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숙려캠프 애청자

부부가 함께 이숙캠을 보는 이유

by 최진영

신랑과 나는 티브이 보는 취향이 진짜 달랐다.


남편은 누아르, 역사드라마, 뉴스

나는 여행프로그램, 애니메이션, 공포물


퇴근하면 그래도 같은 프로그램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다가 찾은 것이 이혼숙려캠프다.

물론 프로그램을 보면서의 반응은 좀 다르다.

신랑은 저게 문제다, 누가 잘못한 거다 계속 심판자세고

나는 이해를 해줬어야지~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저렇게 외로웠던 거다.. 변론인 자세다.

(우리가 시청하면서 서로 토론하는 장면을 찍어서 방송해도 엄청 재밌을 것 같다고 신랑이 자주 이야기한다. 그만큼 열띤 토론이 없다. ㅋㅋ)


한 번은 남편 학교 후배가 근처에 산다면서 저녁에 간단히 한 잔 하러 온 적이 있다.


이야기하다가 우리는 같이 이혼숙려캠프를 본다고 하니까

후배가 깜짝 놀란다.


이혼숙려캠프를 보자고 하면 부인이 화를 내면서

" 왜? 나랑 이혼하고 싶어서 그런 걸 보는 거야?"

그런단다.


우리는 의아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나..


누구나 부부싸움할 때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누가 객관적으로 보고 옳고 그른지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혼숙려캠프를 보면 녹화된 화면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 아~ 내가 저렇게 심했었나? '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더라.


사실 화가 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두서가 없어지기도 하고 생각만큼 전달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보니

어떤 상황에 대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그 부분에 또 화가 나게 된다.

우리도 싸우다가 다음부터는 싸우게 되면 녹음을 하자고 한 적도 있다. 물론 녹음을 진짜 한 적은 거의 없다.


문제가 있는 부부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낫구만 하는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보는 것은 아니다.

뭐~ 출연자 중에도 저 부부보다 우리가 낫네 하는 마음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만


내가 이혼숙려캠프를 보면서 발견한 것은

남편들은 부인의 예민함과 게으름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고,

부인들은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외로움과 정서적인 고통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두 가지가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거였다.


결혼이라는 것이 처음에 조건보다 맹목적인 사랑에 의해서 시작한 경우 그 깨어짐은 더 쉬웠는데,

그 또한 그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문제는 발생했다. 아무리 오래 사귀어도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기는 어려운데, 결혼이라는 것이 내 단점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것이기에 모든 것을 다 안 이후에도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부인들은 내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를 많이 사랑해 달라고 하고,

남편들은 그들의 단점 하나하나에 지치는 모습이랄까.


이제 4년 차밖에 안 된 우리는 어쩌면 신혼이지만

우리도 나름 문제는 많았다. 원래 신혼 초에 가장 많이 싸운다고들 하지 않나.


처음엔 집안일의 분배문제로 가장 많이 다퉜는데, 신랑이 자꾸 자기도 집안일을 많이 돕는다고 하는 거다. 기억이 어찌 된 건지 자기가 맨날 설거지를 했다나... 그래서 아얘 설거지는 네가 해라하고 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설거지를 바로 하지 않고 심할 때는 3일째 그냥 두는 거다. 바로바로 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성격상 결국 내가 다 하고 말았고, 계속 자기가 할 거라고 내버려 두라고 했던 남편도 결국은 수긍했다.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을...


신랑은 시간을 정신없이 쓰는(?) 사람이라 늘 바쁘다. 쉴 때면 마냥 누워있거나 티브이를 보고 놀고 싶어 한다. 나는 학원강사라 약간 늦게 출근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집안일을 다 정리하고 나갈 때가 많아서 결국 집안일은 다 내 몫이 되었다. 가끔 신랑이 도와주는 정도... ㅜ.ㅜ


이런 일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신랑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애초에 싸움 후에 요구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을 공평히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태도다. '우와 집이 많이 깨끗하네! 오늘도 청소했구나. 고생했네~ 고마워~ ' 이렇게 꼭 피드백하자!"

이런 반응이 난 참 중요했던 것 같다. 이건 잘 받아들여져서 신랑은 이제 자기도 열심히 한다면서 따지지 않고 바로 수긍한다.


" 진영이가 있어서 집이 잘 유지되지~. 나보다 진영이가 훨~ 씬 잘하니까.. 화장실 청소해 줘서 고마워~~ 빨래도 다 해놨더라."


" 그렇지? 내가 늦게 나가는 날에는 집이 뭐가 달라도 다르지? "

나는 또 으쓱한다. 그냥 잘하는 사람이 하는 거다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남편은 되도록 운전은 자기가 다 해주고, 퇴근할 때 항상 데리러 온다.

늦게 퇴근하는 나에게 운전해 주는 남편은 참 고맙다.

그리고 우리 남편이 제일 잘하는 것은 애정표현이다.

잠결에도 "많이 사랑해~" "우리 진영이 참 이쁘다." 할 정도다.

그저 립서비스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받고 있구나 생각하면 좋지 않나.


신랑은 표현에 인색하지 않고,

나는 남편이 뭐 하나 불편하지 않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일이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가끔 나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남편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정해준다.


급할 때 마트 가서 심부름해 주기.

쓰레기 봉지 묶어서 내다 버려주기 등


서로 조율하면서 사는 거지 생각하고 불만은 그때그때 해결하다 보니

처음보다 싸움이 많이 줄었다.


이혼숙려캠프를 보면서 혹시나 우리도 저런 부분들이 없었나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 부부들도 잘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 한 마음으로 응원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또 목요일을 기다린다.

(ㅋㅋㅋ 프로그램 홍보 아닙니다. 그저 우리 남편은 서장훈 님 팬이긴 합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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