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파워 J력 발동
신혼여행만 시작을 위한 여행이 아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이번 여행은 퇴사 기념 여행이다. 퇴사를 하고 바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마련되었고 여유가 조금 생겼다. 그것에 깊이 감사한다.
여행책을 먼저 사서 읽었고 비행기 표를 샀다. 그리고 처음 도착할 도시의 숙소를 잡고 여행다닐 도시들에서 볼 장소들을 정리한다.
내가 갈 주요 도시는 프랑크푸르트, 뮌헨, 잘츠부르크, 빈, 프라하 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는 일종의 관문이고 경제도시라서 주변 도시들 여행을 위한 거점으로 잡았다. 나는 프푸에 며칠 머물며 열차를 타고 쾰른, 마울브론을 방문할 예정이다. 뮌헨에 가서는 뮌헨을 집중적으로 보고 퓌센을 갈 예정이다. 그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보려 한다. 뉴욕에 가서도 자유의 여신상이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엔 관심 조차 없어 갈 생각도 않고, 미술관과 갤러리만 연신 보았는데, 이번에는 실내에 있는 예술품 감상도 좋지만 보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그곳의 자연이나 건축물들을 많이 보려 한다.
여행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매일 공부 중이다. 요즘은 책보다 블로그. 블로그 보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더 생생한 정보들을 만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가고 싶은 독일의 마울브론 수도원이 건축사적으로도 의미 있다는 걸 얼핏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행책엔 그곳이 아예 소개되어 있지 않았고, 블로그에도 정보가 조금만 담겨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전세계를 다니며 세계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만 찍는 외국 유튜버의 채널에 마울브론 수도원이 소개된 영상을 보고 나는 이곳을 더욱 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https://youtu.be/RNBsts2xxc0
마울브론 수도원은 수세기를 걸쳐 증축되어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조합된 수도원인데 오랜 시간 동안 잘 보존된 유적으로써의 가치도 컸다. 나는 헤세가 다녔던 학교이기 때문에 가보고 싶었던 것인데, 그 이유는 그의 소설에서 이 수도원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소설 속 한스이자 헤세의 눈이 바라본 이곳과 주변 풍경을 한번 실제로 보고 몸소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의 유튜버는 헤세 이야기는 언급도 안했지만 내가 가려는 동기는 헤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근처에 헤세가 태어난 소도시 칼프에는 헤세 박물관이 내년까지 보수공사로 문을 닫는다고 하여 가지 않기로 했다.
칼프를 빼고 교과서에서도 익히 본 오래된 고딕 양식의 쾰른성당과 최초의 코롱 향수 Farina, 마케팅 잘하는 4711로 유명한 쾰른에 갈 예정이다. 예전에 4711를 나폴레옹이 썼다는 향수라며 선물 받아 써 본 적이 있는데, 나폴레옹이 하루에 세병씩 썼다는 향수는 알고보니 파리나 였다. 파리나가 오리지날에 대한 인정 재판에서도 승소 했다고 한다.
잘츠부르크와 빈에서는 어여쁜 궁전들과 모짜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등 음악가들이 활동했던 곳들을 둘러보고 크고 작은 좋은 공연 찾아보기 등을 계획하려 한다. 잘츠부르크에 있으면서 열차로 풍경이 아름답기로 세계 1위라고도 말하는 소금광산이 있던 호수 마을 할슈타트도 가보려 한다. 할슈타트는 기차 시간이 몹시 애매해서 셔틀밴을 예약했다.
프라하는 늘 가보고 싶던 카프카 박물관, 프라하성, 카를교, 무하박물관, 스메타나 박물관 등에 가보고 싶다.
계획적인 J성향이 다분히 있어서 아직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여행 떠나기 전까지 동선 계획을 촘촘히 짜고 있을 것이다.ㅎ 그것을 나는 무척 즐기기도 한다.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책을 읽다가 무심히 시작된 독일 여행에 대한 바람과 상상이 한달 만에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3개국 돌아보는 18일간의 여행 계획으로 정리가 되었다.
상상하는 것. 눈 앞에 그려내 듯 바라던 미래는 누가 마법을 부린 것도 아닌데 현실이 된다. 나는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래서 상상의 강력한 인력을 믿는다.
이제 숙소 예약도 다 했고 도시간 이동을 위한 열차표도 샀다. 시간을 지체하면 숙소나 열차 등은 가격이 금새 올라가기 때문이다. 마지막 도시인 프라하에서는 조금 여유롭고 낭만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 책이나 사진만 봐도 즐거운 떨림이 있다. 하지만 잘 준비하기 위해 너무 들뜨지 않으려한다.
단지, 아침에 일어나면 혹시 빠진 것이나 헤아리지 못한 건 없나 유러피안처럼 호밀빵 식사를 하며 ㅎ 잘 살펴보고 있다.(적응기간인 것인가)
준비하는 과정도 모두 경험이고 새로운 앎의 과정이다. 그것도 일종의 여행이기 때문에 이미 이번 여행은 시작된 거나 다름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