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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eeker Oct 25. 2016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공부

공부의 필수요소 - 학습전략과 메타기억


1990년대 학생들은 교사가 핵심 원리만 설명해 주면 세부 지식은 혼자 공부할 줄 알았고 모르는 문제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시절에 공부를 방해한 것은 TV 드라마와 라디오 정도. 반면에 인터넷과 컴퓨터의 보급이 보편화된 2000년대에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아이들이 급증했고 사교육 비중도 늘어나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정확히 예상해주는 족집게 학원과 과외수업이 성행했었다. 스마트폰이 공부를 방해하는 주범이 된 현재의 학습 환경에선 특정 과목의 중요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도 선생님이 해주길 원하고 시험에 나올 지식을 교사가 학생의 머리 속에 다운로드하듯 집어넣어주는 것을 공부로 인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대한민국은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마비시키는 쪽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로
저하되는 기억력과 인지기능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역사... 거의 모든 과목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지도 않고 학원에서 배우는데 왜 점점 더 공부하는 능력은 감소할까? 그 첫 번째 표면상 원인은 스트레스다. 학교와 학원 양쪽에서 하루 종일 수업과 숙제에 끌려다니느라 쉬지도 못하고 성적은 안 오르니 부모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한다.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티솔(cortisol) 호르몬이 뇌의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다량의 코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면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hippocampus)가 퇴화되고 뇌 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연결망의 역할을 하는 시냅스(synapse)의 수가 감소해 시각과 청각으로 입력된 정보를 좌뇌와 우뇌에 위치한 인지 영역으로 보내는 속도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학습자의 판단력도 느려진다 (Wolfe, 2001). 따라서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공부에 필수적인 기억과 인지 기능은 떨어지는, 부모의 기대와 정반대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뇌 속의 해마 위치 (출처: 구글 이미지)
뇌의 정보 전달 통로인 시냅스 - 뉴런들 사이의 연결이 많을수록 인지력이 향상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서비스로 전락한 교육

학습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은 사교육이 주가 된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학습자가 공부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업을 원하는 수요의 주체는 높은, 향상된 성적을 원하는 학부모이고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수업을 제공하는 쪽은 공립학교가 아니라 사교육이다 보니 지식의 일차 공급자인 학교는 교육의 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실제 수요자인 학생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부모는 시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자녀를 다른 학원으로 보낸다. 이렇게 되면 학습자는 낮은 성적에 대한 책임이 공부를 하지 않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제대로 주입시키지 못한 학원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고 배워야 할 지식(시험에 나올 문제)을 타인에 의해 자신의 머리에 입력시키는 과정으로 공부를 인식한다. 이러한 사교육 관행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돈을 주고 사는 '서비스'로 격하시켰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가치가 변질된 교육은 인성 함양이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지식을 학습자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기능만 중요시되고 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필수요건
학습 전략과 메타 기억

학원은 성적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높은 성적을 위해 필요한 학습능력은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우리의 지필시험은 해당 과목에 대한 지식의 암기 여부를 측정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원하는 성적을 얻으려면 지식을 기억이란 형태로 머리에 저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배운 내용을 효율적으로 기억하는 방법(learning strategy)을 터득해야 하고 자신이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meta-memory)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는 학습 전략이고 후자는 메타 기억이라 불리는 인지 능력이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알고 있는 지식을 떠올릴 수 있을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메타 기억은 만 7세부터 12세 사이에 발달한다 (Krebs & Roebers, 2010). 그러므로 초등학교부터 학원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기억을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학원에서 정한 교재의 문제들을 숙제로 풀어야 하는 아이들은 해야 할 분량을 빨리 마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여유가 없고, 수업시간에 교사의 명료한 설명을 들을 때는 자신이 그 내용을 전부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어 혼자 따로 공부를 더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시험에서 정답을 찍는 '요령'을 학습 전략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학습 전략은 기억을 강화(consolidation)시키는 학습방법을 의미한다(Schunk, D.H., 2012). 표, 그래프, 연대표, 조직도 등을 이용해 배운 내용을 정리(organization)하고, 기억해야 할 내용의 핵심 부분을 말로 요약하거나 영어 문법과 수학. 과학의 법칙을 이해했는지 설명(elaboration)하는 능력은 학습자가 습득해야 할 학습전략들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요약정리와 설명은 교사가 전담하다 보니 학생들은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식별할 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가르치는 선생님들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 잡는 방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 교육이라 했건만 지금은 고기를 잡아서 손질하고 요리해서 가시를 발라낸 살점만 골라서 입에 떠 넣어주고 있다. 기억을 유지, 점검하는 소화 과정도 교사가 담당하기를 기대하니 학습자가 배우는 것이 있겠는가? 이것이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공부를 속성 인스턴트식품처럼 포장해서 학부모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요구르트, 된장, 와인 같은 몸에 좋은 slow food는 발효라는 숙성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식재료를 골라 먹기 좋게 다듬고 썰듯이 중요한 정보를 알아보는 안목을 학습자 스스로 길러야 하고 효과적으로 이해, 기억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학습 전략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인지력을 사용해 모르는 내용을 알려고 노력해야 두뇌라는 효모를 이용한 공부의 발효가 제대로 될 것이다.



References:

1. Dunlosky, J., & Bjork, R. A. (2008). The integrated nature of metamemory and memory. In J. Dunlosky, & R. A. Bjork (Eds.), Handbook ofmetamemory and memory. New York, NY: Psychology Press.

2. Krebs, S. S. & Roebers, C. M. (2010). Children's strategic regulation, metacognitive monitoring, and control processes during test taking. Br J Educ Psychol, 80(3), 325-340.

3. Schunk, D.H. (2012). Learning theories: An educational perspectives (6th ed.). Boston: Person.

4. Wolfe, P. (2001). Brain Matters: Translating Research into Classroom Practice (2nd ed.),  Alexandria, VA: 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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