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AI디지털 교과서가 공교육에 적용된다. 세차게 불어온 온라인과 디지털혁명은 교육현장에도 거센 변화를 불러올 참이다. 교육부장관은 더할 나위 없이 자신에 찬 모습이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섞인 반응도 더러 들려온다.
어차피 온라인이 대세가 되어가는 이즈음에 인공지능 AI가 교육에 활용되는 일은 자연스럽다 해도, 한창 성장발달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AI로 대체하는 일이 과연 긍정적인 교육효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해외 각국에도 유사한 시도와 정책이 간간이 고려되고 운용되었지만, 우리처럼 전국적인 단위로 전개되는 일은 초유의 발상이 아닌가 싶다.
우선 장점. AI교과서를 도입하면 학습의 개인화가 가능해진다. 학생 개인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서 개별적인 학습스타일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극대화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학습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터이다.
또한, 이에 따라 학생에게 제공할 정보와 지식 내용의 업데이트가 가능해서 종이로 만든 교과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점도 여럿 지적된다. 기술접근성에 있어 디지털기기와 인터넷 연결이 고르게 확보되지 않으면 디지털 격차로 인한 교육의 불평등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교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준비가 있는지도 생각깊은 확인이 있어야 한다. 교육을 맡아 지식을 전달하고 지적발달 뿐 아니라 인성지도와 과 체력인도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교육의 본질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정보의 보호와 교육관련 데이터의 보안문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AI가 수집했을 학생 개인의 학습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술분야 뿐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사회일반의 숙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 터이다.
기술은 문화를 바꾼다. AI가 교육도 바꿀 모양이다. 본격적이며 전면적으로 AI디지털 교과서를 공교육에 적용하기 전에 새로운 기술을 세심하게 살피며 검토하는 사회적 노력이 요청된다. 미국에도 AI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플랫폼들이 존재한다. 수학학습플랫폼 드림박스(Dreambox)는 학생의 수학학습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수학교육에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영국에도 AI학습플랫폼 센츄리테크(CenturyTech) 등 디지털학습시스템이 여러 학교에서 시험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적용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도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보이면서 AI기술을 교육에 접목시키는 시도들이 있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다. 디지털세상의 원주민인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에 전통 아날로그 일변도의 교육방식은 물론 통하지 않는다. 다양한 온라인환경에 제한없이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않은 과제다.
AI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에 적용하는 일도 검토해야 하지만, 온라인 교육환경을 기초부터 새롭게 쌓아올리는 일에는 생각보다 세심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