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별것이 다 놀랍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프랑스에 와서 충격을 받은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랑스 할아버지들이 초콜릿 무스나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디저트를 식후에 즐기는 모습이다. 이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얼마나 선입견을 가지 사람인지가 느껴져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의 선입견엔 이유가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경험해본 바로는 나이 든 남자가 달콤한 디저트를 잘 먹는 일이 드물다. 우리 아빠는 일 년에 몇 번 없는 가족들 생일 기념 케이크도 제대로 드신 적이 없다. 달달한데 느끼하기까지 하다는 게 이유였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분들은 달콤한 사내 간식에 손을 잘 대지 않으셨다. 술도 단 술은 질색이시라면서 단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셨다. 프랑스식 디저트는 설탕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버터도 많이 들어가 느끼하기까지 하니 아마 한국 할아버지들에게 생크림이 들어간 파이나 초콜릿 무스를 식후 디저트로 내놓는다면 대부분 몇 입 못 드실 것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달콤한 디저트와 초콜릿은 주로 아이들이나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편견 말이다. 초콜릿을 입에 묻힌 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예쁘게 생긴 디저트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의 이미지에만 익숙한 채 살아오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생크림이 가득 올려진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익숙하게 먹었던 디저트의 단맛을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었고 달콤한 디저트 앞에 남자 여자 구분 짓는 것도 웃기는 생각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디저트에 익숙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달콤한 케이크 부슈 드 노엘은 아이들을 위한 디저트가 아닌 가족 모두가 즐기는 음식이다. 게다가 프랑스인의 삼 분의 일 정도가 매일같이 초콜릿을 섭취한다고 하니 달콤한 음식은 정말 프랑스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레스토랑에서 할아버지들이 생크림 듬뿍 들어간 생토노레나 밀푀유, 혹은 진한 초콜릿 무스나 머랭이 올라간 레몬 타르트를 한 접시 싹 비우는 것에는 익숙해졌다. 프랑스 할아버지들은 달콤한 디저트를 나보다도 훨씬 잘 먹는다. 당뇨나 비만으로 고생하지만 않는다면 디저트가 주는 달달한 기분 좋음을 평생 느끼는 것도 꽤나 괜찮은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