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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 우물 Jan 29. 2022

토끼가 아플 때

토끼 결막염 안약 넣기

토민이는 크게 아팠던 적이 드문 건강한 토끼이지만 이제 11살이 되고나니 대표적인 면역성 질병인 결막염이 생겼다.


갑자기 눈에서 진득한 눈물이 나오고 흰 덩어리들이 뭉쳐 눈이 짓물러있는 걸 발견한 건 이틀 전 저녁. 퇴근 후 애인이랑 영상통화로 토끼 안부를 전하곤 하는 시간인데, 토민이 눈을 보고 전화를 급히 끊었다.

토끼를 봐주는 병원이 흔치 않고 여덟시다 넘으면 문을 닫아서 24시 동물 병원에 전화했지만 토끼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단지 이물질이 나오는대로 닦아주라는 말을 듣고 밤에 중간중간 깨서 눈을 닦아주었다.

설연휴 전이라 단축 근무를 한 금요일 집으로 가서 토민이를 데리고 아크리스동물병원에 갔다. 특수동물 전문 병원이라고 알려져있고, 토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지만 나는 이 병원은 처음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덩치가 아주 큰 토끼 두마리가 있었다. 2살 토끼라고 했는데, 토민이는 11살이라 하니 노령토끼인데도 애기가 너무 깔끔하다고 말해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토끼들이 나이가 들면 많이 아프고 몸도 잘 못가누고 털도 뭉치는 듯 맘 아픈 모습들을 종종 본다. 토민이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라 노령 토끼들에서 보이는 백내장 증상도 시작 되어 눈도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실 착찹한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한숨을 계속 푹푹 쉬는 어떤 표범 무늬 잠바를 입으신 남자분이 있어 무슨 일이실까? 했는데 나중에 보니 키우는 토끼가 아주 많이 아파서 생사를 오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어떤 마음이실지 알것 같아 말을 차마 걸지도 못했지만 속으로 그 토끼에게도 힘내라고 기도를 해주었다.

토민이를 봐주신 여선생님은 아주 낭랑한 목소리에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토민이 눈 상태를 상세히 알려주셨다. 안검에 충혈과 약간의 출혈도 보인다. 얼마전 우리집에 한 식구가 된 아가토끼 토린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 혹은 펠렛이나 건초 가루가 눈에 들어갔고 그걸 비비다가 상처가 나고 염증이 생긴 것일 가능성이 있다.

토민이가 눈병이 난 적이 없어서 안약 넣는 방법은 배워야했다. 이것 역시 세심한 부분까지 알려주셔서 영상으로 찍어 놓았다. 유튜브에 올려두면 혹시 토끼 결막염으로 정보를 찾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하루만에 조회수가 많이 올랐다.

나 역시 노령 토끼를 키우는 분들의 토끼 병상일지를 그동안 유심히 봐오면서 모든 정보들이 참 감사했다. 그땐 언젠가 토민이가 다음에 나이가 들면 내가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토민이 역시 노령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그동안 지방종을 떼어내는 두번의 수술과 장정체로 두번 고생했지만 큰 탈 없이 잘 지낸 토민. 눈병은 이틀만에 금방 나았다. 아침 저녁에 물약을 먹이고 안약은 세번 넣어준다. 한번 넣을 때 두 가지 종류를 넣는데 그 사이 간격은 5-10분 이다.

토민이는 내가 안약을 한방울 눈 속에 떨어뜨릴 때 마다 내 손을 햝는다. 고맙다는 뜻일까 매번 그렇게 답해주는 토민이가 기특하고 예쁘다.


https://youtube.com/shorts/k62UIwyvaR4?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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