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샌다
손가락 10개는 다 썼는데 다음은 어찌하랴
민재는 어느날 오후 상사의 호출을 받았다.
“박 부장, 다음 주 우리 본부에서 3명이 더 빠지게 되었어. 지금 맡는 지역에 플러스로 십시일반 도와야 할 것 같아. 미국은 박 부장이 좀 맡아줘”
민재는 어이가 없었다. 예전 고위 임원의 딸이라고 민재가 맡고 있던 지역을 넘겨 주라고 할할 때 언제고 지금은 또 다시 하라고?
“갑자기 왜 빠지는 건가요, 지난 번 두 명 결원 생긴 것도 아직 충원이 안되었는데 세 명이 더 빠지다니요.”
“그러게 말이야, 미국 일이 까다롭고 힘들다고 다른 일을 시켜달라고 했대. 나도 참 어이 없지만 어쩌겠어. 박 부장이나 나 같은 흙수저야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나”
뭐가 흙수저란 말인가 그 흔한 출퇴근 시스템도 다루지 못해 임원도 아니면서 예외로 별도 비서를 데리고 있는 김 본부장이 할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둑에서 물이 한 줄기 두 줄기 새고 있는데 보수할 생각은 않고 손가락으로 막고 있으란다. 구멍이 계속 늘고 있는데 이제 열 손가락 다 쓰면 그 다음에는 어찌할건가? 양말 벗고 발가락을 쓰라고 할 사람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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