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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밍버드 Apr 28. 2019

이탈리아 북부여행 5 (밀라노-겨울)

작년 여름에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밀라노 찾았다. 다음 이곳에 또 오게 된다면 브레라지역에 머물고싶다 생각했었는데 마침 성수기가 아니어서 바람대로 브레라에서 좋은 가격 인생 에어비앤비를 만날 수 있었다. 구석구석 완전 취향 저격이다. 호스트인 페드로는 토리노 출신 변호사인데 전에 살던 이 아파트를 에어비앤비로 내놓고 자신은 바로 옆 아파트를 새로 샀단다. 친절한데다 또 왜 그리 잘 생겼는지...

집주인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거실을 바롯해서 침실, 부엌, 화장실 어느 한군데도 만족스럽지 않은 곳이 없는 완벽한 숙소였다.

브레라 지역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골목의 세련된 카페와 음식점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아도 개성있는 상점들, 예쁜 돌바닥이 좋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산다. 남편은 아침마다 아랫층 카페에서 커피와 일찍 구운 페이스트리를 날라 왔다. 북부로 오니 로마에서 먹었던 페이스트리와는 질이 다르다. 맛있는 커피와 바삭한 크로아상 때문에 행복했다.

아파트 바로 옆건물 일층 과일가게

지난 여름 먼저 서울로 떠나게 되어 브레라 미술관에 들르지 못했던 남편에게 브레라의 그림들을 보여주고싶었다.

브레라미술관 입구
베로네제, 시몬의 집에서의 만찬, 275×710cm, 1570

남편은 베로네제 Paolo Caliari Veronese (1528-1588)의 그림 '시몬의 집에서의 만찬 Supper in the House of Simon' 앞에서 오래 머무르며 일반적인 그림과 달리 가운데가 비어있는 구도 관심을 보였다.

화면 왼쪽에서 그리스도와 그의 발에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내는 막달라 마리아가 그림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가로길이가 7미터가 넘는 압도적 크기의 화면에 묘사된 인물들과 배경은 성화라기보다는 손님으로 북적이는 잔치집의 모습이다. 16세기 복장의 등장 인물들 및  화면 구석 구석을 살펴보면 그 재미가 더하다. 오른편 하단에서 와인을 훔쳐마시고 있는 어린 하인 및 좌우로 나뉜 화면을 자연스레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림에 쟝르적 분위기를 더해주는 견공들과 고양이의 다툼도 감상자들 미소짓게 한다.

2 to 1

이 그림이 있는 공간에는 (Sala IX) 틴토레토의 그림들도 있고, 베로네제의 다른 그림들도 있다. 홀의 규모에 어울리는 큼직 큼직한 그림들이다. '시몬의 집에서의 만찬' 맞은 편에는 역시 가로 길이가 5m 가 넘는 베로네제의 '최후의 만찬 Last Supper'이 걸려 있다. 

베로네제, 최후의 만찬, 220×523cm, c.1580

'최후의 만찬' 속 예수 그리스도도 화면의 중앙이 아니라 비대칭 구성의 화면 가장 왼쪽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의 구조, 대각선으로 배치된 식탁 및 제자들의 몸짓으로 인해 그리스도를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여기서도 개와 고양이가 빠지지 않는다.

무심히 발치에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와 달리 빵조각을 얻을 수 있을까해서 고개를 들고 빵을 쥔 인물의 손에 집중하는 강아지를 보니 집에 두고온 토리가 보고싶어진다

브레라 거리를 걷다 페티나롤리 Pettinaroli 라는 작은 프린트 샵에 들렀다. 1881년에 문을 열었다는 연륜있는 가게의 고풍스러움이 마음에 든다. 핸드메이드 문구류와 소품도 팔고 안쪽으로는 앤틱 판화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 한참 구경했다. 마음에 드는  보태니컬 프린트를 발견해서 한장 구입했다. 녁은 집 가까운 곳에서 해결.

