키오스크조차 없고 소위 캐셔로 불리는 계산원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 자체가 없다(시행 초기인 현재 장바구니를 나눠주며 이용방법을 안내해 주는 직원이 있다). 그래서 미 전역 식품점에 종사하는 점원 9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 제국의 인류는 마치 멸종위기를 맞이한 쥐라기 왕국 속 공룡의 운명과도 같은 셈이다.



물건과 

개인정보의

거래



사실 아마존 고는 4차 산업혁명 요소의 응집체이자 미래 시장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단순히 고객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순진한 시각만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실제 전문가들도 아마존 고가 계산원을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려는 수준의 모델은 아니라는 한결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마존 고에는 계산대가 없는 대신 수백 대의 카메라와 각종 센서들이 설치돼 있다. 실제 매장 천장에는 검은색 블랙박스 모양의 센서 약 100개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 고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이 대거 구현됐는데, 특히 사람의 시각인식능력을 구사하는 ‘컴퓨터비전’이 주목된다(이미지 출처: dataarchitect.cloud).



이를 통해 아마존은 성별, 인종, 연령별, 시기별로 어떤 소비자가 어떤 상품 진열대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어떤 포인트가 필요한지, 쇼핑객이 시간을 많이 보낸 진열대와 실제 구매로 이어진 제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일반 매장에서는 상상도 못 할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고 한다. 첨단 기술과 편의성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명분으로 소비자의 개인정보와 일거수일투족이 적나라하게 수집되는 것이다. 즉 아마존 고에서 우리는 편하게 물건을 사고,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얻는 암묵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사치품의 

함정



아마존 고에서 조금만 빠져나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기술 진보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사치품의 함정이라는 인류 역사의 교훈을 제시한다. 그는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여기서 사치품은 명품이 아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명한 기술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사실일까? 확실한 것은 자체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기술의 진보에 관해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위한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들며 논증을 강화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1976~ )는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이미지 출처: listal.com).



하라리는 지난 몇십 년간 우리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발명한 세탁기,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등을 예로 든다.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의 우리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정말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다.



하라리는 인류가 좀 더 편한 생활을 추구한 결과 막강한 변화의 힘이 생겼고 이것이 아무도 희망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을 지적한다(이미지 출처: google).



그는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고 자답한다. "사실 종이 우편물 시대에게 편지를 쓸 때는 대개 뭔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머릿속에 처음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할 말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역시 그렇게 심사숙고한 답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고받는 편지가 한 달에 몇 통 되지 않았으며 당장 답장을 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지도 않았다." 오늘날 그는 매일 열 통이 넘는 메일을 받고, 상대방은 모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일상에는 저마다 다른 양상으로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과학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할 수 없으며,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기, 도둑질,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2011년 이스라엘에서 출간된 <사피엔스>는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이미지 출처: ynharari.com).



유발 하라리는 2100년, 현생인류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발 하라리의 도발적 선언이 부디 현실이 되지 않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만으로는 낙관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그가 말했듯, "과학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할 수 없으며, 시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사기, 도둑질,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당장 첨단 과학기술의 응집체인 아마존 고의 탄생으로 미 전역에 9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가 거론된다. 편의점 제국의 인류는 마치 멸종위기를 맞이한 쥐라기 왕국의 공룡의 운명에 처한 반면, 첨단 유전자 공학은 쥐라기 공원의 공룡을 부활시킬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연 과학기술은 누구를 위하고 있는가. 모든 기술마다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명과 암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때다.



에디터 정진욱 Chung Jinwook

커버 이미지 pocket-li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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