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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12. 2024

[퇴직일기] 당근알바에 이력서를 넣다

당근알바 도전기

[퇴직일기] 뭐라도 해보는 건 어때?


2024년 1월 퇴직. 오늘은 4월하고도 11일이다. 어느새 3개월이 훌쩍 지났고, 이제 4개월이 소리도 없이 그림자처럼 지나갈 것이다. 보라, 어느새 이번주도 금요일이다. 둘째 주가 소리도 없이 소멸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전업작가,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새롭게 참여하게 된 독서모임에서 글쓰기를 배우겠다는 분이 나타났다.


내일 첫 수업이라 긴장도 된다. 3개월 과정으로 성인 글쓰기 기초반을 시작한다. 목표는 원고지 30편 수준의 단편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 것이다. 내 계획대로 잘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첫 3개월의 수업이 나를 미래로 이끌어주는 큰 마중물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학생은 3명에 불과하다. 아니 불과하다고 적는다면 내 수업을 듣겠다고 용감하게 결심한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나를 믿고 수업을 듣겠다고 돈까지 지불했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겠다고 결심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수업료만으로 생활을 해 나갈 수가 없다. 3개월 수업료를 다 받아도 한 달 생활비가 겨우 채워지는 정도다. 아내가 슬며시 얘기한다. 아침에 작은 일이라도 뭔가 해보는 건 어때?


온전히 나를 생각해서 건네는 말임을 안다. 알고 있음에도 받아 들일 때는 섭섭한 마음이 든다. 사실 나는 아내가 그 말을 하기 전부터 여러 알바앱을 깔고 할만한 일이 있을까 기웃거렸다. 날마다 네이버 자산 항목에서 내 계좌에 얼마가 사라지고 있고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본다. 다 알면서도 본다. 그러니까 다음달 생활비를 쓰고 나면 이제 정말 깡통소리만 나겠구나. 조바심이 인다.


당근에도 돈을 내고 광고를 내어 보았다. 노출은 500회 이상 되었지만 클릭은 9회에 불과했다. 그 중에 두 번은 내 아내가 눌러본 것이었다.


당근 광고를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당근에 광고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이 정도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네, 하는 광고를 하나 발견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치과로 장소 안내를 해주는 알바였다. 그것도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만 하는 것이었다.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알바비를 받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아내 몰래 지원을 했다. 그러니까 아내가 내게 '뭐라도 해보는 건 어때?' 그 말을 꺼내기 전에 나는 자발적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을 한 것이다. 정말 기대했다. 내가 나이가 많긴 하지만 젊은 사람보다 그 일을 더 잘 할 자신이 있었다.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바로 웃는 얼굴 그 자체가 아닌가. 나는 내심 기대를 했다. 


당근에서 알람이 왔다. [알바 지원 결과 안내]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앱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당근알바 지원 결과


떨어졌다. 누가 이 앱을 관리하는지 참 친절하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쉽지만 미래에 더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 좋겠다. 다른 일이 있을 거다. 다시 한번 찾아봐라. 아주 사근사근 나를 위로해준다.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 지원한 것도 아니고, 알바 자리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고 보니 새삼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지원을 했겠는가.


요즘 막내딸이 인사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아주 바쁘고 피곤하게 사회인으로 적응해가고 있다. 딸도 다른 회사 신입 모집에 응시했는데 600명 이상이 응모했다고 한다. 1명을 뽑는 자리라면 600대 일이다. 시도하기조차 겁이 나는 수치다. 딸 아이는 어제 3차 마지막 PT 발표 면접까지 마쳤다. 대단한 딸이다.


오늘 오전에 병원에 가서 심전도검사, 피검사 등을 실시했다. 7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어떤 일이든 다른 알바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이번 달에 대학 동기 딸이 결혼한다고 한다. 축하해주어야 할 일인데 얼마를 축의금으로 보내야하나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인생을 멀리서만 보고 싶다. 하지만 내 인생은 접사 모드로 나를 낱낱이 터럭 하나까지 끄집어내어 마주하게 한다. 


당근 알바, 만만하게 보지 말자. 그래도 뭐 또 내게 맞는 일자리가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웅크리고 숨죽이고 있어봐야 나만 우울해진다. 오늘은 내일 글쓰기 수업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다음 주에는 또 새로운 마음으로 뭐라도 도전할 거리를 찾아보자. 온갖 꽃들이 생명을 찬미하며 피어나는 이때, 나도 동참해야겠다. 다시 태어나는 4월로 만들어보자. 내 미래시제는 참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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