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개발기
2015년 10월 본격적인 매드니스티어 라이브의 제작이 시작되었다. 최초에 설정한 게임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차로 달리는 자체가 재미있을 것.
경찰에 쫓기는 긴장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
게임 내의 오브젝트 (시민, 차량, 배경)를 파괴하는 쾌감을 느끼게 해줄 것.
처음 2개의 목표는 기존 레퍼런스 게임인 Smashy Roads를 참조해서 나름 구성하면 될 것이었으니, 우리는 3번째의 게임성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낙관적인 미래 예측을 통해 계산된 시간인 3개월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힘찬 전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고려하지 않았던, 그리하여 결국 일정과 게임성에 발목 잡게 되었던 요소를 분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사용 중이던 유니티 엔진에서 3D 모델을 띄워본 경험조차 없었다.
자동차가 운동하기 위한 물리적 요소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차량에 무기를 달아준다는 게임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정의하지 못했다.
인게임에 대한 고려만 있었을 뿐, 그것을 둘러싸는 기타 시스템(로비, 상점, 자동차 도감 등)에 대한 계획이 전무했다.
애플, 안드로이드 빌드와 스토어 작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다.
게임 플레이 자체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우리의 센스와 그동안의 개발 노하우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실제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버전의 게임성은 2016년 4월 이전에 모두 완료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6개월 넘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모바일 프로젝트를 출시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일정 지연의 요소를 안고 있는지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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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드니스티어 라이브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게임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어떤 이유에 의해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졌는지 최대한 솔직하게 풀어보도록 하겠다. 어떤 요소는 외부 테스트에 의한 변화일 것이며, 어떤 요소는 기획적 의도에 의한 변화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실에 순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변화일 수도 있다.
너무 디테일한 분석은 별도의 제작 편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게임의 시작부터 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좀 더 전체적인 관점을 다루려고 한다.
3D 모델을 띄우는 기본적인 작업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물리를 만들고, 기본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데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보면 최초의 목표는 완료한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게임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었다. 게임의 재미를 논하기에 앞서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은 레퍼런스 게임의 카피캣,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Smashy Roads의 카피캣을 만들고자 이 작업을 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상태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게임만의 독특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고, 그 목표를 달성하여 이를 통해 배우고자 시간을 들였던 것인데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최초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때 얻은 대체적인 반응을 정리해보면,
내가 지금 왜 쫓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게임에서 내가 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동차의 스피드가 너무 느리다.
자동차의 기본 무기는 쓰레기다.
로 정리되었다. 우리가 레퍼런스로 삼은 게임도 그러하듯이 이런 게임은 원래 목표라는 게 없다고 변명하기에는 나 스스로도 설득이 되지 않았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를 아주 1차원적으로 풀었다.
“테스터들이 게임의 목표가 없어서 혼란스러워하는구나? 그렇다면 퀘스트 시스템을 만들자.”
그리하여 2개월의 작업 끝에 만들어진 버전에서 나타난 큰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퀘스트 시스템
랜덤 맵
차량 레벨업 시스템
전체 UI 변경
먼저 퀘스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결정 사항은 많지 않았다. 퀘스트를 게임 시작 전에 받아서 들어갈 것인지, 게임 도중에 실시간으로 주어지게 할 것인지 이 부분만 결정하면 되었다. 우리의 개발 철학 중 하나가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잘 모르겠다면, 논쟁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고 빨리 만들어봐서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해보자'다. 그래서 퀘스트를 게임 시작 전에 골라서 들어가게도 해보고, 게임 중에 실시간으로 전달받게도 해보았다. 그리고 어떤 쪽이 더 좋은지는 직접 해보면서 결정하면 될 문제였다.
다만 우리의 고질적인 약점이자 문제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UI/UX를 구성하고 만드는데 굉장한 애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이 영역은 어떤 직관으로도 해결되지 않았고, 수십 번의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돌아보면 이 부분이 일정 지연에 있어 아주 많은 영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사실 아직도 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요한 두 번째 변화로 랜덤 맵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기존의 맵이 미리 만들어진 고정된 맵을 돌아다니게 되어있었는데, 이 부분이 게임 플레이를 더 빨리 지루하게 만든다고 판단했고 매번 다른 환경이 제공되면 좀 더 도전적인 게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랜덤 맵 시스템을 완성시키기 위해 한 달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고, 지금도 사용 중인 랜덤 맵 시스템이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이 부분에서 일정 지연을 야기한 요소가 바로 맵 툴이었다. 디자이너가 엔진상에서 직접 맵을 배치할 수 있는 기능과 그 데이터를 저장하고 로딩해오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툴에 의해 만들어진 파일들을 읽어 게임 내에서 일정한 기준에 의해 랜덤 하게 연결함으로써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다른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한 달에 끝낸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나 혼자 열심히 떠들어보지만 아무도 동의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 버전에는 자동차의 레벨업 시스템이 있었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 경험치를 쌓으면 내 차의 기능이 점점 좋아진다는 설정이었는데 게임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는 폐기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전을 가지고 다시 한번 지인 테스트를 실시했다. 버전의 주요 목표는 '플레이어에게 게임하는 목표를 부여하자'였는데 결론적으로는 대실패였다. 시스템은 만들어졌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 UI와 피드백으로 인해 테스터들은 전혀 퀘스트를 수행 중임을 알지 못했고, 전 버전과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게임이 쓸모없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못하겠는지 ‘이 게임은 일단 완성해서 내고, 그 경험으로 다음 게임을 만들어봐’라고 돌려 말하는 소리까지도 들었다. 결정을 해야 했다. 3개월로 예상된 기간은 벌써 6개월째가 되어가고 있었고, 결론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방법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