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을 어떡해야 할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저분하고 위험하다. 이러니 사람들이 원도심에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동인천의 상징에서 인천의 수치가 되었다. 2026년 제물포구가 출범하면 동인천역부터 바꾸어야 한다.
제물포 르네상스라는 거창한 그림도 몇 년째 말뿐이다. 인천도시공사가 주관하는 동인천역 주변 복합개발 사업도 무엇인지 불투명하다. 나라 걱정도 안 하는데 동네친구들을 만나면 동네 걱정을 이렇게 한다. 어떻게 하면 쇠락한 우리 동네가 살만한 곳이 될 수 있을까?
대만의 부산쯤 되는 항구도시 가오슝. 최근 가오슝 보얼예술특구와 이런저런 관광지를 둘러봤다. 뜻밖에 인상적인 곳은 아름다운 시립도서관이었다. 옥상에는 아열대 정원이 도서관 건물 한가운데는 큰 나무가 자란다. 창가 열람실과 바닥 어디서나 나무를 보며 편하게 책을 읽게 디자인했다. 환경을 배려한 디자인. 도서관이 이렇게 아늑하고 편할 수 있구나. 도시조망도 좋아서 최고의 야경지이다.
일본 사가현의 소도시 다케오. 온천으로 알려졌지만 여느 지방처럼 쇠락을 피할 수 없다. 이곳에도 특별한 시립도서관이 있다. 1층에는 스타벅스와 책과 문구류를 살 수 있는 매장이 있고 2층에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실이 있다. 별관 어린이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그걸 바라보며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인구 5만 소도시에 연간 100만 명이 찾는 문화도시재생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두 도서관 모두 주민이나 관광객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편하다. 도서관이라고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여가와 연결된다. 문화 허브 역할을 한다. 건축 디자인도 매력적이어서 이런 공공시설이 있다면 근사한 동네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8부두 상상플랫폼이 이런 공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인천 원도심에도 정말 가보고 싶은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한다면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인가. 아이 키우고 좋고 교통이 편하며 저렴한 공공시설이 많은 곳이다. 돈이 없어도 ‘폼 나게’ 살 수 있는 동네.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곧 탄생할 제물포구는 이런 문화 자양분이 충분한 곳이다. 아직 시간과 기회가 있다. 상상 이하의 플랫폼을 또다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