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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Aug 07. 2018

나의 인디게임 개발 회고록 2탄 - 6

인디게임 '레인드롭 팝' 개발기

6부. 전시회 편


지난 챕터에 소개되었던 BIC Festaval 2017에 이어 레인드롭 팝이 참석했었던 전시회들을 정리해보고,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얻게 된 게임쇼에 대한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 G-STAR 2017 (2017.11.16~2017.11.19)


몰린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G-STAR는 역사가 10년이 넘은 국내 최대의 종합 게임쇼로 2017년에는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되었다. 레인드롭 팝은 BIC Festival의 연장선인 BIC 공동관에 부스를 얻어 참여할 수 있었다. 부스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어서 부스를 꾸미는 작업은 하지 않았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시연만을 진행했던 행사였다.


부스를 세팅하자. 이번엔 아담해서 순식간에 끝남.


G-STAR는 인디 게임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모든 게임이 총집합하는 종합 게임쇼다. 그래서 인디 게임 공동관은 메인 전시라기보다는 부대 행사에 가까운 느낌으로 존재했던 것 같다. 실제로 전시가 메인 홀 내부가 아닌 별도의 홀에서 진행된 터라 더욱 사람들의 관심받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인원 자체가 워낙에 많아서인지 행사 기간 내내 붐빈다는 느낌이었다.


오전에는 일단 한산하다. 관람객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고 대형 게임 업체의 메인 부스기 때문이다. (C) BIC Festival 2017.


행사가 시작되고 한 두어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봐야 할 게임을 어느 정도 보고 공동관으로 입장하는 느낌이었다. (C) BIC Festival 2017.


그래도 나름 관람객은 많이 왔다간 편


전시자로서 느낀 점이라면 구경해야 할 주요 게임 부스가 많다 보니 인디 게임 공동관은 지나가는 형태로 들린듯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게임 체험의 밀도가 상당히 낮았고, 평균 체류 시간이 대부분 5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게임을 발전시키거나 실사용자의 피드백을 얻는다기 보다는 게임을 소개하는 자리 정도의 느낌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홍보가 제대로 되었는지 체감 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2017년 G-STAR는 배틀 그라운드로 대동단결하는 분위기


하지만 십여 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게임 개발 지망생이자 게이머로서 참석했던 이 게임쇼를 10년이 지난 후에 전시자의 신분으로 참석하게 되었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동시에 내 인생에 세웠던 목표를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잘 해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이기도 했다.


http://www.khga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447





# 타이페이 게임쇼 (2018.01.25 ~ 2018.01.29)


BIC Festival에서 수상했던 부스 상의 혜택을 타이페이 게임쇼에 참석하는 데에 사용하기로 하였다. 선정 혜택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과 숙소 제공이었고, 비행기 값은 우리의 몫이었던 탓에 이외에 참석 가능한 다른 게임쇼가 유럽, 미국 등이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시점에 우리는 짧았던 국가 지원 사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수입이 없는 상태로 복귀한 시점이었기에 타이페이를 간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강재봉과 나 둘만 간 게 아니라 각자의 부인들까지 함께 타이페이로 가게 되었다. 그간 돈 못 버는 남편들을 참고 지켜보느라 고생 많았을 부인들을 위해서도 위로와 감사의 이벤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과 시간에는 전시회에 참여하고 이후 시간에는 관광을 잠시나마 즐겨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대만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타이페이 게임쇼가 열린 대만의 랜드마크 101 타워.


B2B 행사가 열린 전시관


행사는 B2B 전시가 2일, B2C 전시가 3일 동안 진행되었다. B2B 행사는 말 그대로 기업 간의 비지니스 미팅을 위한 자리다. 사실 레인드롭 팝은 행사 참여 신청을 하고 실제 대만에 도착하는 기간 중에 이미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이 마무리되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2B 전시를 통해 얻어가야 할 비지니스적 목표가 뚜렷하게 없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이어를 만나러 다니지도 않았고, 이틀 내내 광고 업체의 명함만 잔뜩 수집하고 끝내게 되었다. 부스에 숙박까지 제공해준 사무국을 위해 뭔가 성과를 내야 보답하는 길일 텐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기회만 가져간 꼴이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어지는 B2C 행사에서 실제 플레이어들과 만날 때 열심히 해보리라는 각오를 다지며 이틀의 B2B 일정을 마무리했다.


