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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Nov 10. 2020

해외에서 홀로 살아가는

나를 보살피고 가꾸는 일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덧 해외 생활을 시작한 지 만 8개월. 곧 1년이다. 사실 해외생활을 계획하고 시작할 때에는, 한국에도 자주 오갈 계획이 있었으므로 '한국에서 자취하는 것이랑 뭐가 다를까?'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한국에서도 기숙사 생활 3년, 자취 4년을 홀로 행복하게 보냈으니 자신이 있었다. 


 그치만 코로나라는 변수로 계획대로라면 세 네번은 다녀왔을 한국을 단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고, 앞으로도 다녀올 수 있을 지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 내 해외생활은 덜컹거렸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변수를 제외하고도 해외서 혼자 산다는 것은 한국에서 혼자 산다는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 많고, 조금 더 나를 세심하게 대해줘야하는 순간들이 많이 찾아온다.


 먼저, 생활에 가장 중요한 '음식'을 잘 챙겨야 한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익숙하지만, 해외에서는 주위에 들리는 말, 보이는 글자를 해석하려고 귀를 기울이고,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더 종종거리게 되어 한국에서와 똑같이 생활해도 집에 돌아오면 1.3배의 고단함이 찾아온다. 힘이 들면 가장 소홀해지는 것이 음식이다. 밥을 지어 먹을 것을 햇반을 돌리게 되고, 여러가지 음식을 꺼내기 귀찮으면 라면을 끓여 한 그릇 음식으로 퉁치기도 하고, 이마저도 지치는 날에는 자연스레 배달을 시키게 된다. 편하고 맛있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나면 불편한 배부름이 찾아온다. 



 물건을 살때도 한국에서와는 다른 용도, 질이 달라 세심히 살펴보고, 설명서는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사야한다. 병원도 한국과는 많이 다르니 아프지 않도록 챙겨야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 영양제도 먹고, 조금이라도 더 걷고, 운동도 해야한다. 잠도 잘 자고 면역력에 좋은 제철 음식재료도 찾아봐야 한다. 내가 하루이틀 챙기지 않더라도 큰일이 나진 않겠지만, 챙기지 않아 아프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홀로 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내가 지금 기분이 어떤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무엇을 싫어하는 지 계속해서 파악해서 돌보아야한다. 홀로 단단히 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다. 






타국에서 나는 나를 가장 챙겨야한다. 조금 귀찮더라도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힘들더라도 생존과 건강을 위해 움직이고 운동해야한다. 혼자 산다는 것은 '나'를 잘 먹이고, 보살피고, 키우는 일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샤워 후의 개운함과 보송함을 위해 코스트코에서 수건을 사왔다. 인터넷에서 값싼 수건을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직접 만져보고 질이 좋은 수건을 선물해주고 싶어 종종 다녀왔다. 이 수건을 사용하기 위해 집에가서 뜨거운 물에 한번 삶고, 햇볕에 바싹 말리는 수고로움이 더해질 테지만, 나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한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수건을 삶으며 주말을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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