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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내음 Mar 13. 2024

햅삐 3

각질

지저분할까 각질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겠다

민재는 소파에 120도 자세로 누워있다. 편한데 갑자기 발이 가렵다. 겨울엔 얼굴에만 크림을 발라서는 안된다. 손이 많이 가는 계절이다.



민재의 눈은 TV에 고정된 채 오른손은 허리를 지나 가려운 부위를 더듬는다. 발 뒤꿈치 끝에서 엄지발가락 방향으로 삼분의 1지점에 딱딱하고 마른 껍질이 오꼬노미야끼 위에 뿌리는 가다랑어 포 같이 올라와 있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집어 뜯는다. 그냥 바닥에 버리면 민망하니까 소파 뒤쪽으로 살포시 던진다. 두 번째 껍질을 뜯어 역시 소파 뒤쪽으로 잘 던진다. 너무 세게 그리고 다 뜯어내려고 욕심을 내면 안되는 것을 민재는 알고 있다. 예전 그러다가 잘못 뜯겨져 피가 난적이 있다. 더해도 덜해도 안된다. 이건 무척 민재에게 심오한 일이다.



3개인가 4개를 정리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스포츠 뉴스가 끝나있다. 손흥민이 오늘 1골 2도움을 했는데 각질에 정신이 팔려 하이라이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민재는 햅삐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저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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