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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ol Park Oct 05. 2024

얼룩과 물방울

김창열 미술관에서

이른 새벽 김창열이 맞은 물방울은 마침내 긴 밤을 이겨 도달한 깨달음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그 생생한 환희를 일상에, 순간에, 경전에 꾸준히 새기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수도의 여정은

되려 말년의 테제가 된 '얼룩'의 발견에서 절정을 이루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방울과 물얼룩은 모두 물이되 물방울은 아름답다 환호하고, 얼룩은 추하다 닦아내려 한다. 생과 사, 선과 악, 밤과 낮, 미와 추.

그렇다면 본래 성질이 하나인 방울과 얼룩의 분별을 초래한 이는 누구인가? 예술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그리고 또한 칠하고 있는가?


그렇게 제주에서 조망한 거장의 일대기는

당조 육조 혜능의 게송을 떠올리게 한다.


깨달음엔 본래 나무가 없고

맑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닐세

본래가 무일물 일진대

어이 초래된 티끌인가


菩提本無樹

明鏡亦非台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


우리의 삶이란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나를 잃고 다시 찾다가 찰나에 사라져 버리는

끝없는 어리석음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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