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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적응테마)

Kelly의 Love & Crazy Theme

에피소드#1


워크숍 써포터인 디나가 갑자기 진행 방식을 바꾸었다. 어제 같이 의견 나누고 진행하기로 한 것이 있는데 이상하다.

“분명히 어제 계획한 프로세스가 있는데 왜 바꾸는 거예요?”

같이 워크숍을 진행한 싱가포르인 코치에게 물었다.

“ 교육생들의 반응을 보니 원래 현안대로 가기 보다는 바꾸는 것이 좋겠어요”

통역과 퍼실리테이션을 맡은 나의 입장에서는 해보지 않은 것을 갑자기 한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하던 대로 하다 보면 교육생들이 따라 올 텐데, 굳이 ‘힘들게’ 고객의 반응에 맞추어 간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렇게 제안했더니, 그가 싱긋 웃더니 나에게 말했다.

 “켈리의 그 주장이 어느 테마에서 오는지 전 알아요. 켈리는 적응테마가 몇 번째에 있나요?” 

나는 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 34위요.” 

그와 디나가 같이 웃는다.


에피소드#2


중요한 리포트 마감일이다. 

사업 개발과 전략을 담당하는 상무님의 자료는 아직도 감감 무소식. 

 “ K 상무님. 어디 가셨어요?”

“ 상무님 퇴근하셨는대요.” “퇴근이요?!!!” 말도 안돼. 오늘이 마감인데 퇴근했다고?!!! 미.친.걸.까?

“ 그리고 내일 휴가세요. 집에 일이 있으시대요”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데 내 심장은 크게 벌렁인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어떻게 약속을 그렇게 헌신짝 버리듯 하는거야. 나는 어떻게 하라고. 

어디 가서 고래 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다다음 날. 출근을 하자 마자 바로 K 상무의 방으로 갔다. 평화로운 그의 얼굴을 보니 더 화가 치민다. 치미는 화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상무님. 엊그제 자료를 주셨어야지요. 본사 제출을 못했쟎아요. 올해 영업 직원들 급여 예산과 보너스가 결정되는 중요한 자료를 안 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분노가 폭발할 것 같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그는 싱긋 웃으며

‘지금 바로 할께요” 라고 말했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미안하다.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얼굴에 죄책감 하나 없이 어떻게 그냥 바로 “할께요” 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그래. 내가 직급이 낮아서 깔보는 거야. 그런 자조감이 들었다. 

그의 방문 앞을 나오는데 방문 앞에 붙어 있는 강점 Top 5 중 잘 모르는 테마가 쓰여 있다. 적응 테마..

그의 다른 테마는 다 이해가 되는데 적응테마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이런 말도 안되는 느긋함이 적응테마인가 보다. 적응 테마 정말 싫다!  


에피소드 #3 


“지선 이모! 전 지금 현재가 너무 좋아요!”

오랜 친구의 아들이 강점 진단을 한 후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 지선아. 난 이해가 안가. 그 테마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 고 1인데 1학기를 놀았어. 자사고를 가면 뭐하니. 육분의 1이  날라갔는데도 얘는 아무렇지 않아. 내가 이상한 거니?”

전략 테마가 있는 친구는 대학 입시라는 목표 대비 현재의 장애물이 너무 뚜렷이 보이는데 자신과 전혀 다른 큰 아들의 모습에 부딪힌다는 이야기를 하며 말했다.

“ 친구야. 너는 신념 테마도 있잖아. 전략 테마도 있고.. 이 두 테마는 적응 테마의 보완테마야. 어쩜 이해가 안되는 게 당연할지도 몰라. 아들을 탓하기 보다는 네가 도와주는 게 빠를 것 같은데! ”

한숨을 쉬더니 친구는 말했다. 

“ 그래. 그렇지 않아도 내가 계획을 같이 해보고 매일 저녁 확인해 주고 있어. 그거 이외에 어떤 걸 해볼 수 있겠니? “

 역시 내 친구는 참 좋은 엄마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아들의 다른 테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이어 갔다.


에피소드# 4


성취 테마가 있던 어느 이사님과의 워크숍 후 대화.

“켈리님, 어떻게 하면 적응테마가 있는 직원을 뽑을 수 있나요?”

“무엇 때문 에요. 강점 진단은 선발 도구가 아닙니다. “ 

“저에게는 여러명의 팀장이 있는데 적응테마가 있는 팀장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다른 팀장들도 그 팀장과 같다면  제가 일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성취테마가 있는 그녀. 일을 하고 하고 또 해도 목마른 성취 테마. 모든 디테일을 알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나를 그냥 따라 주는 부하 직원이 더 이뻐 보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지만 코치인 나로서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보았다. 

“적응 테마가 없는 팀장 수 가 훨씬 많은데....

