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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밍버드 Jan 21. 2020

암스테르담홀릭이 되어버리다 1

plus. 하를렘

10월 1일 암스테르담으로 떠.

인구는 83만명인데 해마다 17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는데다 매년 50만명씩 늘어는 관광객 더 이상 반갑지 않다는 콧대 높은 이 도시 두명을 더다. 혼 전 치듯 짧게 들렸던 이 도시를 언젠가는 한번 다시 제대로 가서 보리라 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났다.


스키폴 공항에 도착한 저녁.  

춥고, 비오고, 바람불고. 앞으로 계속될 은 날씨의 시작이었다. 택시를 타고 뮤지엄스퀘어에 위치한 Concious Hotel 이라는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텔이름도 그럴듯한데다  'eco-sexy,' 'sustainable,' 'minimalize our waste'는 홈피 문구고 또 위치가 너무 좋아 큰 고민 없이 예약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 게다가 매일 저녁 호텔에서 제공는 프리 와인타임 또한 알찬 보너스였다.

Conscious Hotel The Museum Square . 객실 및  창 밖으로 본 거리

밤새도록 비가 쏟아지더니 아침에  밖으로 보이는 젖은 거리가 깨끗하다. 구름 사이 얼핏 푸른 하늘이 보인다. 오늘은 맑으려나. 암스테르담 탐구는 저녁에 시작하기로 하고 남편은 일찍 회의 장소로 나는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하를렘 Haarlem 으로 출발했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하를렘은 암스테르담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한 때는 북해의 주요 무역항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성 바보 St Bavo 성당같은 건물에서나 과거의 영화를 찾을 수 있는 조용한 소도시다. 암스테르담에서처럼 몰아치는 자전거 부대가 없어서인지 거리도 한적해서 여유롭게 걸어다니기 좋다.

중앙광장 Grote Markt 과 그곳에 위치한 St. Bavo 성당은 1696년 Gerrit Berckheyde (1638-1698) 가 그렸던 왼편의 그림 그대로다

Nothern Baroque 미술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프란스 할스 Fras Hals(1582-1666) 바로 하를렘이 자랑하는 화가다. 스의 많은 그림들이 곳에서 그려졌다. 하를렘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할스 뮤지엄으로 향했다.  뮤지엄 할 Hal 과 호프 Hof 둘로 나뉘어 있다. 성 바보 성당 옆에 위치하는 할은 1602년에서 1603년 무렵 건축되어 정육시장으로 쓰였던 건물로 주로 근현대작가들의 작품, 1862년 설립된 호프에는 프란스 할스의 작품들과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란스 할스 뮤지엄 할 Hal 의 외관과 내부공간
오래된 건물의 원형이 최대한 보존된 전시공간이 멋스럽다

감상자와 같은 공간 있는 듯한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며 은근한 눈웃음을 보낸다. 지어 가장 정적이어야 할 초상화에서 조차 하면 그림 밖으로 뛰어 나올 기세다. 동시대 다른 작품 속의 인물들과 차별화 생동감은 순간적 동작의 포착 및 세밀한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하여 망막에 비치는 그대로 그린 의 특유한 붓질에서 온다. 운좋게도 관람객들이 거의 없어서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넓은 공간에서 400여년 전의 인물들과 오래 교감할 수 있었다.

프란스 할스뮤지엄 호프 Hof 전경과  내부 정원
호프 Hof 의 전시실

뮤지엄을 나와 옛 흔적이 곳곳에 남은 골목 골목을 다녔다.   마다 인도에 만들어 놓은 작은 뜰에는  가득하다. 나치는 행인까지 배려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다. 늦은 점심은 길에서 발견한 poke 집에서 해결했다. 네덜란드에서 poke .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뭐 딱히 네덜란드 음식이라는 것이 없으니 안전한 음식을 택하는 것도 한 방법.