B2B 부스. 어이 대머리 머리가 없으면 세팅을 어서 시작하란 말이야!


알겠다능! 대머리라 머리를 세팅할 수 없으니 부스를 세팅한다능!


게임 만드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떠밀리듯 만들었던 법인의 대표직을 수행하다 보면 게임을 만드는 작업 이외로 외부적인 비지니스 일을 해야 할 때가 더러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본바 이런 일들은 힘들기만 하고 내 성향과 맞지도 않았다.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만 해도 모자란 시간을 할애해서 해본 비지니스라는 것은 내가 속한 곳이 아닌 다른 차원의 리그에서 겉보기 좋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런 성향이 더해진 덕에 B2B 행사에 임하는 나의 태도가 100% 진지했을 리가 없었다. 반성하는 부분이지만 앞으로 성실히 한다고 나아질 리도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분주한 B2B 현장과 하는 일 없이 자리에 앉아서 멍 때리는 강재봉 1


분주한 B2B 현장과 하는 일 없이 자리에 앉아서 멍 때리는 강재봉 2





B2B 전시를 마치고 퇴근하던 길. 오후 6시쯤이었는데 다음날 일반 입장을 위해 벌써부터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타이페이 게임쇼의 풍경. 세계적인 게임쇼답게 규모와 열기가 엄청났다.


B2C 행사는 타이페이 게임쇼가 진행되는 행사장의 한쪽에서 인디 게임 공동관 형태로 진행되었다. 공동관이 배정된 구역은 생각보다 매우 컸고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게임들이 대륙별로 나눠서 전시되어 있었다. 배정받은 부스를 세팅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지역별로 배정된 게임들


이곳이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된 B2C 부스다.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고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게임을 가르쳐주고 소개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이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게임이 출시 전이라 게임을 즐겨보고 다운로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체험 이상의 무엇을 제공해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들 각자의 연락처를 알 수도 없는 일이니 출시 이후에 알려줄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이렇게 체험 밀도는 낮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게임쇼는 출시 준비 중인 게임보다 이미 출시해서 설치를 즉석에서 유도할 수 있는 게임이 더 좋은 전시 효과를 누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머니! 그 그래픽 카드는 위험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제가 잠시 맡아둬도 되겠습니까?


지원 사업을 하면서 만들었던 PC 버전도 함께 전시를 했었다.


이곳 행사도 전체적인 느낌은 G-STAR에서 느낀 점과 비슷했다. 주류 대형 게임들이 다수 포진해있고, 이 게임들이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을 받는 대상이므로 행사장이 오픈하고 시간이 좀 지나야 사람들이 점점 밀려오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마지막에서 정리를 하겠지만 종합 게임쇼에 인디 게임이 참여하여 전시를 진행하는 것은 행사를 풍성하게 채워주기 위한 조미료 역할 정도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추후 전시할 행사에 대한 판단을 하는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되었다.





#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8.04.21)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국내에서 인디 게임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중 출품작 선정 시 혜택이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게임 전시회다. 행사 당일에 게임을 전시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이후 구글 플레이 페이지에 소개될 수 있는 프로모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자원이 없다시피 한 인디 게임팀에게 주요 플랫폼의 프로모션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돈으로 환산해도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기회다. 그런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한 대회라 지원해두고서 가장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지만 선정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던 행사였다.


보통 새벽에 일하고 아침 8시쯤에 잠을 자는 일상인데 오전 10시 즈음 강재봉으로부터 합격했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를 받았다. 2시간 정도 잤을 텐데 합격 확인을 하느라 부랴부랴 일어났던 그날 하루는 들뜬 마음에 내내 정신이 맑고 또렷하게 보냈었다.


구글님! 충성! 충성! ^^>


행사 방식은 출품작으로 선정된 20개의 게임들을 행사 당일 전시해서 이를 체험해본 관람객들의 투표로 Top 10을 선정한 뒤 선정된 게임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여 Top 3로 좁혀지는 형태였다. 개인적으로 프레젠테이션에는 약간 자신이 있었던 터라 운 좋게 Top 10에만 들 수 있다면 다음에는 내가 발표를 잘해서 Top 3을 노려본다는 말도 안 되는 전략을 세우고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행사 당일 발표자료를 쓸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도 없는 상태면서 프레젠테이션 스테이지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이를 준비하는데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Top 10에 들지 못하는 바람에 공들여 발표한 발표 자료가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준비한 게 억울해서라도 이 글에나마 흔적을 남겨야만 할 것 같다.


