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재외 한국학교 합격기 /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써보았다.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학연, 지연으로 알게 된 옹골찬 정보원들은 고급 정보를 주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저 경력교사부터 고경력 교사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길 바라고, 부장직을 역임할 교사가 귀임한다면 부장직을 수행할 수 있는 교사를, 부원이었던 교사가 귀임한다면 그 부원을 충원할 수 있는 교사를 뽑는다는, 생각보다 당연하지만 직접 듣기 전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려주었다. 또한 해마다 담임, 영어, 음악 전담 중 기존 선생님들이 많이 귀임하시는 부분이 다르다는 실질적인 포인트들도.
학교도 회사와 마찬가지다. 학교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느끼는 학교란 단순히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 교육만 하는 공간으로 생각되기엔 조금 섭섭할 만큼 다차원의 공간이다. 리모컨만 돌리면 다큐부터 예능까지 가지각색의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텔레비전처럼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보육부터 기초학습, 영재교육, 예체능 교육, 사회화, 친목, 남들 다하는 체험부터 우리 학교만 하는 특색 체험까지 다양하게 기획하고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각 이벤트는 출근만 하면 '짜잔, 오늘은 옆 공원으로 체험학습을 가볼까요?' 하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언제 갈지 기획하고, 예산도 잘 배정하고, 사고 안 나게 수행도 하고, 다 하고 나면 잘했다고 보고서도 그럴듯하게 써야 한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학교 안에서 잘 돌아가기 위해서 각 교원들은 수업은 기본이요, 저에게 주어진 저마다의 기능을 잘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학교의 생리에 맞게 나는 그 학교에서 필요한 기능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사람임을 어필해야 했다. 가만히 있는데, "오, 당신의 관상을 보아하니 인재군요, 부디 우리와 함께 일해요."라고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건 2000년대 초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 속에서 "내 눈에 띈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의 상황에서만 가능한 판타지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재외 한국학교의 내 자리를 쟁취해 내기 위해선 스스로 나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엮어내야 했다.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의 기능적인 부분을 어필하다가 보면 내가 '기계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하나의 나사에 지나지 않는 건가'라는 회의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이왕 내가 나사가 되길 자처하는 상황이라면 '윤기 좔좔 흐르는 기가 막힌 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은 나의 역량이다.
나는 내가 가진 부분을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하였다. 모든 부분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내 인생 이야기를 매력적이고 진솔하게 포장하였다. 고경력이 아님에 미숙한 부분을 저경력이기에 가진 참신함으로, 큰 학교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의 아쉬움을 작은 학교에서 겪었던 굵직한 업무들로, 짧은 경력임에도 대학생 시절부터 부임 이후까지 계속해서 노력하여 성취했던 부분을 나의 성실성과 근면함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와 실력은 영어 공인점수로 보여냈다.
다행스럽게도 서류가 통과되고, 무사히 면접을 마친 후 2019년 11월 말. 나는 2020학년도 중국의 한 지역의 재외 한국학교에 영어교사로의 합격을 통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