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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0. 2024

너는 아름다운 영혼을 지녔다

- 시작의 끝에 서다

너는 아름다운 영혼을 지녔다

- 시작의 끝에 서다


                                          갈대의 철학(겸가兼葭)





이른 새벽

동트는 잎새 창문 너머로

참 매미 한 마리 울고 있었다.


습에 가녀린 양 옆 사이가 버거운지

이리저리 살필 기세도 없이

한번 울다 지쳐 버린다.


그 뒤로 다시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오늘 아닌 내일처럼

딴은,

이것이 칠석 보다

명년의 수회를 기다려 온 것에 비하면,


그대의 삶은

너무 초라하고 보잘것없으며,

누추할 겨를도 없이

누릴 수 없는 처사이다.


기다려 온 것에 비할 데면

한번 제쳐 우는 것이

어쩌면 물속에서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지는

그들에 비하면,

천년을 기다려온

은행나무 침대보다

더욱더 영혹 하다.


한 번의 사랑

또 다른 한 번의 진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너는


딴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딴은,

눈물 흘릴 겨를도 없이


딴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도

누릴 수 없이


딴은,

사랑을 이어갈 수 없는

미약한 존재로 남지만


딴은,

단숨에 활화산처럼

너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솟아오를 수 있는

두 개의 태양을 지녔다.


이제는 너는

꺼져가는 갈바람의

등불과 같다.


너의 울음을 대신할

둥지를 갈 까마귀가 떠나온다.


시작의 끝을 남겨둔 채

갈바람 부는 곳으로

다시 여정길 불기를 기다린다.


2024.12.8 치악산 영원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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