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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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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Apr 25. 2024

(시를 쓰며) 애기똥풀 꽃

봄꽃시

<애기똥풀 꽃>



네가 아가였을 때
기저귀를 차고 버둥거리며 울 때
기저귀를 신나게 열어젖히면
환하게 쏟아지는 샛노란 별빛들
잠시 코를 찡그려보지만 이내 입가엔 웃음이 가득해졌단다
아가야, 네 황금색 똥은 먹을 수도 있겠구나
이리도 순하게 노란 똥을 본 적이 있느냐
나는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폭
찍어서 맛을 볼 뻔 했지 뭐니

들판에 애기똥풀이 밤하늘 별처럼 가득
노란 꽃잎 네 구수한 똥처럼 가득하구나
나도 모르게 맛을 볼 뻔 했지 뭐니
샛노란 이파리와 꼬물꼬물한 수술 그리고 초록빛 암술까지
모든 게 네 똥과 닮았구나
이파리를 똑 따면 거기서도 노란 물이 내 손가락에 찐득하게 묻어나지
모든 게 네 똥과 닮았구나

순하고 솜털 가득 여린 이파리가 너무 보드라워
무심코 뜯어 먹은 적이 있단다
네 노란 똥에 취해 어질어질 했던 것처럼
요 노란 애기똥풀도 나를 취하게 했단다

그 김에 잠시 누워 하늘을 보았지
벚꽃이 눈처럼 눈 위로 날리는데
나는 눈을 뜨지 못하고
네 생각에 취해 있었지

나는 네 생각으로 가득한데
봄도 네 생각으로 가득,
취하고 있었단다




(2020.04.13. 후조 이태훈
2024년 4월25일 고쳐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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