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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킴 Apr 10. 2022

01. 신혼집 구했으면 결혼 준비가 다 끝났다고요?!

"집은 구했어? 에이 그러면 결혼 준비 다 끝났네?"(?)

  주변에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가 “집은 구했어?”다. 구했다고 답하면 다음 이야기는 열 중 아홉이 “그럼 다 끝났네!”였다. 뭐가 다 끝난 걸까? 웨딩홀 구하는 것부터 예복, 한복, 스드메, 청첩장까지 할게 투성이인데 말이다. 결혼 준비의 9부 능선을 넘어가는 지금, ‘다’는 아니라도 ‘거의’ 끝난 건 일부 맞는 이야기 같다. 전체 글의 첫 서막을 ‘신혼집’으로 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의 결혼 선배들이 ‘신혼집 구하기’를 결혼 준비의 메인 단계라고 입을 모아 부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결혼 과정에서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관문이다. 월세로 살지 않는 이상 적어도 수도권 기준으로 투룸, 빌라,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억 단위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요새 집값이 올라 억 단위가 익숙해도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숫자인 건 분명하다. 1년 내내 일해서 번 돈이 1억을 넘는 사람이 많지않다. 이 정도 돈이 오가는 거래는 결혼할 때 처음 겪어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누구나 집을 구할 때 심리적 두려움이 생긴다. 물론 최근 몇 년 간 부동산 투자가 매우 활발해지면서 갭투자, 청약, 지방 아파트 투자 등을 하고 있는 2030세대가 많아졌다. 그래도 언제나 주거지를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둘째,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집 구하기다. 웨딩홀, 스드메, 스냅 등 기타 결혼 준비 분야들은 선택지가 많다. 워낙 시장에 상품이많기 때문에 내 조건에 맞는 선택지를 몇 개 고르고, 가장 적당한 곳을 정하면 며칠 안에도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집은 그렇지 않다. 매매에서는 매도자가 있어야 매수를 할 수 있고, 전/월세에서는 임대인이 있어야 임차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위치, 예산, 종류의 집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결정 과정이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결혼 준비 과정 중 가장 긴 호흡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며칠 안에 되기 힘들고, 결정 이후에도 계약, 대출, 인테리어, 이사 등 생각할 요소가 너무 많다. 중간에 하나만 일정이 틀어지더라도 그 스트레스와 기회비용은 엄청 크다. 그리고 기타 결혼 준비 과정에서 일정의 돈만 지불하면 웨딩플래너에게 일을 맡길 수 있지만, 집은 스스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 손길이 들어가야 하는 게 집 구하기다. 이렇게나 복잡한 특징 때문에 신혼집 구하기가 결혼 준비의 끝판왕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 신혼집을 구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구해야 할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지하주차장 유무까지 고려 요소에 들어가겠지만, 그렇게 되면 고려 안할 요소가 없다. 그래서 크게 위치, 예산, 종류, 주변 환경을 신혼집 구할 때 핵심 고려 요소로 골랐다. 아직 아이가 없을 때는 집 크기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고, 학군은 조금 나중 이야기로 미뤄도 나쁘지 않다.  


  신혼집을 구할 때 누가 뭐래도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위치’다. 신혼집이라는 단어부터 이 집은 혼자가 아닌 둘이 사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는다. 신혼집은 부부 양쪽의 직장이 모두 오고 가기 편한 곳에 고르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랑 또는 신부의 직장 한쪽에 가깝게 맞추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신랑은 20분 만에 출근하는데, 신부는 2시간 걸려 출근하라고 하면 그건 신혼집을 잘못 구한 거다.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면,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체증까지 고려해 직장까지 실소요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환승 횟수, 배차 간격, 승객 포화도 등을 고려해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기준 실소요 시간을 따져봐야 한다. 집의 종류, 가격 등을 욕심내다 위치를 신경 쓰지 않다가는 만성피로 악마가 몇 달 내로 온몸을 감쌀 것이 확실하다.  


