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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Nov 08. 2024

왕과 대통령, 백성과 국민.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기로 하였다. 소란스러운 정국을 설명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설 터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방 미국은 대선을 치른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대한민국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도 사뭇 관심을 끈다. 


조선이 무너진 후 짧았던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를 지나 그리 심도깊은 훈련없이 우리는 민주정체를 국체로 삼았다. 그래서였을까, 산업화의 귀한 발자취를 남기면서도 우리는 본격적인 민주화에는 더디 다가섰다. 아직껏 무르익었다 말하기 힘든 민주주의의 토대는 언제 든든하고 편안하게 설 것인지, 국민은 늘 목이 마르다.


왕과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 그 옛적 백성과 오늘의 국민은 같은가 다른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국민의 기대와 권리가 이따금씩 외면당하고 배반당할 적에 우리는 당혹스럽다. 조선의 백성은 왕정체제의 피지배층으로 왕권에 속하는 존재였지만, 오늘날 국민은 민주체제에서 국가의 주권자로서 독립적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백성이 피동적 종속자였다면 국민은 능동적 주체자이다.  


백성은 왕의 통치 아래 보호받으면서 세금을 내고 의무를 지며 나라의 정책과 정치적 결정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정책과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권리를 가진다. 법 앞에 평등하고 기본적 인권이 보장될 뿐 아니라 국가는 국민을 보호의 대상일 뿐 아니라 국가의 주체로 인식한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세습하여 권좌에 올랐던 옛적 왕의 권력은 유교이념과 천명사상으로 정당화되었다. 조정과 신하들의 자문과 조력을 받지만, 왕은 국가의 운영에 있어 무한한 최종결정권을 가졌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선출하며, 권력은 국민의 선택과 민주주의 원칙에 기반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제한되고 국민에 의해 위임된다. 


행정부의 수반으로 정책을 결정하지만 입법부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사법부인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왕의 임기는 종신제였지만 대통령은 법에 따라 정해진 임기 동안에만 임무를 수행한다. 왕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다스리는 군주로 신성시되었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자로서 민주적인 권위를 가지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 대통령의 권위는 헌법과 국민의 지지로부터 비롯한다. 


국민을 향한 담화에 나서는 대통령은 국민 앞에 겸허해야 한다. 들려줄 메시지는 간결하고 분명해야 하며, 국민의 시선과 눈높이를 적절하게 헤아려 진솔하고 시의적절해야 한다. 정부에 실수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행정부 최고위 책임자로서 분명하게 시인하고 타당하게 고쳐 갈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에 임할 수 있도록 균형있고 사려깊은 주제 선정과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더라도 담대하고 자신있게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킬 대표성과 책임감이 우러나야 한다. 통치하는 왕이 아니라 대변하는 대통령으로 나서야 한다. 백성이 무서워하는 왕의 모습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는 대통령의 참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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