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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내음 Nov 27. 2024

새벽 3시의 전화

만나지 않을 자유 그리고 거짓말


민재는 다시 잠이 깼다. 옆을 더듬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3시 12분. 어제 처럼 새벽 1시에 깨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아침까지 깨지 않고 계속 잔게 언제 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소때면 출근 때문에 다시 잠을 청했겠지만 오늘은 휴대폰을 열어 메신저를 확인헀다. 인사 발표 시즌이라 한국에서 혹시 중요한 메신저가 오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몇 십개의 메신저들, 톡들, 부재중 전화 들.



그 중 오랜만에 전화한 천중의 이름이 눈에 띄였다. '왜 전화 했을까' 반사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어 민재야 잘 지내냐"


"어 나야 뭐 그렇지 뭐"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프냐?"


"아 자다가 깨서 그래 지금 미국이야. 새벽 3시야.무슨 일 있냐?"


"어이쿠 그랬구나 쏘리. 형진이 아버님이 돌아가셨어. 상가집에 같이 가자고 전화 했지. 미국에 있는 줄 몰랐네. 언제 들어오냐? 출장이냐?"


"출장은 아니고 파견 나온거라 모르겠네. 나중에 한국에 출장가게 되면 연락할께. 건강하고 형진이 부의 정보 보내줘라. 부주하게. 다음에 보자"


"아 그래. 다음에 보자"



민재는 전화를 끊고 눈을 감았다. 천중이는 인간 관계 챙기는 걸 천직으로 아는 녀석이다. 친구들 선후배 경조사를 항상 자신의 일인냥 챙기고 연락하는 캐릭터다. 직업도 안정적이지 않고 금전적으로 항상 쪼들려서 인간관계를 통해서 무언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민재는 천중이의 연락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반긴적도 없다.



민재는 뉴욕에 온지 6개월이 넘었다. 이제 3개월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그 사실을 천중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만나고 싶은 사람의 자유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자유도 모두 존중 받는 것이 마땅 하리라. 천중을 만난건 10년도 전이었던 것 같았다. 그때도 무언가 인간 관계에 대한 의무감이 컸던 것 같다. '동창까리 한번 뭉쳐야지'하는 천중의 제의를 뿌리치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민재도 나이가 들고 자신이 점점 더 중요해 지기 시작했다.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자신을 희생하면 그만큼 대가가 따랐는데 건강이 가장 큰 대가 였다. 민재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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