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접할 수 있는 사치
학원강사로 일하다 보면 커피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많다.
카페인이라는 것이 정신을 맑게 하기도 하고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신 차리고 보면 커피를 그란데사이즈로 두 잔이상 홀짝일 때가 많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
사실 다이어트할 때는 물을 진짜 많이 마셔야 한다. 순환이 좋아져야 살 빠지는 것도 수월해지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끊지 못하는 것은
맛에 대한 마지막 애착이랄까.
다른 것들은 살찔 걱정이 있지만
커피는 그 향과 맛에 중독되어도 살이 찌지는 않으니까
뭔가 입이 심심하고 가짜 식욕이 올라올 때
커피와 아몬드만큼 환상적인 궁합은 없다.
커피맛을 뭐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다 보면 브랜드마다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심지어 같은 스타벅스라도 지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처음 부천에 이사 갔을 때, 미안하게도 집 근처 스타벅스가 맛이 없어서 의도치 않게 커피를 끊었던 적도 있었다. 맛이 좀 부족하다 싶은 커피를 사면 하루 종일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러다 보면 서서히 커피가 줄어서 잠시 카페인을 몸속에서 털어내기도 한다.
커피애호가 들은 스타벅스가 탄 맛이 많이 난다면서 혹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한 스타벅스는 뭔가 중독성이 있었다.
점점 마실수록 양이 늘어나고, 스타벅스 커피를 한 잔이라도 안 마시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나기도 했으니까.
너무 많이 마신다 싶을 때는 의도적으로 양을 줄여야 할 때도 있었다.
약을 탄 건 아닐 텐데... ^^;;
지금 이사 온 동네에는 큰 산업단지가 있고, 각종 저렴한 브랜드의 커피숍이 다 모여있다.
다양한 음료를 팔기도 해서 여름에는 가끔 들르기도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그 지역을 지날 때면 유난히 스타벅스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산업단지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서 단독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을 쪼개서 스타벅스에 우르르 오는 것이다.
" 우와.. 스타벅스 비싸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도 엄청 잘 된다. "
그랬더니 남편이 말했다.
"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치잖아. 뉴욕에서는 베이글에 스타벅스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여성이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몇 천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사치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거지."
생각해 보면 예전에 비해 요즘은 저가브랜드 아니면 고급화로 양분화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화장품도 그렇고, 커피도 그렇다. 뭔가 좋은 걸 써보고 싶어도 화장품 가격은 진짜 기본 네다섯 배 이상 하니까 나도 선호브랜드를 포기하고 기능성이 좋다는 중소기업제품들로 갈아탄 지 오래다. 처음엔 그게 참 포기하기 힘들었다. 마치 내 피부를 포기하는 느낌이었달까.
커피 또한 저가 브랜드와 스타벅스를 비교하면 가격은 3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게 딱히 갈아탈 만큼의 가격차이는 아니고, 감당할만하달까.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도 있지만 실제 맛도 차이가 나긴 하니까 말이다.
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
커피 한 잔에도 왠지 나를 위해 뭔가 해준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면 기꺼이 지불할 만하지 않나
요즘엔 소금빵 하나도 3500~5000원까지 하는데,
나는 빵순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빵사먹는 것보다 차라리 맛있는 커피를 사 먹겠다.
예전에는 소개팅에서 아메리카노 시켜서 시럽 넣는 남자는 애초부터 퇴짜를 놨었다. 커피에 시럽이라니!!
내가 사랑하는 커피의 향과 맛의 차이를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런 공유도 안된다면 안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나 보다. (생각해 보니 나도 참 까다로운 인간이었군)
요즘엔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산미 있는 커피에 잠깐 빠져있긴 하지만
피곤한 아침, 스타벅스 커피의 향이 주는 매력은 쉽게 빠져나오긴 힘들 것 같다.
어제 급 떡볶이를 해 먹은 죄책감을
향기로운 아메리카노로 덜어내면서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시작해 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