오직 이 프레젠테이션 만을 위해 새로 그린 원화가 몇 장이더냐 ㅜ_ㅜ


행사장과 똑같은 세팅을 해놓고 집에서 시간 재가며 엄청난 연습을 했다.


실제 행사는 강남역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되었다. 당일 새벽 6시에 행사장에 도착해서 간단히 세팅을 마치고 아침을 든든히 먹은 뒤 관람객을 맞이했다. 협소한 공간 대비 많은 사람이 몰려서 행사장은 꽤나 분주했다. 행사를 진행하며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관람객들의 피드백이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는 데에 있다. 몇 판의 플레이로 게임을 파악하고 부족한 시스템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거나, 플레이 느낌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받았는데 하나하나가 굉장히 유용했다.


강남역 넥슨 아레나. LCK보러 가던 그곳 아니오!


퀄리티 높고 유명한 게임들이 너무 많아서 리스트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습니다.


어이, 대머리! 머리가 없으면 놀지 말고 세팅하란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전시 시간이 짧아서 많은 이들에게 게임을 소개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행사 진행이 짧다 보니 기존에 유명세가 있던 게임 또는 팬덤이 강한 게임들이 다음 스테이지로 진출하는데 유리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우리가 만든 게임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 행사 샷을 찍을 여력이 없어서  한 장 퍼 옴. (C) https://platum.kr/archives/99285



Top 10에 들지 못했던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개발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마지막 네트워킹 파티까지 참석한 뒤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대가 크고 경쟁이 있는 행사라 그런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지 못한 개발사 사람들이 행사 중간에 돌아가버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경쟁 이전에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써의 행사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이제껏 경험했던 어떤 행사보다도 즐거웠고, 관람객의 수준이 정말 높았으며 모든 인디 게임들이 한 번쯤 노려 봤으면 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워낙에 인상 깊고 도움이 되었기에 다음에도 참석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행사였다.


부스에 와서 너무 재밌다고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약속했던 녀석들이 투표 코인을 부스에 놓고 가버렸다. 이 한 표가 우리의 당락을 갈라놓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느냐!!





# 게임 행사에 대한 생각


레인드롭 팝을 만들었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특별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일상적인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특별할 것이 없는 매일을 쌓아나가는 행위이기도 한데, 게임 전시회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는 이런 일상을 잠시 벗어나 리프레시하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또한 강제 마감을 주는 의미에서도 좋은 장치로 동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자주 참여하게 되면 오히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게 되어버리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 개발 단계에 유저의 플레이 피드백을 받거나 개발자로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며 축제를 즐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몇 번의 행사를 진행해보니 게임 전시회에 어울리는 게임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원초적인 플레이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 특별히 더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게임의 진짜 재미를 느끼기 위해 게임에 익숙해지는 시간과 경험이 요구된다거나, 화면의 자극이 덜한 게임은 관람객을 유치하는 시작점부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레인드롭 팝은 규칙부터 생소한 퍼즐 게임이자 게임 화면만 보고서는 재미를 판단할만한 근거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행사에 참석한 관람객들을 체험대로 안내하기까지 상대적으로 더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참석했던 행사를 되돌아보면 BIC Festival과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은 행사의 수준, 관람객의 피드백 밀도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행사의 주체가 인디 게임이었으므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반면에 G-STAR나 타이페이 게임쇼와 같은 종합 게임쇼는 인디 게임 전시자로서 행사를 진행하는데 한계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디 게임이 주체가 되는 행사에만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세상에는 이런 게임쇼에 시간과 열정을 쏟지 않고도 시장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들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게임 전시회가 가지는 좋은 점은 내가 만들고 있는 게임을 중간 점검하고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축제의 현장에서 이곳을 가득 메운 에너지의 주체적 한 조각이라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기꺼이 또 참석할 것이고, 게임을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그 이전에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로서 그 시간과 공간에서 뛰어놀 준비가 되어있다.



(7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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