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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Feb 04. 2024

미애아버지 찌개

고추장찌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미애아버지 찌개

미애아버지?

왜 어렸을 때 미애 아버지 오시면 했던 찌개. 돼지고기랑 두부 넣고..



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미애네가 있었다. 누가 하나 없이 모두 공평하게 가난했던 동네.

미애 누나의 부모는 둘 다 언어장애인이었다. 당시 말로 벙어리. 소리는 듣지만 말을 못 했다. 

평소에는 고요한 분들이었는데, 흥분하면 '음음' 앓는 소리를 냈다. 

미애 아버지는 종종 우리 집 일을 도왔다. 남자가 해야 할 잡일이 있을 때 엄마는 누나를 통해 미애 아버지께 일을 부탁했다. 수도도 손보고 전기도 손봤다. 


저녁 밥상을 보면 미애 아버지가 다녀간 날을 알 수 있었다. 어김없이 미애아버지 찌개를 끓였기 때문이었다.

돼지고기로 국물을 내고 두부와 애호박이 듬뿍 들어간 고추장찌개. 그런 날이면 낮에 미애 아버지가 다녀간 것이 틀림없었다. 사례비를 받지 않는 미애 아버지를 위한 엄마 나름의 특별한 대접이었다. 


가끔 나는 미애 아버지와 겸상을 했었다. 어른들을 유독 어려워했던 터라 같이 먹기 싫었는데 엄마가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 찌개 옆에는 늘 평소 보지 못했던 두툼한 갈치구이가 반찬으로 있었다. 지금처럼 갈치가 귀한 대접을 받던 때가 아니었다.  


다음 일요일 아침. 

엄마는 미애아버지 찌개를 끓였다. 이제 당신 아들이 미애 아버지 나이가 되고도 남는데 그때부터 지금껏 홀로 살며 남을 위해 찌개를 내놓는다. 돼지고기로 육수를 내고 고추장을 풀어 감자를 넣는다. 양파와 애호박 그리고 두부를 큼지막하게 썷어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마치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더 끓인다. 


맛이 어때?

갈치구이가 없어서 그런지 그때 맛은 아닌 거 같은데요. 

꼭 잘해야지 하면 안 되더라. 


미애 아버지처럼 뭐 고칠 것이 없나 엄마 집을 둘러본다. 엄마 집은 온통 고장 투성이다. 하지만 나는 그처럼 잘 고치지 못한다. 고치는 일은 다음으로 미룬다. 교회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는데 라디오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가 후천적인 시각장애인이라는 진행자에 말에 엄마는 깜짝 놀란다. 


이 사람도 참 힘들었겠구나. 


Mai Più Così Lontano. 

진행자가 제목을 번역해 준다. 우리 다시는 멀어지지 말아요.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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