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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u Feb 28. 2019

갑작스러운 사고, 나 같지 않은 인생을 산다면

영화 <미 비포 유> 리뷰 (Me Before You, 2016)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인트로

오늘은 좀 예전에 본 영화 리뷰를 해보려 한다. 

<미 비포 유>가 바로 그 주인공.


개봉 당시 너무 좋은 영화여서

두 번 연속 영화관에 가서 보고 왔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좋은 영화란,

기분 좋아지는 달달한 로맨스가 있으면 동시에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로, 다루는 내용이 마냥 가볍지 만은 않아 개념 있게(?) 느껴지는 영화를 의미한다. 


 영화를 두 번 본 이유를 돌이켜 보면, 

윌이라는 캐릭터의 분석과 그의 선택에 대한 고찰을 좀 더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첫 번째 관람에서도 별로 울지 않았던 내가 두 번째 관람에서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


본론


1.

내가 눈물이 났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극 중 윌의 상황과 감정에 나름 많이 몰입했던 것.

윌의 마지막 결정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를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 속으로 최대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된 사랑도 스스로 떠나보낼 만큼 삶=고통이 되어 버린 윌에게 하루하루가 어떻게 느껴졌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감정이 올라왔다.


루이자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본인의 무력함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니 슬펐다.


2.

좀 더 상세히 들어가 생각해보자.


먼저 윌이라는 캐릭터는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 간의 괴리가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큰 사람이다.


멋진 외모 집안도 좋고, 돈도 있고, 능력 있고, 예쁜 여자 친구가 고, 스포츠도 잘하는 정말 가질 건 다 가졌던 만능맨 윌이었다. (유명 커버를 장식할 정도로 그는 그냥 잘 나가는 일반인 정도가 아니었다.)


내가 윌이었어도 사고가 나기 전 나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했고, 내 삶 하루하루에 매 순 만족했을 것 같다.


하지만 사고를 기점으로 그의 삶은 정반대로 치달았다. 특히 그가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물질적인 환경은 바뀌지 않았지만 더 이상 자유롭게 누릴 수 없었고, 그렇게 사랑했던 스포츠 활동과 일 모두를 할 수 없었고, 한 때는 자신을 둘러쌌던 호의 넘치는 대인관계가 모두 사라지고 망가졌다.


3.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웠던 것은 아마 남들이 윌 자신을 보는 시선이었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안타까하고 측은해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더 이상 나눌 것이 없어 서먹해지는 그러한 대인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윌은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얼마나 초라한지, 이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윌트레이너의 모습이 아닌, 자립하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상시 필요로 하는 나약한 존재가 된 모습 그 자체가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4.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루이자와의 사랑서도 마찬가지다.


이전 같으면 분명 루이자 같은 여자는 눈에도 안 들어왔을 텐데, 윌은 어느 순간부터인지 루이자를 로 하고, 그 필요로 인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 호감을 느끼는 순간도 얼마나 어색했을까.


“어? 원래 나는 이런 여잔 관심도 없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달라졌지. 내가 윌 내 자신이 아닌 것 같아.”


행복한 기분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 같으면 사랑을 느끼지 않았을 여자에게 이제는 의존에 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다니. 아니,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복잡 미묘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윌이 삶을 계속했다 하여도 과연 그는 진정 루이자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만 온전히 충실할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 같다.


둘이서 힘들어하고, 왜 이러한 과정을 자초했는지 생각하고 갈등하고 고통스러워했을 것 같다.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 사랑은… 겪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정말이지 많은 난관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생전 러브 스토리에 대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5.

결론적으로 나는 윌이 지극히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였어도 안락사에 의한 자살을 선택하지는 못했어도, 선택 후보군에는 넣어두었을 것 같다.


윌이 선택한 죽음은 본인을 매일 같은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절박한 마지막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웃트로


<미 비포 유> 두 번째 관람 후 한바탕 울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


1) 나는 아직 그가 겪은 만큼의 큰 고통과 굴곡 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2) 아직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추구할 기회와 시간이 있고,

3)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4) 내 삶의 의미와 목표를 더욱 뚜렷이 해 나아가야겠다.


윌의 이야기를 접한 뒤, 내 주어진 소중한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옛날엔 인생이 그저 좋았는데 요즘엔 왜 이리 힘들기만 할까?'라는 인생의 상막함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려 했던 그 시기에, 내 삶에 대한 꿈과 희망, 그리고 부담 없는 고찰을 하게 해 주었던 <미 비포 유>.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미 비포 유> 속 윌에게 지금도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뿐이다.




wondu의 마음속 평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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