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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Jun 19. 2022

애프터 코로나, 그리고 탱고

      

긴 이야기를 짧게 줄여 말하자면 3월,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았다. 으슬으슬 감기가 오는 듯하더니 이틀 후 자가진단키트에서 말로만 듣던 ‘두 줄’을 봤다.


‘아. 올 게 왔구나.’

확진자  60  시대 나는 드디어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에 걸리기   전쯤부터 연일 폭증하는 확진자들을 보며 나는 탱고를 쉬었다. 확진 후에는 그동안  쉬었던 밀롱가들이 주르륵 머리를 스치며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집 안에 틀어박혀 꼬박 일주일간의 격리를 마쳤다. 7일 만에 처음 내려가는 계단에서 나는 무릎에 힘이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친 생각은 ‘, 탱고 어떻게 하지였다.


#1.

   만에 제대로 밀롱가에 왔다. 완치 이후   밀롱가다. 이곳에서 마시는 맥주도, 커다란 음악 소리도, 발목을  잡아주는 탱고 구두도  오랜만이다.

이날 나는  딴다도 추지 못했다. 탱고를   가까이 쉬고   동작이 어색해진 것은 물론이고 춤을 추는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름 어리다고 생각한 30대 초반에 이런 저질 체력이라니. 코로나 후유증이 무섭긴 하구나…

앉아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나 자신에게 치미는 화를 삭였다.     



#2.

4월, 다시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탱고 초급 수업을 신청했다.

관성적으로 해오던 동작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해보기 위해 2~3년 만에 듣는 초급 수업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가긴 하나 보다. 많아야 10 남짓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스튜디오에 30명이 넘는 수강생이 플로어에 꽉꽉 들어차 있었다. 2 가까이 신규 유입이 끊기다시피 했던  탱고판에  많은 초급 수강생이라니!

남과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모습에  반가웠다. 진짜 신입이구나


뉴스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한다고 연일 보도해도 느껴지지 않던 코로나의 끝이, 새로운 사람들로 가득  플로어를 보자 피부로 느껴졌다.      



#3.

5월의 어느 토요일. 동호회에서 2  만에 초급 탱고 파티가 열렸다. 거리두기 완화에 굉장히 보수적이었던 동호회이기에 코로나 이후 수업도 많이 중단되고, 공식행사 개최는 맥이 끊긴  오래였다. 2 주기로 열리던 초급 탱고 파티2 넘게 맥이 끊겨 있었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 모를 동기들이 줄지어 파티에 나타났다.

서로 “우리 기수 파티 이후 처음 열리는 파티인데 다들 살아 있었네요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한자리에 모여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파티를 기점으로 초급  서툰 나를 잡아줬던 많은 이들도 2 만에 다시 만났다.      

파티는 참 오랜만이어서 기대가 컸고, 기대에 부응할 만큼 재미가 있었다.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내내 쉬지 않고 연신 춤을 췄다.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이 돌아왔다.      


긴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      


 터널을 지나는 시간 탱고에 목마른 이들이  많았고, 우리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과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됐다(‘춤추러 왔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직장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유로 쉬는 이들이 정말 많았다).     

비 온 뒤 죽순밭처럼, 하루 자고 난 뒤 버섯 배지처럼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났나’ 싶은 반가운 얼굴들을 찾는 재미에 요새 연습실을, 밀롱가를 다니고 있다.          



#4.

6월, 탱고 인생에 대격변이 있었다. 이제는 좀 다른 시각으로 탱고를 바라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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