Osteria di Brera, 해산물도 신선하고 빵도 파스타도 모두 만족스럽다. 서울과 비교해서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선 식당의 부담없는 와인 가격때문에 언제나 기쁨 두배

작년 여름 예약 시기를 놓쳐 결국 밀라노 여행의 최우선 순위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의 '최후의 만찬'을 못보고 서울로 돌아왔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그리하여 이번엔 한달 전에 예약을 했고 드디어 그 유명한 그림과 조우하기위해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Santa Maria delle Gracie 성당으로 갔다. 그런데 정작 성당 앞 광장에서 만난 가이드의 예약 리스트에는 우리 이름이 없었다. 최후의 만찬과의 조우는 왜 그리도 험난한지... 약간 흥분 상태에서 여러 절차를 걸쳐 확인한 결과 우리의 예약일은 다음 날인 걸로 판명....

머리를 세게 한대 맞은 듯한 잠시의 혼돈을 이겨낸 남편과 나는 그자리에서 바로 베르가모 Bergamo 행을 결정하고 첸트랄레 역으로 향했다. 밀라노에서 베르가모까지는 기차로 채 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런 결정이었지만 결국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베르가모 역에서 내려 구도심인 치타 알타 Citta Alta 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타기 위해 10 여분을 걸었다. 깨끗하고 잘 가꾸어진 기품있는 도시다. 푸니쿨라에서 내리니 갑자기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중세의 도시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 골목도 건물도 예쁘고 광장에 위치한 분수도 성당들도 아름답다. 차 한대 다니지 않는 고즈녁한 분위기가 좋았다.

광장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마지오레 Santa Maria Maggiore 성당과 내부
치타 알타 성벽에서 내랴다보이는 베르가모의 신시가지

엉겁결에 베르가모에서 한나절을 알차게 보내고 이튿날 우리는 보무도 당당히 다시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로 갔다. 10명 정도가 한 그룹이 되어 가이드를 따랐다. 몇 개의 방을 거쳐가며 드디어 '최후의 만찬' 영접. 가이드는 맞은 편 그림 먼저 설명했고 결국 최후의 만찬을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많이 손상되어 있고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었던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보는 감동은 컸다.


최후의 만찬, 4.6×8.8 m, 1495-98

이번 여행 중   스칼라 극장 Teatro alla Scala 에서 공연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 하 않았다. 그런데 라 스칼라의 역사나 살필 겸 웹사이트로 들어갔더니 웬걸 남은 티켓이 있다. 금 아니면 언제 또 이곳에서 오페라를 볼 수 있으랴싶어 부담스런 가격이었지만 로시니 Rossini 의 라 체네렌톨라 La Cenerentola 티켓 두장을 샀다. 캐주얼한 옷만 가져와 드레스코드를 맞출 수 없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급하게 재킷 하나도 덤으로 구입. Yes!

공연 시작전의 라스칼라 극장
라 체네렌톨라 공연 후 커튼콜

신데렐라라는 뜻의 라 체네렌톨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내용 약간 다르지만 코믹하고 가벼운 전형적인 로시니의 오페라다. 귀에 익숙한 아리아 '이젠 슬프지 않아요 Non piu mesta' 가 들려 반가다. 무대도 노래도 흠잡을 데 없다. '아름다운 밤'이다.


다음 날 페드로의 강력 추천에 힘입어 코모로 갔다. 기차에서 내려 걸으며 도대체 어디에 호수가 있는거야 했는데 갑자기 엄청난 호수가 눈 앞에 짠하고 나타난다. 유럽에서 가장 깊다는 코모 호수다. 호수가에 부는 바람이 세차다. 배를 타기 까지 시간이 좀 있어 코모 시가를 걸었다. 잘 정돈된 작은 도시다.

배를 타고 벨라지오에서 내렸다. 관광철이 아니어서 벨라지오의 가게들은 몇몇 음식점을 제외하고는 주중에는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라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대신 언덕의 한적한 골목길들을 여유있게 걸었다. 몸에 닿는 차갑고 투명한 공기가 좋다. 

벨라지오와 코모호숫가의 집들
벨라지오의 골목길.                                                                 멀리 눈 쌓인 알프스가 보인다

밀라노에서의 일정은 코모로 마무리를 짓고 

나는 토리노로 남편은 브라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와 페티나롤리에서 산 프린트를 프레임해서 벽에 걸었다. 바라보 밀라노 브레라의 골목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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