점심을 먹고 나서 큰 길에서 위치를 확인하다가 코리  붐 뮤지엄 Corrie ten Boom Museum 이정표를 보게 되었다. 코리  붐이 네덜란드인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코리   하우스가 하를렘에 있는지 알지 못했는데 고작 수십여 미터 떨어진 곳이라니... 보기로 했다. 게다가 얼마전 BSF (Bible Study Fellowship) 에서  이 놀라운 여성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뭉클한 바 있었기 때문에 이 우연같은 필연이 놀라웠다.

코리 텐 붐 뮤지엄 관람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로 각각 달리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지고 15명 남짓 정원이 제한되어 있다

뮤지엄에 도착하니 이미 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꽤 있다. 게다가 그때가 다행히도 영어 가이드 시간이자 오늘의 마지막 투어시간 이었다.  건물은 크리스챤이었던 텐 붐 가족이 실제 거주하였던 으로 들이 1942년부터 밀고를 당해 체포되었던 1944년 2월까지, 나치의 눈을 피해 2층 벽장에 은신처를 만들어 유대인들을 숨겨주었던 다. 1988년 뮤지엄이 되었다. 

벽 뒤의 은신처는 5-6명이 서있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왼편 선반장의 맨 아랫칸의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비밀 벽이 출입구가 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 시기 을 발한 고결한 인간성을 보는 감동이 컸다. 텐 붐 가족 대부분은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고 코리 혼자 살아 남아 강연과 저술을 통해 그들의 삶의 증거자가 되었다.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역 근처에서 남편을 만났다. 우선 운하를 다니는 유람선을 타고 암스테르담에 온 기분을 내보기로.  간간히 비도 뿌리고 바람도 불지만 경치도 보고 설명도 들으며 운하를 떠다니는 느낌이 꽤 낭만적이다.

중앙역 건너편으로 성 니콜라스 교회 Sint Nocolaaskerk 가 보인다.
이곳에도 수변에 눈이 번쩍 뜨이는 모던한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왼편은 EYE Film Institute 오른편은 Nemo Science Museum
운하에 접한 암스테르담의 전형적인 타운하우스들. 기울어진 이웃에게  어깨를 내주며 서로 지탱해준다.

운하를 지나며 가장 눈에 는 건축물들은 수변에 접 타운하우스들이다. 이웃과 벽을 잇대고 있는 가늘고 긴  집들은 이제 암스테르담의 명물이 되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도 등재된 이 캐널하우스 대부분 네덜란드의 황금기에 건축되었고  부유한 시민들의 거주지이자 일터지만 이제는 다수가 호텔과 뮤지엄으로도 쓰인다.

배에서 내리니 어둡고 바람불고 비도 오고 배도 고팠다. 텔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저녁 먹을 곳을 찾는데 환한 인디언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들어갔다. 시끌 벅적한 실내의 온기가 반갑다. 다행히 빈 테이블이 하나 남아 있었다. 뭐든지 다 먹어치울 기세로  tasting menu를 주문했더니 양이 어마무시하다. 달, 램 커리, 치킨 티카 마살라 그리고 버터치킨 모두 맛있다.

Mayur Indian restaurant

다음 날 아침 마찬가지로 남편은 회의 장소로 떠났고 나는 오늘 가려는 뮤지엄들이 모두 호텔에서 5분 거리라 여유있게 아침을 시작했다. 가볍게 Rijks Museum 과 비교적 규모가 작은 Moco 를 공략하기로 결정.

Rijks Museum

네덜란드의 국립미술관으로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Rijks Museum은 오래전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10여년에 걸쳐 3억 7천 5백만 유로가 투입된  결과다. 30년 만에 다시 영접한 렘브란트 Rembrandt van Rijn (1606-1669)의 걸작 Night Watch는 아쉽게도 연구  보존을 위한 정밀 검사 때문에 유리장 안에 있었다. 한번 스캔하는데 24시간 그리고 전체적 분석을 위해서는 56번의 스캔이 필요하단다. 멀리서 눈인사만 건넸다.


