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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스 May 06. 2021

이름 모를 아기에게 피자를 사주는 사람

칠번가 피자 망원점 주문 부탁합니다

피자가 맵다면 뭐 다시 만들어 드려야지 뭐

애기랑 먹는데

토마토소스가 맵다면 뭐

그게 너 책임은 아니지만 뭐


하하하 소스가 맵군요

그러면 고르곤졸라나 더블치즈는 어떠신지요

아님 애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무스를 듬뿍 올려

새로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통화를 하러 나선 너다


일을 이제 적응한다 싶으면 나가는 게 알바

그중에 좀 오래 있는 사람 매니저를 시켜도

어떤 것 하나 잘 판단할 수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

결국 배달이란 배달은 혼자 하고 돌아온 사장님에게 


나는 맥주를 얻어먹고

같이 산책을 하고

서울은 싫은데

부산은 싫진 않은데

이도 저도 아닌 내일이 올까 봐

불안하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뭔가 감당해 내는 척을 하고


산 같지도 않은 성미산 골짜기 공기가 좋단다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서른이면 아직 오월은 아니니까

한 몇 년 더 잘 버텨보면

향기 나는 꽃들을 왕창 틔우지 않겠나


오늘도 씻지 않고 잠들 김사장님

그래도 꽃 같은 꿈을 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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