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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eeker Nov 01. 2016

집중이 안된다면 작업기억이 원인이다

Working Memory & Attention Control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시청하고 있는 아이를 엄마가 큰 소리로 불렀지만 아이는 대답이 없다. 모든 신경이 TV 화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지금 이 아이의 머리 속에선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관제탑인 central executive (Baddeley, 1996)가 시청 중인 프로그램과 관련이 없는 자극들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어진 영어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으라는 문제를 풀고 있을 땐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분명히 큰소리로 한 문장씩 읽고 해석도 막힘없이 잘 했는데 방금 전에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엄마의 눈치만 살핀다. 이는 아이의 작업기억의 관제탑이 현재 하고 있는 과제의 내용을 머릿속에 유지하는 '작업'을 영어 독해 과정에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구글이미지


단기 기억의 새 이름, 작업기억

일반적으로 기억을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단기 기억은 좌뇌와 우뇌에 독립적으로 위치한 단기 기억 장치들(short-term storage)에 입력된 정보만을 의미하고, 이러한 단기 기억장치들이 받아들인 단편적인 정보에 주의력을 집중시켜서 이들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관제탑에 전달하고 적절히 통합하는 인지 능력은 작업기억에 해당한다 (Baddeley& Hitch, 1974). 예를 들어, 휴대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서 책상, 소파, 화장대를 오가며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려놓는 동안 당신의 작업기억은 냉장고 안에 있는 우유를 꺼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되어서 우뇌의 두정엽(posterior parietal cortex)에서 인지한 휴대폰을 놓은 장소에 대한 시공간 기억(visual-spatial input)을 전전두엽에 전송하지 못했다. 010-0000-0000, 8자리의 전화번호를 듣고 무사히 종이 위에 메모하기 전에 우리는 몇 번씩 속으로 번호를 순서대로 반복한다. 이때 작업 기억의 central executive가 좌뇌의 두정엽에 입력된 청각 정보(verbal input)를 잊지 않기 위해 반복연습(rehearsal)이란 학습전략을 사용한다 (Smith & Jonides, 1997).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작업 기억을 쓰고 있지만 그 존재에 대해 막연히 '기억력', '건망증', '집중력'이란 어휘로 불러왔다.


출처: 구글 이미지


 multi-tasking이 작업기억력을 저하시킨다

단기 기억 장치에 입력된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고 이를 다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려면 우리 뇌가 가진 작업기억의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인해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작업기억력이 퇴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직장인들은 주어진 일을 하다 말고 이메일이나 문자를 확인하느라 하던 일에 집중을 못하고 아이들은 한 시간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의 숙제를 앞에 놓고 웹툰을 본다거나 친구에게 온 문자에 답장을 하느라 공부의 흐름이 깨져서 3시간씩 숙제를 하고 있다. 한 때 multi-tasking이란 말이 유행했고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으로 수행된 과제들의 에러 발생률이 더 높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이는 작업기억의 관제탑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수많은 비행기가 이착륙을 기다리는 국제공항에서 관제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각 비행기의 이착륙 순서를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현재 하늘 위에 떠 있는 항공기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관제탑의 기능이 마비되면 하고 있는 작업이나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원하는 결과를 제시간에 얻을 수 없게 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작업기억을 저하시키는 외부 환경들

우리의 핵심 지적 능력을 자의에 의해 저하시키는 환경은 휴대폰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 전문점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고등학생들도 카페에서 영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입시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집에 혼자 있으면 침대와 텔레비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밖에서 공부하는 차선책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소리와 옆 자리의 대화 내용을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자신이 공부하는 내용에 집중하려면 방해 요소가 없는 환경보다 두뇌의 에너지 소모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고 공부한 분량도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공부할 때 음악을 들어야 집중이 잘 된다고 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정적 심리 상태를 음악이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상쇄하려는 시도이지 실제로 공부의 효율이 더 오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눈으로 읽은 문자를  머리에 넣기 위해서 소리를 밖으로 내던지 아니면 속으로 읽던지(inner voice)간에 반드시 '음성'이라는 형태로 입력 해야 한다 (Smith & Jonides, 1997). 따라서 공부하는 내용 이외에 추가로 귀를 타고 들어오는 음악소리를 작업기억이 애써 주의력을 동원해 차단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부에 100%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요약하자면 주어진 과제를 최대한 정확하고 빨리 끝내려면 우리 뇌 안의 작업 기억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려면 집중에 방해가 되는 외부 자극을 최대한 제거한 환경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마트폰과 음악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동안 무심결에 지우개와 같은 물건을 손으로 계속 만지작 거린다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작은 행동들도 작업기억을 방해하므로 아이들이 이러한 습관을 가지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어른들도 바쁘게 살다 보니 너무 많은 생각을 한꺼번에 떠올려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전 같지 않은 머리 탓만 할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이나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메모하는 습관으로 작업 기억의 분산을 막을 수 있다. 반복되는 사소한 습관이 우리의 작업기억력을 높일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ferences:

1. Baddeley, A.D. (1996). Exploring the central executive.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 Psychology, 49A, 5-28.

2. Baddeley, A.D., & Hitch, G. J. (1974). Working memory. In G. A. Bower (Ed.), Recent advances in learning and motivation (Vol. 8, pp. 47-89). New York: Academic Press.

3. Smith, E. E.,& Jonides, J. (1997). Working memory: A view from neuroimaging. Cognitive Psychology, 33,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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