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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킴 Apr 13. 2022

02. 예비부부, 매매/전세/월세 차이 아시나요?

잘 모르고 집 샀다가 평생의 후회로 남을 수 있다...


  먼저 이번 글을 쓰기에 앞서 이 글은 재테크에 관련된 글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이 부분을 먼저 언급하지 않으면 아마도 잔소리가 섞인 충고가 줄을 이을 것 같기 때문이다. 주제 자체가 재테크와도 연관이 많은 부분이라 결혼 준비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결혼이든 신혼집을 구해야 하고, 대한민국에서 집을 구하려면 매매, 전세, 월세 세 가지 중 하나를 거쳐야 한다. 아, 증여는 여기서 빼자. 결혼 전 자취나 투자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해 본 신혼부부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한 번도 주택 매매(임대차) 계약서에 사인해 보지 않은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이 부분도 결혼 준비를 할 때 정확히 알아야 한다.


  신혼집을 구하려면 주택 거래 유형 중 매매, 전세, 월세 세 가지 중 하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집을 사냐, 집을 빌리냐 사이의 선택이다. 먼저 첫 번째 주택 거래 유형인 매매(賣買, 팔 매 살 매)는 말 그대로 집을 사는 것이다. 어떤 주택을 산다고 하면, 건물과 그에 부속되는 토지를 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구입하면 건물 내 거주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가 구성하는 대지 중 일부 대지지분을 갖게 된다. 


  부동산 매매는 각각의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용도나 특징에 따라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사고파는 것이다. 등기부를 통해 소유자를 인정하고, 집의 가치와 물가에 따라서 집값은 항상 변동한다. 집을 사는 것은 단순히 거주지를 사는 것 이상으로 '내 자산을 구입한다'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게다가 대부분이 100% 현금을 이용해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대출을 이용한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하니 리스크와 손익의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 5억짜리 집을 구입하는데, 내 돈은 1억만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연히 나머지 4억은 대출이다. 집값이 5천만 원 떨어지면, 가격은 10%가 떨어졌지만, 나는 가진 돈의 절반을 잃게 된다. 무려 -50% 손해율이다. 이런 위험성이 부담으로 다가와 사람들이 쉽게 집을 못 사는 것이다.


  매매는 주택에 가치를 매길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투자 자산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과거, 현재, 미래 정보까지 다 알고 있다면, 이 투자 자산은 어떠한 부가가치도 없다. 우리는 정확한 미래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각자의 척도로 가치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들이 모여 버블을 만든다. 내가 내린 판단이 미래 시장에서 비슷하게 평가받을 때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투자는 매우 간단하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미리 알거나 역사적 사실들을 고려해 미래 가치를 측정한 뒤 현재 저평가된 자산을 구매하는 것이다.


  부동산 매매도 똑같다. 큰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아파트 사이에도 몇 억씩 차이 나는 세상이다. 모든 가격에는 그 가격이 형성된 이유가 있다.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학군 같은 중요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판단 기준은 개개인의 관점마다 다르다. 일자리, 학군, 교통, 공급량, 통화량, 금리 등 흔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지표들을 살펴보고, 각자의 시각으로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가끔씩 투자가 아닌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는 것이라 빡빡하게 굴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집을 매수할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내 집의 가격은 횡보하거나 떨어지는데, 옆 아파트만 계속 집값이 오르면 어떨까. 향후에 돈이 부족해 이사가 어려워지면 그때도 빡빡하게 굴지 않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집을 구하는 것은 임대든 매매든 어쩔 수 없이 돈이 오가기 때문에 투자의 범위에 속한다. 집을 사지 않는다는 건 집이라는 자산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라고 볼 수 있다.


  전/월세는 집을 빌리는 것이다. 집을 빌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아직 나의 경제적 능력으로 매매가 불가능할 때다. 현금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출 축소, 고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 증을 이유로 매수 비용이 부족한 경우다. 그리고 현재 집값이 내가 평가하는 가치보다 높게 평가되어 있어 주택 매수를 꺼릴 수도 있다. 모든 자산에는 버블이 존재하는데, 현재 매수하려는 주택의 버블이 내가 평가하는 실제 가치 대비 버블이 심해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버블이 꺼져 가격이 떨어지거나, 수년간 집값이 횡보할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판단으로 주거지(부동산)를 자산으로 구매하여 사용하기 보다, 이용에만 초점을 둬 집주인에게 이용료를 지불해 주거환경을 제공받는 게 임대의 특징이다.


  대부분 국가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과 월세 위주로 돌아가는 월세 제도만 있는 것에 비해 대한민국 임대시장에는 전세 제도와 월세 제도가 양립한다. 우리나라 전세 제도의 기원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로 보는 것만큼 꽤 긴 역사를 자랑한다. 농촌 인구가 서울로 이동하면서 집이 부족하게 되자, 자신의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일정한 돈을 맡기며 다른 사람 집에서 살게 되며 시작됐다. 물가 상승률, 이자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임차인이 집을 나갈 때 원금을 그대로 받게 되니 공짜로 거주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월세보다는 전세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전세 제도는 대한민국에 있는 독특한 제도로 집을 매수할 때 무상 레버리지로 이용하거나(갭투자), 저금리 시대에 월세보다 대출 이자가 낮아 집을 빌리는 용도로 이용해 왔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집을 빌리는 건 월세보다 전세가 대부분이었고, 월세로 나가는 돈은 매우 아까워했다. 그럼에도 전세로 묶여있는 목돈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출원금을 천천히 갚아나가면서 돈을 모으는 것을 정답이라 생각했다. 임대로 집을 구할 때 전세로 구하는 것도, 월세로 구하는 것도 정답은 없다. 각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되지만,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먼저 지출액 기준으로 판단하면, 전세는 '전세보증금+전세대출 이자금액'이 필요하고 월세는 '월세 보증금+월세'가 필요하다. 기준금리나 대출상품에 따라서 이자금액이 달라지고, 월세도 계속 변동되니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전세보증금에 더 많은 목돈이 들어감에 따라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에 들어갈 돈을 투자에 이용한다면 인플레이션율, 투자수익률에 따라 실질적으로 월세에 소요되는 금액보다 더 많은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세는 월세보다 더 많은 보증금이 들어가므로 보증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가 훨씬 높다. 요새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이 있더라도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 보증금 회수 문제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민법에서 전세권 설정을 한 전세는 물권이고, 임차권은 채권이다. 물권이냐 채권이냐에 따라서 대항력이 달라지고, 이는 향후 사고가 생길 때 보증금을 회수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사 나갈 때 보증금을 마음 편하게 받는 경우가 당연한 게 아니다. 나도 2년 전에 지급명령을 실제로 셀프로 써보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특히나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사이클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욱 자주 발생한다. 전세와 월세 중 고민 중인 예비부부들은 꼭 이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 쉽게 생각하고 있다가 임대인을 잘못 만나면 평생 후회할 수 있다.


  이 글이 재테크에 관련된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더 자세한 내용은 담기 어려웠다. 신혼집을 구하는 예비부부들은 꼭 매매, 전세, 월세에 대해 공부한 뒤 거래 유형을 결정하길 추천한다. 집을 사게 되면, 금방 팔기 어렵고, 빌리는 것도 대부분 2년 이상 살아야 한다. 다른 결혼 준비 과정은 예식 일을 위한 과정이지만, 신혼집을 구하는 것은 '앞으로'를 위한 과정이다. 원하는 웨딩홀과 드레스를 찾으려는 노력의 몇 배를 신혼집 구하는데 쏟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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