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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Nov 06. 2024

소리와 소음

한 여인이 무릎을 꿇고 절규한다. 국정감사장 모습이다. 강화도 송해면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라고 한다. 밤새 이어지는 북한의 소음공격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소음이 어떻길래 저렇게까지 할까. 몰라서 하는 소리다. 소음은 인간의 영혼을 좀먹는다. 아파트 층간소음에도 사람은 미칠 수 있다. 절규하는 여인의 얼굴에서 옛일이 떠올랐다.      


한동안 아름다운 소리를 녹음하러 인천을 돌아다녔다. 강화에서 만난 소리는 뜻밖에 대남방송 소리였다. 황해도 연백이 보이는 무학리 마을.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북한 특유의 노래가 구슬피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아듣기 어려운 여자의 목소리가 원혼처럼 대기를 떠돈다. 음울하고 음산한 소리. 밤새 소리는 구천을 떠돌 듯 마을에 머문다. 


2018년 남북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하며 대북, 대남방송은 사라졌다. 그러다 올해 다시 등장했다. 그때가 마지막 녹음이라 생각했는데, 영원히 사라져야 할 소음이 악마처럼 되살아났다. 대남방송과 오물풍선이 등장하고 전단이 오갔다. 소리는 소음이 되고 소음은 일상이 되고 말았다.     


듣고 싶은 것은 소리이고 듣기 싫은 것은 소음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소리보다 소음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성당의 종소리. 저녁 예불소리. 듣기 좋던 소리도 모두 소음이 되어버렸다.      


평화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 아니 평화에는 소리가 없다. 집 앞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 하늘 위 기러기가 구도를 갖추며 날아가는 소리. 아무 일도 없어서 별소리도 없는 그런 일상이 소리소문 없이 다시 찾아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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