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꽃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을 꽃이라 불러 주었을 때
그 꽃은
꽃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이제는 꽃들이
사방팔방에서 피어나니
그 꽃은
이제야
꽃이라고 불러 달라고 합니다
주변의 꽃들이 삼삼오오
즐비하게 피어나니
나는 예전의
그 꽃을 알아볼 수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밤에 빛나는 한 꽃을 발견하곤
나는 그 꽃 곁으로 살포시 다가가
바라보았습니다.
아~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그 꽃이 거기에 피어 있었습니다
그 꽃은 바로
창가에 비추던 달빛에
내 곁에
새곤 새곤 곤히 잠들어 있는
내 님의 얼굴에 피어난 꽃 한 송이
하얀 민들레 꽃을 닮은
이슬 꽃이 갓 피어난 채
영롱한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
마음의 창문이었습니다
2025.2.14 담양 죽녹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