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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내음 Nov 10. 2023

열기 전까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기념품

민재는 허겁지겁 쇼핑백을 열었다. 종이 박스가 안에 들은 물건을 뺴는 입구는 테이프로 단단히 막은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민재는 테이프를 뜯어내려고 테이프 끝쪽을 손톱으로 긁기 시작했다   



"톡, 톡, 톡, 톡"



테이프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민재는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기 전에 민재가 있는 이 고요한 화장실에 누군가가 들어오면 낭패라고 생각했다. 내용물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민재는 내용물만 챙기고 나머지는 화장실에 버리려고 했다.



"톡, 툭, 톡, 툭"



이상했다. 무언가 소리가 겹쳐서 들렸는데 조금 후 민재는 깨달았다. 이건 민재가 박스 테이프를 뜯어내려고 손톱에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겹쳐서 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민재는 테이프를 떼어 내는 걸 포기하고 박스를 세게 쥐어 입구 부분을 통쨰로 떼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직"



박스가 부서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이어서 더 크게 들린 것 같았다. 문 밖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더 크게 가깝게 다가왔다. 11월 쌀쌀한 날씨였지만 민재의 이마에서는 긴장한 탓인지 땀이 흘러 내렸다. 지지직 소리와 함께 테이프가 분리되면서 마침내 상자는 열렸다.



'이런 젠장'



열린 박스에는 민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이 들어 있었다. 민재는 빈 박스와 쇼핑백을 창문 밑 공간에 밀어 넣고 박스에서 꺼낸 물건을 급하게 목에 걸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50대 정도 되었을까 매섭고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 였다.



"청소좀 해야 하는디, 다 하고 나가는 거지라? 근데 목에 수건은 왜 두르고 있대? 여기서 샤워하게 그러면 안되는 거 알쥬?"


“아 네, 아니오 그런거 아닙니다. 지금 나가려구요 ㅎㅎ"



민재는 박스에서 꺼낸 수건을 목에 두른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만족스러워 청소 아주머니 몰래 고개를 숙여 씨익 웃었다. 다만 왜 기념품으로 수건을 주면서 이렇게 과잉 포장을 하는지 주최측이 원망 스러웠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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