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루소 #사회계약론
1.
1749년 여름, 뱅센느에 투옥되어 있던 디드로에게 가던 길. 장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는 신문에서 그 해 디종의 아카데미가 내건 현상 논문의 제목을 읽었다. ‘과학과 예술의 진보는 풍속을 부패시키는데 기여했는가 혹은 순화하는 데 기여했는가’
순간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모든 사상들이 명확해지고, 그의 철학의 원리들이 불현듯 나타났다. 그리고 이 영감은 그의 저작 <사회계약론>의 첫 명제인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 그러나 어디에나 인간은 사슬에 묶여있다. (...) 인간에게 일어난 이러한 변화가 합법적인 것인가"로 마침내 귀결되었다.
2.
‘부르주아 정신’은 정치를 자신의 욕망을 축적 하는 도구로서 이용 하는 정신이다. 루소는 그가 살던 시대를 이 부르주아 정신이 범람하는 시기로 이해했다. 그는 이 부르주아 정신이 계급 사회와 결탁 하게 되면, 인간의 영혼은 황폐해 지고 인간성은 타락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일반의지'를 개념화 하였다. 일반의지는 교육과 사회 교육이 지향하는 덕스러운 시민을 가이드 하는 정신으로서 공동선을 지향 하는 마음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특수의지'는 사익을 추구하는 마음이다. 루소는 이 사회의 타락원인이 사회 구성원이 이 '특수의지'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보았으며, 자연과학을 반영한 교육과 새로운 사회계약을 통해 이 '일반의지'를 갖춘 사람이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제한적이고 한시적으로 '법'의 강제력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3.
근대국가의 난제는 '자유'와 '권위'의 조화였다. 자유란 신체, 재산, 정치의 영역을 포괄하는 개인의 자유권이며, 권위란 인민의 안전을 의미한다. 사회계약을 통해 국가를 결성 하면서 인간은 자연상태의 자유와 안전을 동시에 보장 받아야 했다. 사유재산과 인신의 보호와 자연권의 보존이 인간이 마침내 국가를 결성 하게 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루소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자기입법'이다. 인민은 신민과 시민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신민은 법에 따르는 존재이며, 시민은 법을 스스로 만드는 존재이다. 루소에게 좋은 사회의 법치란 인민이 스스로 만든 법에 스스로 따르는 형태, 즉 '자기입법'의 형태여야 했다.
그를 통해 그는 '좋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에게 있어 '좋은 사회'란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이 함께 가는 고차적 형태의 자연상태였으며, 각 개인의 이익이 동등하게 존중 되며 일반의지를 반영한 '법'에 의해 지배 되는 평등한 시민들의 결사이다. 그리고 이 '좋은 사회'를 구성 하는 것은 새로운 교육을 통해 형성된 새 시대의 ‘시민’이다.
그가 던진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는 원시적 공동체로 회기하자는 복고주의적 담론이 아니라, 선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우주와 세계에 대해 심오한 생각에 이를 수 있으며, 타인에 대한 너그럽고 연민과 동정심을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인간성을 완전하게 계발/실현하기 위해 사회 정치 질서와 교육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근본적 고찰이었다.
4.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리고 우리가 여지껏 일군 사회는 다음 세대가 보다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속가능하게 개선되어 왔는가?
판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이 하잘 것 없는 문제들에 골몰할 수 있는 시간이 마침내 주어졌다. COVID-19 국면은 각국의 의료 인프라 역량과 의료 서비스의 배분 및 복지 제도의 허실을 보여주는 시스템의 시험대였으며, 동시에 호모사피엔스의 밑바닥을 여실히 드러내는 인간성의 시험대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속에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유약했다. 사람이 죽고, 경제가 정지되었으며, 타인종과 소수자를 증오하고 폭행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에 설립된 국제 연맹/국제연합과, 독재의 폭력을 겪고서야 비로소 제정된 인권선언처럼 이 어두운 시간 역시 인류 발전의 긴 길 위에 존재하는 찰나의 순간들이길 바란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루소는 그의 소설 <에밀>에서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한다.
”인간을 사회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연약함이다. 우리의 마음에 인간애를 갖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바로 그 비참함이다. (...) 그처럼 우리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우리의 덧없는 행복은 생겨난다.”
우리도 지금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