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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밍버드 Jul 20. 2019

이탈리아 북부여행 6 (토리노)



토리노행을 미루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1997년 대화재로 완전히 소실된 후 20여년간 보수 중이었던 성 수의 예배당 Cappella della Sacra Sindone 드디어 작년 9월 다시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과리니 Guarino Guarini (1624-83)   수의 예배당 천정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토리노 성당과 종탑.                                                         성당돔 뒤로 인접한 성 수의 예배당이 보인다

성 수의 예배당에 접한 토리노 성당 Cattedrale di San Giovanni Battista 은 15세기 말에 건축된 토리노의 대표 성당이다. 성당 작은 예배실에는 오랜기간 진위 문제로 오랜 논란 되어왔던 예수 그리스도의 성 수의 The Holy Shroud 가 보존되어 있다. 수의가 일반에게 공개되었던 2010년과 2015년에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수의를 보기위해 토리노를 방문했단다. 지금은 투명창 너머 수의가 담긴 보관함 만을 볼수 있다.


성당 내부와 성 수의가 보존된 예배실


성 수의 예배당은  수의를 안치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지어졌으며 토리노 성당 앱스부분과 왕궁 사이에 위치한다. 1668년에서 94년에 걸쳐 바로크의 천재 건축가 과리노 과리니 에 의해 완성되었다. 토리노 성당 제단부와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당 안에서는 접근이 불가하고 연결된 왕궁 박물관 Palazzo Reale di Torino 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


박물관으로 들어가 예배당에 이르는 통로에는 화재 이후부터 20여년에 걸친 자세한 복원 과정 기록물과 사진 및 동영상과 더불어 전시되어 있다. 복원은 역사, 화학, 물리등 각 분야의 최고의 연구진의 협업의 결과물다. 빨리 빨리가 일상의 주문이 된 우리와 달리 원래의 건축기간과 거의 같은 시간으로 서두름없이 꼼꼼 복원해나간 이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예배당으로 들어가면  돔과 달리 아직 복원되지 않은 채 불에 타버린  제단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의 피해를 짐작케 다. 고개를 들어 천정을 올려다 보면 수학적 치밀함을 매개로해서 형상화된 돔의 정교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된. 돔은 세개의 커다란 아치구조에 의해 받쳐지며 아치 사이 사이의 펜덴티브들은 돔을 힘있게 위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돔의 천정은 겹겹이 쌓여 올려진 작은 아치 아래 위치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무게감 사라지고 마치 그물망처럼 보인다. 중앙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황금빛 광선을 내비치는 성령의 비둘기에서 장엄함은 정점에 이른다.


아직도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제딘
성 수의 예배당 돔 천정

원래 사보이 왕가의 이었던 토리노 왕궁 Palazzo Reale di Torino 은 1946년 국가에 귀속되어 박물관이 되었다. 왕궁 Royal Palace 과 무기류 소장품 전시관 Royal Armoury , 성 수의 예배당, 회화와 조각들이 전시된 사바우디안 갤러리 Sabaudian Gallery, 고대유물박물관 Museum of Antiquities , 도서관 Royal Library, 정원 Royal Gardens으로 구성된 엄청난 규모의 박물관이다. 자세히 보려면 2박 3일은 걸릴 듯했지만 성 수의 예배당을 본다는 목적을 달성한지라 한 맘으로 느긋하게 둘러보았다.


왕궁 앞 광장 Piazza Reale 과  정원 Giardini Reali
Royal Armoury
전시실과 양 옆으로 연결된 사바우디안 갤러리의 복도.  오른쪽 그림은 오라지오 젠틸레스키 Orazio Gentileschi의 수태고지  Annunciation

사바우디안 갤러리에서는 마침  다이크 Anthony an Dyck (1599-1641)특별 열리고 있어 반가왔다. 정적인 특성을 가지는 초상화라는 쟝르에 마치 마법처럼 생기를 부여해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살아 숨쉬 듯한 인물들을 창조해낸  반 다이크는 유럽, 특히 영국왕실 총애를 받았고 후대의 영국 초상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반 다이크 전시, 반 다이크의 자화상
전시실
Charles I세의 자녀들인 Charles, Mary와 James

영국 왕실의 궁정화가로 있는 동안 반다이크는  챨스1세 및 왕비의 초상 십점을 그렸으며 자녀들의 초상도 다수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도 왕실가족 초상 여러 점 볼 수 있다. 위의 그림에서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기품이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3명의 어린아이들은 청교도혁명으로 죽임을 당하는 아버지 찰스 1세에 이어 왕위를 잇는 찰스 Charles II,  명예혁명으로 왕위를 잃은 제임스 James II, 그리고 제임스에 이어 왕위에 오르는 윌리엄 William III 의 어머니인 메리 Princess Royal Mary 다. 이 초상이 그려질 당시 그누구도  어린아이영국 정치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의 주인공들이 되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으리라. 


