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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Jun 11. 2019

32. 마음으로 나를 활용하기(6부: 조력자)

당신을 도와줄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게임에는 조력자가 등장한다. 비행슈팅게임에서는 부하를 줄줄이 달고 다닐수록 훨씬 막강한 공격력을 갖출 수 있다. 부하 비행기에서도 미사일이 발사되기 때문이다. 혼자서 적을 물리치는 것은 막노동과 다를 바가 없다. 혼자서 미사일을 쏘기 때문에 끈질기게 공격하다가 다급하게 피하길 반복해야 한다. 끝없이 섬세한 손길로 화면을 구석구석 휘저어야 한다. 하지만 부하들과 함께라면 화면을 좌우로 행차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적은 나가떨어진다.


조력자는 ‘ 나’를 통해 만들어진다


 당신에게는 조력자가 있는가? 조력자가 많을수록 당신의 회사 생활은 편할 것이다. 좋은 업무성과가 나면 그 공을 부하에게 돌려라.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단지 부하가 뛰어나서 팀의 성과가 좋겠는가? 팀의 성과가 좋은 것은 당신이 부하를 적재적소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감독은 평범한 선수로 구성된 팀이라도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력과 전술을 가다듬어 좋은 성적을 거둔다. 그러고는 선수에게 공을 돌린다. 그에 반해 자질이 부족한 감독은 빼어난 선수를 데려와서도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선수 탓을 한다. 감독에게 공을 넘겨받은 선수가 더 열심히 뛰는 것은 당연하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보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부하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준 당신을 위해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부하만이 조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주변 사람이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기만 바라지 말고 먼저 도와주어라. 먼저 좋은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라. 몇 차례 성의를 베풀면 옥석은 가려진다. 실력이나 성실로 보답할 수 있는 사람과 받아먹기만 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실력이나 성실로 보답할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충실히 할수록 당신만의 훌륭한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연구개발 기관인 벨연구소(Bell Lab)에서도 빼어난 실적을 내는 직원과 평범한 직원의 차이는 개인역량이 아니었다.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동료의 협조를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였다.

 당신이 현재에 이르게 된 것도 많은 조력자 덕분이었다. 부하는 온갖 궂은일을 하며 자신의 시간을 희생했다. 부하의 시간을 토대로 삼아 당신과 팀이 전진할 수 있었다. 부하가 없었다면 당신은 하나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처리하느라 성과를 내긴커녕 스스로 소진되어버렸을 것이다. 주변 동료들로부터의 도움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예양(豫讓)이란 자가 있었다. 예양은 범씨와 중 씨라는 두 군주를 섬겼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세 번째로 섬긴 지백(智伯)은 그를 매우 존경하고 남다르게 아꼈다고 한다. 지백이 패전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자, 그 원수를 갚기 위해 죄수가 되어 원수의 궁궐에서 화장실의 벽을 바르는 일을 했다. 원수가 화장실에 들어오면, 품 안의 비수로 죽이고자 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원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신하들은 예양의 목을 베려고 했지만, 원수는 예양의 충심을 높이 사 풀어주었다. 풀려난 예양은 수염과 눈썹을 밀고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이로 꾸미고, 뜨거운 숯가루를 먹어 목소리를 바꿨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다시 기회

를 노렸다. 원수가 지나가려는 다리 밑에 숨어 습격하려 했다. 하지만 원수가 다리를 지나려 할 때 원수가 탄 말이 놀라자, 수상히 여긴 그의 부하들이 다리 밑을 수색하여 또다시 잡히고 말았다.

원수는 예양에게 물었다.

“범씨와 중항씨를 섬겼다가 지백의 신하로 들어가 그들을 멸망시킬 때는 가만히 있더니, 죽은 지백을 위해서는 왜 끈질기게 원수를 갚으려 하느냐?”

예양이 답했다.

“나는 비록 범씨와 중항씨를 섬긴 적이 있지만, 모두 나를 일반 신하로 대접했으므로 그에 맞게 일을 해주고 떠났다. 하지만 지백은 나를 국사(國士)로 특별히 대접했으므로, 나도 국사로서 그에게 보답하려 한다.”

 그리고 원수의 옷을 칼로 베어 원수를 갚고자 청했다. 원수는 그 뜻을 높이 사 자신의 옷을 건네주었고, 예양은 칼로 원수의 옷을 베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예양은 자신의 재능을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물론 직장에서 목숨을 바칠 일은 없겠지만, 부하의 단점은 받아들이고 장점을 아낀다면 부하 또한 보답할 것이다. 경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단순노동에도 기꺼이 몸을 던지며 모욕을 대신 치르기도 하고, 없는 자리에서 당신을 험담하는 입을 막아줄 것이다.

 반면 당신이 부하의 단점을 들추고 자존심을 긁는다면 부하는 최소한의 일만 할 것이다. 나아가 당신을 흠집 내는 데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다. 《한비자》 의 <세난 設難>편에는 역린逆鱗(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용은 길만 잘 들이면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순한 동물이다. 하지만 턱 밑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사람을 죽이고 만다.” 주로 윗사람의 치부를 들추지 말라는 뜻으로 인용되지만, 치부가 들춰지기 싫은 건 아랫사람도 마찬가지다.

 예양의 또 다른 모습을 명심하라. 예양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신이다. 하지만 자신이 예전에 모셨던 범씨와 중항씨를 지백이 정벌할 때, 지백의 신하로서 정벌에 일조했다. 범씨와 중항씨의 입장에서는 배신자인 것이다. 배신이냐, 충신이냐? 그것은 하기 나름이다.


다음 편 - 에필로그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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