Macro X-ray fluorescence scanning 작업 중인 Night Watch
The Milkmaid (1658 )왼쪽,  Woman Readind a letter (ca.1663)              

베르 Johannes Vermeer (1632-1675)의 여인들 앞에 잠시 머무르다 이어 루벤스 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작품을 만났다. 중앙에 '의심하는 도마 Doubting Thomas' 가  있는 삼면 제단화의 왼편 그려진 니콜라스 록콕스 Nocolaas Rockox (1560-1640)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니콜라스는 루벤스의 후견인이자 친구 앤트워프 시장을 여덟 번이나 맡았던 당대의 명망.

Triptych with the Incredulity of Thomas and Portraits of Nocolaas and Adriana Rockox (1613-1615)
니콜라스 록콕스

화면 바깥으로 시선을 던지는 우편의 아드리아나와 달리 니콜라스 수 그리스도와 도마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드라마틱한 사건을 바라다. 중앙의 드라마와는 대조적으로 한 손 가슴에, 또 다른 한 손에는 성경을  차분한 모습 부활한 예수를 통 구원을 확인고 있는 듯 하다. 어깨에 걸쳐진 모피 의상은 이 남자의 지위와 부를 과하지 않게 드러내며  명민해 보이는 눈빛 나이 때문에 조금씩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넓어진 이마그를 더욱 지적이면서도 관대해 이도록 만든다. 자연스레 흐르는 명암대비, 매끄러운 피부, 부드럽게 만져질 듯한 가벼운 곱슬머리, 머리털과는 다른 질감의 턱수염, 살짝 붉은 기운이 도는 코 끝과 뺨 그리고 귓바퀴, 만지면 바스락 소리가날 듯한  먹인 러프 칼라 같은 디테일에 더해진 붓터치의 매력은 끝이 없다. 


오후의 스낵은 프렌치 프라이다. 그렇지만 무섭게 적극적으로 내 감자를 공략하는 광장의 비둘기들과 맞서다  결국 짧은 스낵타임을 마무리하고  Moco Museum 으로 향했다. Moco 아쉬람 Ashram 이나 뱅크시 Banksy, 카우스 Kaws 같은 시대 작가들 및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 앤디 와홀 Andy Warhol  비롯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 전시하는 독립미술관이다.

Moco Museum

1층과 2층 에'Laugh Now'라는 주제로 뱅크시의 작품 전는데, 근 세계적으로 핫 이슈가 되었던  "Girl with Balloon" 도 있었다. 2018년 10월 소더비에서  버전의 "Girl with Balloon" 140만 파운드에 낙찰되자마자 (그자신의 작품이 옥션에 나올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했던) 자동파쇄장치를 통해 잘려 나간 해프닝이 있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반 이상 잘려진 그 그림의 가치는 이후 더욱 치솟았고 작가에 의해  "Love is in the Bin" 이란 새로운 타이틀을 얻으며 경매중에 창조된 최초의 작품이란  기록까지 세다. 

전시장이 크지 않음에도 뱅크시의 다른 작품들도 마치 제자리를 찾은 듯 자연스럽게 전시되어 있었다.

심플한 이미지와 촌철 살인의 문구로 비뚤어진 사회를 고발하면서도  시적 서정성과 날카로운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작에서 남다른 품격을 본다.

"Girl with Ballon" Stencil spray paint on metal, 90×60 cm Stencil spray paint on canvas 50.8×50.8cm
Dream

저녁에는 고대하였던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 오케스트라 Amsterdam Concert Gebouw Orchestra의 공연이 있었다. 오늘 지휘자는 바로 바로 발레리 게르기에프 Valery Gergiev. 오고 바람까지 불지만 콘서트홀이 호텔에서 2-3분 거리라 나름 차려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 들어섰다. 름다운 건물이다.

안스테르담 콘서트 헤바우 콘서트홀
콘서트홀의 실내와 쇼스타코비치 심포니 4번 연주를 마치고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발레리 게르기에프

그 커다란 홀이 합창석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청중으로 들어차있다. 그 안에 남편과 내가 같이하고 있는 느낌이 좋다. 게르기에프의 쇼스타코비치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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