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밥투정엔 수제 만두

by 최진영

"저번에 그 집 있잖아, 탕수육 맛있었는데.. 탕수육 사서 집에 가서 먹으면 안 돼?"


2시에 특강이 시작해서 10시에 수업이 끝나고 토요일 오전 수업준비로 11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길이었다.

말 그대로 파김치에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

늦게 끝나서 주차장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지만... 늦게 오라고 미리 연락을 했던 터라

탕수육 사러 가기까지는 에너지가 너무 없었다.


" 오늘 꼭 먹어야 돼? 내일 수업 일찍 끝나니까 그때 먹으러 가고, 오늘은 집에서 대충 먹자."


"... 탕수육 먹고 싶은데.. 내일은 안 먹고 싶을 수도 있고, 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그럼, 나 집에 내려주고 다녀와~"


" 같이 가면 안돼?"


실랑이를 하다가 그래 그럼 빨리 갔다 오자 했다.

그런데, 신랑이 투덜거리면서

"자기가 다이어트한다고 하면서 냉장고에 온통 자기 거뿐이잖아. 내가 먹을 게 없다고"

하는 거다.

안 그래도 피곤하던 터에 저 말이 신경을 찔러버렸다.


"아니, 내 건 파프리카랑 오이, 닭가슴살밖에 없는데! 그리고 내가 마트 갈 때 자기 필요한 거 사라고 했지! 밥도 안 먹는 내가 자기 굶을까 봐 밥도 해서 다 넣어놨잖아. 내가 다이어트해서 소홀한 건 없지 않아? 그건 쫌 억울한데!!"


신랑도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내가 언성이 높아져서 그랬는지, 슬슬 발동을 건다.

"냉장고 열어보면 다 자기 거 맞잖아! 아니 탕수육 사러 가는 게 그렇게 어려워? 어떻게 혼자 갔다 오라고 하냐!"


아무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서운함에 꽂힌 거 같긴 하다.

나는 내 서운함을 이야기하고, 남편은 자기 억울한 것만 이야기하다가 결국 큰 싸움이 나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다 차에서 내렸다.


씩씩거리던 남편은 탕수육이고 뭐고 굶고 잠이 들었고, 나도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뒤척거렸다.


아침까지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말도 안 하고 나를 학원에 떨궈주고는 휑하니 가버렸다.


'아~ 왜 저래.'


수업이 끝나고, 신랑은 늦게 끝날 예정이라 오후 시간이 좀 여유롭게 남았다.


운동을 할까? 이참에 달리기 연습이라도 할까? 흠.. 미세먼지 심한데.. 집에서 실내자전거??


그러다 문득,

'만두나 만들까?'


가끔 만두를 빚곤 했었는데, 이사하고 나서는 통 만들 엄두가 안 났었다.

차도 없는데, 마트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바리바리 재료를 싸들고 집으로 걸어왔다.

거리가 한 1.5km 정도 되었던 듯.. 칼바람에 손이 시리고 가방에 재료까지.. 쉽지는 않았다.


점심을 못 먹어서 대충 파프리카랑 닭가슴살, 오이를 꺼내서 월남쌈을 만들어 먹으면서 만두 빚기에 돌입했다.


신랑은 만두를 좋아한다. 처음 만두를 빚어주었을 때도 엄청 잘 먹었었다. 사실 바쁘고 힘들고 해서 아침저녁 챙겨주기가 쉽지 않았기도 했고, 다이어트하면서 저녁 늦게 같이 먹을 순 없어서 늘 혼자 알아서 먹게 두었던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다이어트할 때 월남쌈은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내준 것도 신랑이었다. 오이랑 파프리카랑 양파를 늘 썰어주었고, 덕분에 두 달 넘게 지치지 않고 다이어트에 매진 중이다.


' 피곤해도 탕수육 사러 같이 가줄걸..'


외식할 때도 항상 먼저 뭐 먹고 싶은지 물어봐주는 신랑인데,

다만, 혼자 뭘 하려고 하지를 않는다. 밥도 같이 안 먹어주면 굶어버리고,

아무리 늦게 끝나도 내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 저녁 뭐 먹지? " 한다.

진작 만두라도 빚어서 넣어둘걸..

혼자서 해 먹을 수 있게 이것저것 냉장고에 쟁여둘걸..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괘씸하기도 했다.

냉장고에 내 거만 잔뜩 넣어놨다니!! 그리고 화내면서 삐져서 말도 안 하던 게 진짜 별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가 말씀하신 게 있다.

"꼴면 손해야"

삐지면 너만 손해라는 뜻이다. 괜히 승질을 부려서 탕수육도 못 사러 간 건 신랑 탓이다. 누가 먹지 말랬나?


그래도 같이 화내고 있는 것보다는

내가 잘 챙겨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요즘 우리 부부가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같이 보는데,

가만히 보면 서로 누가 맞나 자기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고만 하지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 게 문제 같았다. 부딪히지 않고 각자 생각해 보면 교통사고처럼 100:0은 드문 일인데 말이다.

부부싸움에서 70:30, 80:20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두를 빚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신랑이 좋아할 거라는 걸 알았고

말하지 않아도 어제 화냈던 걸 스스로도 더 미안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만들어 놓고 저녁에 떡만둣국해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만두피가 너무 크고 잘 안 붙어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려니 신랑이 퇴근했다.


"갑자기 웬 만두를 빚고 난리래."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더니 보란 듯이 냉동돈가스를 꺼내서 튀겨서 밥을 먹는다.

아직도.. 삐져있다. 으이그~


대꾸하지 않고 차분히 만두를 빚는다.


다 만들어서 냉동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니 한밤중이다.


"내일 교회 가기 전에 아침에 만둣국 해주면 먹을래? 운전할 때 졸리려나? "


"음... 괜찮을 거 같은데? "

하더니.. 조금씩 화가 풀린다. 티브이 보면서 말을 건다.


자기도 화해하고 싶었겠지..


결국, 신랑은 백기를 들었다.

만두 먹을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너무 배고파서 그랬겠지.. 나도 잘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줬다.


싸움에 있어서 최고의 선택은 상대방을 어떻게 골탕 먹일까 보다

한 발 앞서서 더 위해주는 것이 한수 위라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시간 되면 만두를 더 맛있게 한 번 더 해놔야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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