이사님.  그들을 바꾸기 보다는 이사님이 그들에게 맞추어 보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별로 만족스러운 답은 아닌가 보다. 강점 공부를 더 할 것을 나중에 제안해 봐야 겠다.



에피소드 #5


“ 대표님 오늘 온 후보자 뽑으실 건가요?”

고객 관리 및 연구 개발 관련일을 할 직원을 면접한 후 매니저가 나에게 물었다.

“ 같이 일했던 직원 추천도 있고, 대기업 경험에 여러 조건들이 다 괜찮은 것 같은데..”

“ 혹시요. 대표님께서 힘들어 했다던 그 적응 테마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아뿔사. 맞아. 면접 보는 데 참 긴장감 없어 보였다. 

내가 들어가기 전에는 의자에 몸을 길게 기대고 마치 흔들 의자에 앉은 것처럼 의자를 흔들다가 

내가 방에 들어오는 기척을 듣자 정자세로 고쳐 앉았었다.

아! 어쩌지? 나에게 리더십 도전이 올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회사 내에서는 거의 만날 일이 없었는데 역시 교육 사업을 하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넓어지는 구나 싶기도 해서 너털 웃음이 나왔다. 

입사를 한 첫 날 오리엔테이션 후 매니저가 결과를 가지고 왔다. 

“ 하하하 대표님. 적응테마가 1위네요.” 나도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 도전에 응전해야지.


이어 매니저가 최근 일을 이야기 했다.


“제 친구가 결혼할 남자 친구를 친구들 모임에 데려왔어요. 처음 인데도 같이 잘 어울리더라구요. 적응력이 엄청 뛰어나 보였어요.  근데 그 친구는 일이 있어서 가버렸는데 결혼할 남자 친구는 생전 처음 보는 자기 애인의 여자 친구들과 계속 있다가 심지어 집에까지 따라가서 같이 노는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나중에 진단해 보니 적응테마가 있었어요. 정말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엄청난 적응력이군. 자신의 여친이 없는 자리에서 여친의 친구 집에 만난 첫날 놀러 가다니.. ㅎㅎㅎ


전략테마와 신념테마가 각각 Top 1과 Top 6에 있는 매니저와 적응 테마가 Bottom 34위인 나는 앞으로 같이 일할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적응 테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3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적응테마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켈리     “ 여자 셋과 같이 있는데 전혀 어색해 하지 않아. 어쩌면 나보다 더 아줌마 수다도 잘해”

매니저    “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항상 있던 사람 같더라구요”

켈리     “ 지난 번 일요일 아침 갑자기 강의장 대여가 생겼는데 자다가 오분만에 나와서 일을 다 수습을 했어! ”

매니저    “ 당황하는 법이 없어요. 세션에 처음 들어왔는데 그 자리에서 즉시 즉시 일을 해내요”

켈리    “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 편안해. 나에게 집중해 주는 것 같고”

매니저    “ 늘 느긋하니 당황스러운 상황에 의지가 되요. 고객의 불평도 정말 잘 관리해요”

켈리    “ 혼란과 혼돈 속에서 늘 침착해. 전체를 알지 못해도 당장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ㅎㅎㅎ.우리는 그와 계속 일하기로 결정했다.



적응 테마가 적응이 안되었던 나는 조직을 떠난 후 교육생들을 통해 같이 일했던 직원들을 통해 적응 테마를 배웠다. 그들의 오리일때의 모습 그리고 백조가 되었을 때의 모습. 

에피소드 1에 나온 싱가포르인 코치는 현재 마켓 점유율 1위의 교육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에피소드 2에 나온 K 상무님은 현재 국내 중견 기업의 부사장님이 되었다.

자사고에서 1학기 9등급을 찍어서 내 친구를 속상하게 했던 아들은 2019년 대학 정시로 무난하게 합격했다. 

같이 일했던 적응 테마 1위인 직원은 2년간의 나와의 인연 끝에 현재 격투기 원장님으로 본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 제자리에서 그리고 다른 자리에서 그들의 재능이 발휘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적응테마가 백조가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혼란 속에서 균형을 갖고 있는 사람

변화 무쌍한 사람

어떤 환경에서건 생존해 갈 사람

현재의 공기, 향기, 주변과 소리를 여과없이 느끼는 사람

타인과 주변에 리듬을 맞추어 주는 사람

언제든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번개 미팅을 좋아하고 써프라이즈 파티를 가장 잘 즐길 사람

타인의 마음에 즉각 감응하여 때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

몰입을 순식간에 하는 사람

순간에 충실한 사람

탁월하게 적응하는 사람


이런 적응테마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현재 이 순간을 즐기면서 무언가를 성취했던 경험은 언제입니까? ” 



다음 글은 제 3화, 존재를 감추고 싶은 존재 (존재감 테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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