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아니었어?
결혼하면 다들 택배 때문에 한번씩은 싸운다고 한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네..
일하다 보면 필요한 걸 사러 다닐 시간이 없어서 주로 인터넷 구매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이 편리하긴 한데
배송비 아끼려다가 괜한 물건을 더 산다던지
쇼핑 검색하다가 견물생심이라고 갑자기 갖고 싶은 물건을 덥석 사버리기도 하는 건 사실이다.
본래 소비를 별로 안 하고 살던 남편인지라..
처음에 택배 오는 걸 보고 엄청 기겁했었다. 뭘 저렇게 계속 사들이냐고...
사실 내. 가. 좀.. 많... 이.... 사..... 긴.......... 한. 다. ㅋ;;;;
겨울 동안 방학특강하느라 바빴던 나는
운동을 잠시 소홀히 했더랬다.
힘들게 다이어트했는데, 스멀스멀 살이 다시 찌는 중...
집에 예전부터 천국의 계단을 들여놓고 싶었는데,
요즘은 저가로 가정용 머신을 많이 판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몇 개 후보군을 뽑아서 남편한테 상의를 하기로 했다.
"있잖아.. 나 이거 갖고 싶은데....."
"어디 줘봐. 어떤 건지 내가 한번 볼게."
숨죽이고 남편이 제품 사양을 읽는 걸 바라본다.
과연 허락할 것인가.
"에이~ 이건 너무 허접스러워 보이는데. 기왕 살 거면 좀 더 검색해서 좋은 걸로 골라.
내가 말했지~ 한 번 사려면 좋은 걸 사라고. 예전에 진영이가 고데기 싼 거라면서 이것저것 사서 쟁이다가 결국 다*슨 그거 좋은 거 하나 사니까 더 이상 고데기 안 사잖아. 괜히 싼 거 사서 안 쓰면 그게 다 낭비라고.
돈이 없다고 가난한 게 아니야.
마음이 가난한 게 문제지. 괜히 싼 거 눈치 보면서 사기보다는 기왕에 할 거 좋은 거 사서 부자처럼 살아.
내가 말한 마음이 가난하다는 게 바로 그런 거야. 뭐든 좋은 걸 사기엔 낭비 같다면서 자꾸 싸고 질 낮은 걸 고르는 거 말이야. 한 번을 사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놓으면 쓰는 사람 마음도 부자 같고, 오히려 낭비도 적어진다고"
(일장연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요약하자면 저런 내용이다.)
내가 이것저것 사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결핍이라는 거다.
나는 가난하니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잘한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
처음에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미리 말해달라는 남편의 요구가 간섭 같고 진짜 싫었다.
근데 어느 정도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들은 어차피 분란이 될 거 한 두 번 물어보다 보니 크게 나쁘지 않았다.
딱히 꼭 필요한 게 아닌 건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말하려니 사려는 맘이 싹 사라졌고,
이번처럼 운동기구 같은 건 더 나은 선택지를 골라주니 더 나은 것도 같다.
결국 밤새 검색해서 70만 원 대의 계단 운동기를 샀다.
두근두근
이틀 만에 배송이 와서 거실 한복판에 설치를 했다.
역시~~ 고급스럽군. 인테리어에도 나쁘지 않고, 운동도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좋아?"
장난기 어린 눈으로 운동하는 나를 쳐다보며 남편이 말한다.
' 이거 돈 값하려면 열심히 타야겠군. ㅡ.ㅡ;;;;;'
아직은 완벽하게 소비에 대한 나쁜 습관들이 고쳐지진 않았지만 (여전히 충동구매질에 능함.ㅜ.ㅜ) 그래도 부자 같은 마음으로 사라는 남편의 말은 내 마음까지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