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관찰일기 1
스트레스 검사를 같이 받았는데 남편은 세상 녹색으로 그래프가 뜬다.
나는 도루 빨강경보
다이어트에 정신적인 평화는 쉽지 않은 건가 보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매번 바쁘고 정신없고
운전할 때는 다혈질에
뉴스 보면서 흥분하고 욕하고 난리인데..
왜 스트레스 지수가 낮은 거지?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이번 주에 뭔가 답을 찾은 것 같다.
남편은 참 객관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내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새로 만나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까다롭게 군다.
남자들이 얘기하는 말 중에
"선 넘지 마라"라는 말이 있는데, 신랑은 그 기준이 좀 타이트한 편이다.
선 넘으면 자비 없이 잘라낸다.
종종 얘기하지만
나도 그놈의 선을 애초에 한참 넘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하니까 참아주는 거라나 뭐라나..
물건에 있어서도 예외는 없다. 뭐 하나 사려고 할 때 한없이 망설이고 잘 사지 않는다.
반면 자기 물건은 애지중지 버릴 줄을 모른다.
이게 스트레스랑 무슨 상관인가 싶겠지만,
가만히 보니까 이 사람은 막상 자기 것이 되면 다 맘에 들어하고 좋은 점만 발견하는 것 같다.
이사 오고 나서는 세상에 이런 좋은 동네가 없다면서
동네가 외각에 있어서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공원이 많아서 좋다~
24시간 하는 마트가 있다니 너무~ 좋다.
등등
뭐 하나 사줘도 마찬가지다.
사기 전까지는 온통 사지 말라고 난리면서도 막상 사주고 나면 너무너무 좋아한다.
우리 소파 너무 잘 샀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가습기가 너무 맘에 든다. 코 건조함이 사라진 것 같다.
운동화가 너무 편하다. 가볍고 좋다~
이사 온 우리 집이 너무 좋다~ 우리가 월세가 아니었다면 이런 집을 구하지 못했을 거다
등등
우리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집을 구했다.
아직도 소송 중이다. ㅜ.ㅜ
보증금이 별로 없어서 외각에 집을 구했는데,
월세가 좀 비싸지만 계단으로 연결된 2층 구조의 집인데, 넓고 특이해서 이제야 신혼집 같은 느낌이 나긴 한다.
기왕 산 거,
기왕 이렇게 된 거
좋아하기로 한 사람처럼..
사람이든 물건이든
내 사람이면 내 것이면 한없이 좋게 본다.
아주 편파적이다.
처음엔 그게 참 이상했는데
그래서 저 사람은 행복하겠구나 싶다.
내 것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
내 가족이 최우선인 사람이다 보니
상황과 관계없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아닐까?
관찰할 맛 나는 인간이긴 하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