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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u Mar 29. 2019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해석이 필요할 때

과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정당한 상황인가에 대한 고찰

오늘 느낀 이 애매한 감정은 꼭 기록하고 싶다.


그래서 나중에 이 글을 보고 상황을 되짚어봤을 때

과연 오늘의 상황은 진정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지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 싶다.




회식을 갔다.

내가 존경하는 팀장과 좋아하는 팀원들과

맛난 고기를 먹고 2차를 갔다.


원래 팀장이 이 정도로 말이 많았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또는 사람들이 웬만큼 있을 때 이것저것 할 말 안 할 말 못 가리는 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웬일인지 지금 팀의 원년 멤버인 나와 또 한 명의 팀원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술김에 농담처럼 꺼내셨다.




때는 2017년, 조직 변경으로 우리 팀은 새로 온 상무를 맞이하게 되었고, 상무 위 전무도 함께 바뀐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구조적으로 예기치 못한 복잡성이 생겨났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 팀원들이 아무리 보아도 상무가 이상한 거다. 업무 보고를 하는데 포인트를 짚지 못하고, A를 얘기하면 Z를 얘기하시고, Z를 얘기하다 옆으로 빠져 본인의 찬란한 과거 이야기를 하고... 업무 역량은 하나도 없는데, 좋게 좋게 아무 이유 없는 끈끈한 가족애를 강요하고 있었다. 질퍽하게.


그 당시 얼마 안 있어 이건 아니라고, 팀장을 포함한 팀 전체가 뜻을 같이 하였다. 이대로 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상무에게 현재 팀에서 느끼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간담회를 요청하여 진행하였다. 생뚱맞게 상무의 헛소리나 듣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친목 모임식의 업무 보고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업무 진행과 성과 창출 중심의 체계와 보고 진행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손히 팀원 각각 의견을 개진하고 전달했다.


근데 웬걸, 이 상무가 마음도 콩알만 해서

거의 3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을 가지고 나를 조면 물고 늘어지고, 농담조로 나를 찍힌 아이라는 듯이 사람들 앞에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뭐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회식 자리.

팀장이 그때 있었던 일과, 상무에게 그래서 찍힌 두 명이 우리 팀에 있다는 것과, 그 팀원들을 지금의 팀으로 데려오기까지 자신이 잘 에둘러 상무를 설득했다는 근시 초문의 이야기를 농담 섞인 말투로 얘기하는 것이다.


뭐랄까... 그냥 착잡했다.

거짓 표정을 잘 짓지 못하는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그 당시의 그게 뭐 그리 대단하게 반발했던 것이었으며, 우리가 반동분자와 같이 격하게 집회를 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당시에는 팀장 본인도 이런 의견 개진을 필요하다고 하면서 간담회를 어레인지 했었는데,


게다가 당시 간담회 때 가장 많은 개선 방향을 개진했던 팀원 한 명이 작년 더 좋은 직장을 찾아 퇴사했는데, 그가 바로 주동자였다는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얘기하면서, 현재 팀에 있는 이 두 명은 주동자에 이끌려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지만, 아직도 상무에게 찍혀있다는 얘기를 농담조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느꼈던 착잡함은

어쩌면 팀장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좀 더 확장해 얘기하면 배신감이랄까.


지금 내가 이 팀에 있게 된 이유는 이 팀의 팀원 중 한 명이 다른 누구도 아닌 팀장이 나를 원한다며, 나에게 적극 영업을 하고 스카우트 제의를 했었기 때문에 솔깃했었고, 내가 워낙 이 팀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우리 회사에서 유일하게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팀장을 믿고 이 팀으로의 이동을 결정한 것이 70%이다. 물론 이전 팀이 거의 와해되기 직전의 상황이었던 것도 있지만 그것이 이 팀으로 이동하고자 했던 결정에 미친 영향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


근데 이게 웬걸.


팀장은 과거 반동분자였었다고 칭하는 나를 지금 팀으로 데려오기 위해 조직장인 상무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진짜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다수의 팀원들 앞에서 하고 있다.


어이가 없어짐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하소연은 그만하고 내가 느낀 묘한 기분은 살짝 한 발 멀어져 생각하면 아래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


1. (팀장에 대한 감정) 예전에 우리와 같은 입장에 서 있던 팀장은 어디로 갔지? 아무리 과거 이야기지만, 당사자들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 입장의 전환이 좀 극명했다.


2. (팀장에 대한 감정) 이렇게 팀원들 앞에서 이야기하면, 그 간담회에 참석했던 나와 저 팀원을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입장이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시고 얘기하시는 건가?


3. (팀장에 대한 감정) 아무리 팀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지만, 적어도 예전에는 어느 정도 선을 지키셨었는데.


4. (상무와 회사 문화에 대한 감정) 그때의 간담회가 그리도 무모하고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었나?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렇게 속좁고 업무 역량은 바닥인 상무가 저렇게 아직 건재하고 군림하는 이 회사는 뭐지?


5. (팀에 대한 감정) 팀장 얘기를 듣고 난 뒤 회식을 파하는 길에 진짜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꼬치꼬치 묻는 팀원은 뭐지?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감정들을 종합해 나는 오늘도 기회가 되면 되는대로 이 회사를 나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1) 결국 팀장도 나를 스카우트 해온 능력 있는 팀원이 아니라, 그냥 일을 어느 정도 해주기 때문에 팀에 존재하는 팀원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내가 존중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이 팀의 성과는 이때까지 내가 다 냈었던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약 이 회사를 나간다면, 팀장과 나의 네트워크가 지속될까? 솔직히 아닐 것 같다. 그냥 지금 발등에 떨어진 일을 잘 처리해주니 지금 데리고 있는 것뿐이다. 역량 있는 팀원으로 인정받고, 케어 받고 있었다고 생각한 내가 미련하게 느껴진다.


2) 이러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이 회사의 문화에 종속된 팀원들에게 업무적으로 이끌어가고, 결국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하면서 거의 봉사하다시피 해야 하는 이유를 이제 더 이상 모르겠다.


내가 할 것도 바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기 바쁜 시점에서, 예전에는 팀 빌딩 측면에서라도 봉사를 당연시 생각하며 노력했는데, 이제는 봉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팀장을 포함한 이들에게서 또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하고 얻어갈 수 있는 것은 이제 거의 없어 보인다. 내가 그들을 이끌고 주는 것만 존재할 뿐.




그래도 한편으로는, 최근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구체화의 첫 단추를 채워 나가는가 싶어 어찌 보면 오늘의 경험이 오늘 일어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 아니다. 아니, 유일한 옵션이 될 수 없다. 나는 내 커리어 PHASE 2단계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노예로 살고 있는 이 구조를 내 기어코 끊을 수 있도록,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더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이때까지 배워 온 것들도 모두 써먹고, 나만의 커리어 2단계를 멋지게 준비해 사표를 쓰고 현재 회사를 퇴사할 것이다.


이게 궁극적인 나의 오늘 내린 결론이었다.


내 것에 좀 더 집중하는 마인드.

이것이 필요한 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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