그림에서 왼편의 스는 두명의 동생들과 살짝 분리되었는데 그는 한손으로 커다란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화면 바깥의 감상자를 직시한다. 화가는 충성의 상징인 개, 그것도 자기만큼 큰 개를 당당하게 컨트롤하면서 화면 밖으로 대담한 시선을 던지는 모습으로 찰스를 그려냄으로 왕위계승자의 자질을 은연중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왕자 2명의 동생들과 화면을 1:1로 분할하고 있어  존재감 더다. 또한 찰스의 붉은색 의상과 대비되는 녹색 휘장의 다이내믹한 움직임과 무게감 화면에 물리적 밸런스를 준다.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구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해내는 세련됨이 반 다이크 그림의 마력이다. 게다가 감각 색채 통한 눈의 호사도 즐겁다.


나름 혼밥이 어려운 체질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혼자 먹기는 익숙치 않다. 그리하여 두번의 점심 모두 잇탤리 Eataly 에서 간단히 해결. 식재료도 팔고 음식도 파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편하다. 부라타도 푸로슈토도 맛있다. 양이 푸짐해서 종이 봉지에 담겨 나온 빵까지 다 먹지는 못했다.



토리노의 이집트 박물관 Museo Egizio 은 이집트 국외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 중 가장 크단다.                                  이 많은 유물들언제 어떻게 이곳으로 다 옮겨왔을까. 제국주의 식민시대의 잔재라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도굴되어 이리저리 흩어질 수도 있었던 유물들을 보존, 연구 한다는 면에선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싶다. 박물관에는 견학 온 어린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고대 이집트 유적과 유물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힘이 있다.


이집트 박물관
이집트인들은 집착이라해도 좋을만큼 온갖 종류의 동물들을 미이라화해 남겨놓고 있다. 이집트 박물관은 동물 미이라 연구실을 전시실 내에  위치시켜 교육기능을 수행한다.
전시실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토리노에는 사보이 대공들의 후원을 받은 과리노 과리니와 그뒤를 이어 활약한 필립포 주바라 Filippo Juvarra (1678-1736)와 같은 걸출한 건축가들의 아름다운 바로크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카리냐 Palazzo Carignano 도 그중 하나이다. 과리니는 출렁이는 파도같은 유려한 곡선으로 이 건물의 정면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표면을 덮고있는 벽돌의 질감과 섬세한 디테일 건물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카리냐뇨궁의 파사드
카리냐노궁 앞을 지나는 아이들

과리니의 또 다른 대표적 작품인 산 로렌초 성당 Real Chiesa di San  Lorenzo 을 두번이나 찾아갔지만 제한된  오픈시간에 맞추질 못하여 결국 보지못했다. 웹사이트를 미리 확인하지 않은 나의 불찰. 다시 한번 토리노를 찾으라는 뜻이려니...


Piazza Reale의 왼편 중앙으로 솓아오른 탑이 있는 건물이 산 로렌초 성당이다.

산 필립포 네리 성당 Chiesa di San Filippo Neri  이집트 박물관 옆 골목에 있다. 후기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양식이 혼합된 이 아름다운 건물은 토리노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장식된 산 필립포 네리 성당의 파사드
산 필립포 네리 성당 내부와 돔

원래 있었던 성당은 1707년 프랑스군이 토리노를 점령했을 때 지붕이 무너져 1715년부터 30년까지 필립포 주바라의 디자인으로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파사드가 공사중이어서인지 성당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성당을 온전히 혼자 독차지한 느낌.


Ponte Vittorio Emanuele 1

볕이 좋고 날이 따뜻해 시가지를 걸었다. 혼자서 오래 여행하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가끔 함께 떠났다 헤쳐 모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듯... 남편과 겨우 이틀 떨어진 것이지만 의외로 홀가분하다. 쵸콜릿이 유명한 토리노에서도 손꼽히는 귀도 고비노Guido Gobino 에도 들려 쵸콜릿도 사고, 오래된 프린트샵도 들렸다.           

 Po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 위로 가벼운 기운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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