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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Sep 26. 2023

마계인천이 어때서

마계인들의 대환장 파티. 당신의 마계력을 보여주세요.


지난 주말 동네에서 ‘마계인천 페스티벌’이 열렸다. 싸리재 일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개항로 프로젝트 일원들이 꾸민 축제다. 마왕 신해철 음악감상회와 노래자랑 그리고 DJ 파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원도심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청년 기획자들의… 이렇게 설명하면 뭔가 있어 보이려는 포장 같다. 쉽게 말해 동인천에서 ‘인천스럽게’ 놀고먹자는 것이다.      


마계인천 페스티벌이  인천 원도심 아저씨들의 음주가무 코스를 젊은이들에게 소개하는 일차원적 접근처럼 보였다면 마계도시에 대한 좀 더 사려 깊은 기획도 있다. 인천사람들 위한 잡지 <인천 스펙타클> 2호 ‘두근두근 마계인천’은 인천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도시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탐구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놓았다. 일명 무법의 ‘도봉산’ 학교 전설부터 강력범죄, 쓰레기, 바가지 문제 등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 같은 도시의 오해와 진실을 인천인의 시각으로 파헤쳤다.     

   

‘마계인천이라는 단어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마계인천을 즐기는 법을 터득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단어를 우리의 방식대로 점유할 수 있다면 마계는 더 이상 오명이 아닌 매혹적인 별칭이 되겠죠.’ (이종범 편집장)     


타자의 시선이 아닌 인천사람들의 시각에서 마계인천을 돌아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정색하고 입을 틀어막는 것보다 웃으며 ‘그래. 그거 내 별명인데 그래서 인천은 이렇게 더 재밌어’라고 알려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태도. 남이 우리를 조롱하는 건 싫지만 우리 스스로 마계도시를 금기어로 가두어 그 안에 갇힐 필요는 없다.      


안티도 팬이다. 멸칭은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의 애칭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유머로 치환하는 것은 능청이 아니라 새로운 홍보 전략이다. 할 게 너무 없어서 재미없다는 ‘노잼 도시’ 대전이 빵 축제로 맞받아쳐 ‘유잼 도시’가 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머 감각이다. 


(인천일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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