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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eeker Nov 04. 2016

4차 산업혁명과 교육 패러다임

Learn How to Construct Knowledge


영화 <바이센터니얼 맨, 1999>에서 가사도우미였던 로봇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되고, 영화 <아이, 로봇, 2004>의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빠른 학습능력으로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시스템을 넘어선다. 어린아이의 지능을 갖고 있던 로봇이 사람들의 도움으로 학습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는 과정을 묘사한 영화 <채피, 2015>에선 죽어가던 로봇 제작자가 자신의 의식과 기억을 로봇에 전송시켜 육체는 죽었지만 그의 의식은 로봇의 인공지능 안에 살아남는다. 수개월 전 알파고(AlphaGo)가 보여준 놀라운 인지능력은 이 모든 영화 속 이야기들이 상상일 뿐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 없게 만들었다. 사람처럼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계라니...


출처: 다음


지난 1일 방송된 KBS 1 TV의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미국, 일본, 독일 기업들이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으며 지금 당장 제조업과 물류 현장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각종 로봇들과 대형트럭의 시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산업에서 뒤처져 있음을 개탄했고 앞으로 전 세계의 경제 판도가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달려있다고 경고했지만 그로인한 실직문제에 대해선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2-3차 산업 혁명을 거치는 동안 산업 분야를 제외한 경제, 정치, 교육의 패러다임은 1세기 이상 큰 변화 없이 기존 틀을 유지해 왔다. 2000년대 인터넷으로 인한 3차 산업혁명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디지털화로 인해 코닥과 같은 아날로그 기업이 몰락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생산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인의 삶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국가는 기업과 국민이 낸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 정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현실이 되어 제조, 운송, 서비스업 인력이 로봇으로 대체되고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로 광고, 뉴스 보도, 영화를 아바타로 채우고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 의료, 사회의 치안까지 로봇이 담당하게 된다면 제조업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과 택배업 관계자, 모델, 가수, 아나운서, 영화배우, 교사, 약사, 간호사, 의사, 경찰, 군인까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4차 산업 혁명은 거의 모든 산업의 직업 종사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소득원을 잃는다면 자본과 생산 체제를 독점한 로봇,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실직자들의 삶을 보상해 주려 할까? 국가는 어디서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까? 먹고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직업은 한 개인의 정체성에 있어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일이 없다면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까? 가상현실 세계로 도망가는 고글을 낀 채 현실을 잊고 식물인간처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출처: 구글 이미지


이렇게 많은 문제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터진 강둑의 물을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해마다 출시되는 가전제품, 휴대폰, 자동차의 신제품들은 몇 가지 기능을 합체했거나 기존의 기능을 향상한 버전으로 이미 시장은 수요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에 돈 냄새를 맡고 뛰어든 기업들을 막을 수도 없다.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대량 해고와 실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의 국가운영시스템이 아닌 전혀 새로운 체계를 고안하기 위해서 학계와 정계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소득'이라는 경제 프레임이 성립되지 않는 미래 사회의 복지체계와 로봇과 인공지능을 어느 분야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로봇 생산체계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로봇으로 낮은 생산가에 상품을 만든어 낸들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상실한다면 기업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20세기 초 영국의 번영은 증기기관과 방적기계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왕정에서 내각책임제로 정치체계를 바꾸었고 자본주의를 경제 시스템으로 채택하여 사회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따라서 기술적인 발전 이외에 4차 산업혁명이 동반하는 대규모 지각변동을 미리 대비하는 나라가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자기공명 장치(fMRI)를 이용해 밝혀지고 있는 인간의 뇌 구조와 유아의 학습 방법을 응용한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국가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개인이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기존 지식을 학교라는 틀 안에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를 넘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지식을 찾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할 때이다. 현재 유망 직종이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가 설계한 컨베이어 벨트 조립라인에 의해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이 모델을 교육에 그대로 도입해 주요 산업에 필요한 지식을 교과서라는 도구를 이용해 일괄적으로 가르치고, 마치 공장에서 제조된 상품을 심사하듯 배운 정도를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하는 표준화된 교육시스템이 정보를 무제한으로 공유하는 3차 산업혁명 이후까지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한국은 다른 나라의 선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RSA ANIMATE: Changing Education Paradigms


문제 제기 - 가설 수립 - 실험으로 가설 검증 - 새로운 지식을 정립하는 능력을 서구에서는 수학, 과학, 사회 수업을 통해 중학생에게도 훈련시킨다. 우리의 학생들이 암기와 이해라는 지적 능력만을 발달시키는 동안 서양 아이들은 문제해결력과 더불어 세상을 자신의 지적능력으로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어릴 때 부터 배운다. 일 년 수업 시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국은 서구보다 1.5년 이상 앞선 수학, 과학 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식을 학습자 스스로 창조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해 왔기 때문에 애플이 하는 'think different' 를 우리 기업은 할 수 없는 것이다.


1985년 윈도우가 처음 출시된 후 가정용 PC로 인터넷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며 정보를 검색하기까지, IBM이 1992년 처음 스마트폰을 개발한 이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의 터치폰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단지 15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로봇과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활용될 즈음이면 현재의 중, 고등학생들은 30대 전후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어느 날 노동 시장에 대변혁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들은 대학에서 자신이 전공한 학과의 전문지식을 사회에서 발휘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간의 인지력과 지혜는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단계로 발달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와 진화 능력을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의 교육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어쩌면 로봇 덕분에 인간이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지성의 힘으로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으려면 정치와 경제 구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열린 사고, 우리의 고정관념의 경계를 넘어선 치열한 토론과 고민이 요구되는 시대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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