  두 번째 고려 사항은 예산이다. 신혼집 구하는 게 어려운 이유 중 한 가지가 큰돈이라고 말한 것처럼 집을 구할 때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배달 팁 3,000원도 아까운 시대에 3억 원은 정말 손이 떨릴 금액이다. 대출도 필수다. 대출 상품에 따라 금리도 달라지고, 금리에 따라 월 이자가 달라지니 고민할게 많다. 마음껏 대출을 해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금리는 대부분 변동 금리라 매달 일정하지도 않다. 우선 내가 가진 돈과 신용에 맞춰서 집을 구해야 하고, 향후 예상되는 금리 변동으로 이자 변화까지도 대비해야 한다. 집을 매매한다면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세금 및 중개료를 포함한 총 지불액이 신혼부부 두 사람의 경제 상황에서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보통 신혼집을 구하다 보면, 투룸보다는 빌라, 빌라보다는 아파트, 구축보다는 신축으로 욕심이 생긴다. 주변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인증샷은 그 욕심에 기름을 붓는다. 상아빛 대리석으로 반짝이는 거실 타일에서 나도 한번 머그잔 인증샷 하나는 남겨보고 싶다. 이렇게 ‘이 정도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욕심이 생기는데, 그때 꼭 이성적으로 부부의 경제 능력과 예산을 한 번 더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큰돈이 오갈 때 이상하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며, ‘억’을 ‘억’처럼 보지 않는다.  


  세 번째 고려 사항은 종류(주거 형태)다. 대한민국은 정말 아파트 공화국일 만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부분 원하는 주거 형태도 신축아파트다. 아파트는 좁은 면적을 높이로 극복해 그 공간이 주는 경제성을 높였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가 외부환경으로부터 경계를 갖고 있는 점은 거주자에게 심리적 안정감도 심어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택 유형 중 아파트 거주율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단독주택에 30%, 다세대주택에 10%, 이외 연립주택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꼭 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직 아이가 없어 부대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좋은 위치의 아파트가 예산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빌라나 투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전혀 나쁠 게 없다. 오히려 가전, 가구 등 혼수 품목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출산 전 돈을 모으고 싶을 때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2020년 기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출처: 국토교통부


  마지막 고려 사항은 주변 환경이다. 중년부부와 비교하여 특히나 신혼부부에게 중요한 게 주변 환경이다. 신혼부부 특성상 밥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보다 밀키트, 배달, 포장 등을 이용해서 끼니를 때울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빨래방은 집 근처에 있는지, 가끔씩 산책할 공원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면 좋다. 주말마다 집 앞 영화관에서 심야 영화를 보는 것도 신혼 생활을 즐기는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직 자동차가 없는 신혼부부가 많으니 집 근처에 여러 상권들이 편한 신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부부가 집을 구하기에 앞서 주변 환경 중 서로에게 어떤 주변 시설이 중요한지 미리 상의를 하면 좋다. 이후에 신혼집 임장을 다니면 훨씬 부부가 생활하기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크게 신혼집을 구하는 네 가지 고려 요소를 소개했는데, 모든 부부의 근무형태, 경제 상황에 따라서 우선순위는 다를 것이다. 그래도 프로자취러로 십여년간 자취방을 구해본 경험에서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결정’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고려 요소가 정해졌고, 어느 정도 후보지의 시세 판단이 끝났으면 평균치의 들어온 매물은 과감하게 계약을 해야 한다. 모든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시세 대비 너무 싼 매물은 싼 이유가 있다. 어차피 살아보지않으면 층간 소음이 심한지, 난방은 잘 되는지, 환기는 잘 되는지 등은 알기 어렵다. 신혼집은 특히나 결혼식 날짜와 입주일 사이의 조율이 중요해 넋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내가 구하려는 스펙트럼 안의 집이 자주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놓치면 그 조건의 집을 다신 구경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결혼식은 했는데 몇 달을 부부가 함께 못 살거나, 몇천만 원은 더 주고 집을 구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집을 구할 때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신혼집을 구하셨나요? 그러면 결혼 준비는 ‘거의 다‘ 끝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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