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날이었다. 마침 빈자리가 넉넉한 주차장에 여유 있게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 집이 있는 층 버튼을 눌렀다. 곧 손가락을 열림 버튼으로 옮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청소 직원을 잠시 기다렸다.
청소 직원을 엘리베이터에 잡아둔 작은 물건의 정체는 머리카락 한 올이었다. 어두운 바닥 무늬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얇은 머리카락 한 올을 청소하기 위해 그녀는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청소 직원이 청소를 하는 장면이 뭐 그렇게 특별한가 싶지만,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머리카락 한 올쯤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자기 일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그녀를 통해 보았다. 아마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그녀의 눈에는 잘 띄었던 것도 그녀가 자신의 영역에서 성실하게 역할을 하고자 했던 까닭일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녀의 모습이 참 멋지고 배움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깨끗한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머리카락 한 올까지 신경 쓰는 어떤 이의 책임감이 있었다는 것을 그때야 새삼 깨달았다.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한히 많은 개인들의 노고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아침 일찍 거리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기꺼이 치웠을 누군가를 떠올렸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자리를 지키며 아픈 이들을 돌보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렸고,
빛나는 조명 뒤 편에서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소명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렸다.
알고 있었지만 잊고 살았거나,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누군가의 노고 덕분에 내가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나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불편할 수 있는 순간들을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잘 메워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책임을 가지고 일을 했던가?
나는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간극을 메우는 사람이었던가?
사진: Unsplash의Petr Mag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