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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라노바 Sep 04. 2016

기억의 배반

사라진 홍콩의 스파이시 크랩 맛집 '다리 밑 매운 게'

홍콩이 처음이라 들뜬 아내를 데리고 저녁 식사를 위해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스파이시 크랩 Spicy crab’ 식당이었다. 예전 출장 때 이곳 일본인 주재원이 맛집이라고 데리고 갔던 곳이다. 바삭한 마늘 튀김과 매콤한 게 맛이 어찌나 인상적이었던지. 언제 다시 홍콩에 올지 기약은 없었지만, 나는 그에게 한자로 된 가게명을 적어달라고 해서 지금껏 보관해왔었다. 그리고 그것이 빛을 볼 때가 마침내 온 것이다! 


몇 년 전이지만 기억은 생생했다.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가 마천루가 내다보이는 육교를 이용해 걸어 가던 바로 그 길 말이다. 그때 기억 그대로 스타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 왔다. 화려한 야경의 도심을 지나 익숙한(?) 이면도로에 갈 때까지의 분위기는 절정이었다. 


문제는 제대로 온 것이 틀림없는데 크랩 식당이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 주변 골목길까지 다 둘러봤지만 허사였다. 시간은 이미 풀코스 식사에 디저트까지 마쳤어야 할 때를 넘기고 있었으니,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의 분위기가 아내의 얼굴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관광안내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맛집이라지만 기억 속의 그 집은 작고 허름한 식당 으로 안내센터 같은 곳에서 알려줄만한 곳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호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한 시간째 찾고 있는 식당인데, 혹시…?”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 여기요? 유명한 집인데...여기가 아니고, 건너편에서 트램을 타고 네 정거장을 간 후, 어쩌고 저쩌고...”. 직원은 지도 위에 친절하게 펜으로 표시까지 해주었다. 그런데...이럴수가! 

그가 말한 곳은 이곳과 정반대 방향인 코즈웨이베이 지역인데다, 한 군데가 아니었다. 대부분 몰려 있긴 했지만, 분점까지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C) Illustration by Terranova


어쨌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래도 가면 ‘아, 여기였구나’라는 느낌일 줄 알았는데, 도착한 그곳은…완전히 낯선 분위기였다는 거~


Hong Kong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는 학계에서도 실험으로 입증한 바 있다. 조각난 기억,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들로만 편집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라고 한다. 자신의 기억을 너무 믿지 말자.  


그리고 또 하나! 맛집들은 크든 작든 의외로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찾을 때 혼자 전전긍긍하지말고 길가는 행인, 지하철 역무원 등 누구에게든 물어보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대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에피소드 시리즈는 여행매거진 '트래비'와 일본 소학관의 웹진 '@DIME'에서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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