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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바람났네

- 만삭의 기쁨

by 갈대의 철학

봄처녀 바람났네

- 만삭의 기쁨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처녀 바람났네

바람났어

봄나물 뜯으러 산으로 들녘으로

집을 나셨네


봄바람 불어오는

들녘은 어이 두고

살랑살랑 이는 치마가

몸빼바지 되었네


짧은 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양쪽 손에 장갑을 둘러싸이고

마치 허수아비 흉내를 내듯


한 손에는 지팡이를

다른 한 손에는 나물 광주리를

등짝에는 한 보따리 배낭을 메고


나물 무게에

바지도

몸도

마음도 하나 가득

만선의 고깃배에

만삭의 기쁨도 실어


오늘도

중천에 떠오른 해를 등지며

초봄 지나 여름 다가온다고

벌써 여름나물을 기다리는

봄처녀 아낙네


봄처녀 저 멀리 섬강에

배 떠나가네 배 떠나가

언제 다시 돌아올 만선의 기쁨을

하나 가득 안고서

아쉬움 한 자락에 고갯길 넘나들며

저 멀리 떠나가라 손짓을 하네


전호

2024.5.11 섬강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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