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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Apr 30. 2018

나의 인디게임 개발 회고록 2탄 - 2

인디게임 '레인드롭 팝' 개발기

2부. 프리 프로덕션 


게임 제작 기간 중 프리 프로덕션이라는 단계를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작업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돌아보니 실제 리소스를 작업하고 코딩으로 진입하기 전에 꽤 많은 시간을 방향성 설정에 소비했던지라 이 기간을 프리 프로덕션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임의 컨셉을 결정하기 위해 거쳤던 의사 결정 과정 그리고 결정된 컨셉을 구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기까지가 이 챕터의 주요한 내용이다.



# 그래픽 컨셉 결정


가장 먼저 결정해야 했던 부분은 게임 그래픽의 방향성이었다. 게임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기 위해서는 소위 ‘엣지’라 부르는 게임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특별한 마케팅 포인트가 없는 작은 인디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란 것이 일단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퍼즐 카테고리 내에서 대세 장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직 검증받지 못한 새로운 규칙을 가지고 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게임의 규칙을 단번에 읽을 수 있으면서도 눈에 띄는 게임 화면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최종적으로 찾아야 하는 결과물의 목표는 확실했다.

 

첫째, 새로운 규칙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화면 상단에서 내려오는 물체와 같은 색을 골라서 던지는 것이 게임의 주요한 규칙이기 때문에 어떤 컨셉을 씌우더라도 색깔의 구분이 확실해야 했다.


둘째, 동시에 그래픽적인 매력이 타겟 유저에게 어필이 되어야 한다. 특히나 퍼즐 장르이기 때문에 여심을 자극하는 컨셉을 찾아본다는 목표가 있었다.

 

단 두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시안이 버려질 것은 예정된 순서였다. 그렇게 사라져 간 수많은 컨셉들을 모아보았다.


컨셉들 1,2,3


컨셉들 4, 5, 6


유력후보였던 인형 완성 시켜주기 컨셉. 인형 콜렉션을 완성하는 등의 구상들이 제법 많이 진척되었었다.


3D 기반으로 여러 컨셉을 시도해 보았다. 최적의 카메라 각도를 찾는 일도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비가 내린다 - 컬러 레인


수십 가지의 컨셉들이 버려지고 있는 와중에 강재봉이 아이디어로 제시했다가 채택되지 않은 Color Rain이라는 게임이 생각났다.


가만히 뜯어보니 지금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Color Rain 부활 프로젝트!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늘에서 여러 가지 색 비가 내리고 있고, 플레이어의 행성에서 원하는 색이 정해져 있어서 해당 색을 제외한 비를 터치해서 제거해야 하는 규칙을 가진 아이디어였다. 규칙은 일부 다르지만 지금 만들기로 한 게임에 적용하기에 잘 들어맞는 것 같아 하늘에서 색 비가 내리는 컨셉을 가지고 룩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괜찮은 컨셉이라고 서로 동의했고 깊게 파보기로 했다. 이제는 시도해볼 만한 방향성이 정해졌고, 순조롭게 만들어내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빗방울의 모양은 어때야 하는지, 화면 하단에서 발사하는 캐릭터들은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매력이 있을지를 구체화해내야 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다시 수많은 컨셉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빗방울의 경우 하나의 빗방울이 여러 가지 색을 포함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형태를 정하는 작업을 상당히 까다롭게 만들었었다.


캐릭터와 빗방울 모두 혼란한 시기를 거치는 중


최종_최종_수정_최최종.psd (...인줄로 알았겠지)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생명력을 얻은 최종 결과물.


게임의 제목 또한 자연스럽게 Color Rain으로 정해졌다. Rain이라는 단어에서 비라는 원래 뜻 이외에 빗방울이 내려오는 선인 Lane을 연상시키기도 해서 여러모로 잘 들어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 전체 지도의 작성

 

그리고 이전 게임을 만들며 일정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던 이유를 꼽아보자면 게임의 전체 플로우를 정해두지 않고 작업했다는 데 있었다. 게임 플레이 자체를 만드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게임을 감싸고 있는 시스템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해놓지 않았었다. 게임 플레이만 만들어지면 나머지는 알아서 완성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하나의 완결된 컨텐츠로써 동작하기 위해서는 게임 플레이 자체 이외에도 완성도 높게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소위 '로비'라고 불리는 곳에서 여러 가지로 게임과 엮이는 시스템들 말이다. 게임의 캐릭터나 보상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능, 인게임 진입을 위한 기능,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시스템들, 재화 관리, 상점, 옵션 등 전작에서는 이 부분의 방향성이나 수량을 정확히 측정하지 않고 작업을 했었다. 그래서 3개월 만에 게임 플레이를 완성하고서도 대략 9개월을 그 외 시스템을 작성하는 데 소비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와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하지 않고자 이번에는 게임의 전체 지도를 완성해놓은 상태에서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매드니스티어 라이브의 퍼블리싱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온 바로 그 날 근처 커피숍에 앉아 긴 시간 회의를 해서 지도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논의된 스펙 이외에 어떤 것도 즉흥적으로 추가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했다.

 

되돌아보면 정말로 이날 만들었던 전체 지도 이외의 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4개월로 예상한 프로젝트가 결론적으로 또다시 1년짜리 장기 프로젝트가 돼버린 데에는 우리의 경험 부족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함정이 어딘가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되돌아보는 파트에서 다뤄볼 것이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플로우차트


크게 출력을 해서 책상 옆에 붙여두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붙어있다.


수많은 고민을 통해 게임의 여러 가지 방향성을 설정했고, 전체적으로 어떤 컨텐츠와 분량을 가지게 될 것인지도 예측을 해두었다. 실제 작업을 시작한 것이 2017년 5월이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고, 마감의 효과를 주기 위해 2017년 6월 중순쯤에 접수 마감이었던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17 (BIC Festival 2017)에 지원해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물론, 이 게임은 사이드 잡이었고 메인 잡은 다른 회사와 계약이 되어있는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의 재런칭이었다. 그래서 매일 오후 7시까지는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 작업을 하고 이어서 모드를 전환하여 새벽까지는 신작을 제작하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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